회사측 "정확한 경위 파악하겠다" 답변후 감감 무소식

현대 베라크루즈 차량이 사고로 완파돼 폐차될 지경에 이르렀지만, 충격 흡수를 위한 에어백은 전혀 작동하지 않아 운전자가 큰 부상을 입었다.

문제는 계속된 피해자 항의에도 현대차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

서울 양천구에서 농수산물 도매업을 하는 박 씨는 지난해 11월 5일 오후 4~5시경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가드레일을 정면 충돌하는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박씨는 두개골 손상과 7번 경추가 부러지는 큰 부상을 입었다.

이 과정에서 박 씨의 차량인 현대 베라크루즈의 전면이 완파됐지만 정작 작동해야 할 에어백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신형 베라크루즈 풀옵션 차량을 마련했지만 이곳저곳 잔고장에 애를 먹었던 박씨는 에어백까지 작동하지 않자 분통을 터뜨렸다.

사고 후 현대자동차 직원이 박 씨를 방문했다. 현대자동차 직원은 “50km이하 저속으로 운행할 시 에어백이 터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이에 격분한 박씨는 사고차량 사진을 보여주며 “이 사진을 보면서도 저속이란 말이 나오냐”며 항의했다.

   
▲ 현대 베라크루즈 차량 에어백이 작동하지 않아 운전자 박 씨가 큰 부상을 입었다. (사진=제보자)

하지만 현대자동차측에서는 "절대 에어벡 센서 이상이 아니며, 이 정도 충격으로는 에어백이 펴지지 않는다"는 다소 황당한 답변만 늘어놓았다.

박 씨의 제보를 접한 본사측은 "소비자의 말만 들어서는 정확한 경위 파악이 쉽지 않다"며 회신을 기다릴 것을 부탁했지만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 아무 입장도 보이지 않고 있다.

한편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미국처럼 에어백과 관련한 안전기준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며 "에어백은 차량 충돌 시 전체 충격량의 10% 정도를 흡수시키는데, 60% 가량을 흡수하는 안전띠에 비해 효과가 떨어져 보조수단으로만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향후에도 에어백 의무화 계획은 없다"며, "에어백은 안전띠나 브레이크처럼 의무화된 것이 아닌 선택사항이기 때문에, 에어백 결함은 소비자와 기업간 계약의 문제나 차량 품질의 문제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씨는 "이렇게 큰 사고에도 업체측은 센서 고장이라는 생각은 하나도 안 하고 있다"며, "눈 하나 깜짝 않는 태도에 좀처럼 화를 가라앉힐 수가 없다"고 성토했다.

* 참고 )

제조물책임법 제3조의 1항에는 "제조업자는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해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손해(당해 제조물에 대해서만 발생한 손해를 제외한다)를 입은 자에게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규정 돼 있다.

이 규정은 무과실책임으로, 현대차측에 과실이 없어도 제품 결함만 입증되면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 그러나 국토해양부 관계자의 말처럼 이에 대한 안전기준은 마련 돼 있지 않다.

박 씨의 경우 가드레일을 정면으로 들이받았는데도 에어백 미작동으로 머리 부상 및 7번 경추 부상이라면 에어백 결함을 추정해볼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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