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K-POP) 음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3월 7일 발표한 한국소비자원 보도자료에 따르면 최근 2년간 활동을 한 케이팝 팬들 중, CD를 이용해 음악 감상을 하는 소비자는 5.7%에 그쳤다. 그러나, 작년 케이팝 음반 판매량은 7700만 장을 넘어서며 또다시 기록을 경신했다.

대부분의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음반을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음반 버전을 늘리고, 각종 굿즈를 ‘끼워팔기’하며, 나아가 굿즈를 무작위로 제공해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얻기 위해 여러 장의 앨범을 구매하는 것을 당연시하도록 만들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더 이상 음반 구매의 목적이 본품인 ‘CD’에 있지 않음에도 음반 판매량은 증가되는 상황"이라며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과잉소비 유도 마케팅으로 인해 발생하는 대량의 음반 쓰레기, 그로 인한 환경파괴를 막기 위한 적절한 법안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앨범 구성품, 절반 이상 '랜덤'

근래 출시되는 케이팝 음반의 경우, 단순히 CD만을 포함한 음반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 안에는 포토카드, 포스터, 포스트카드, 스티커 등의 굿즈를 포함하는 것이 보편적이며,  한국소비자원에서 최근 2년 내 발매된 주요 케이팝 음반(50종)을 조사한 결과, 한 음반당 평균적으로 7.8개의 굿즈를 포함하고 있다. 

그중 랜덤 굿즈는 평균 2.9개로, 구성품 중 3분의1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가장 많은 종류의 포토카드가 있는 음반의 경우 총 78종의 포토카드를 제공하는데, 1개 음반에 랜덤으로 6종이 들어있어 모든 종류의 포토카드를 수집하려면 최소 13장의 음반을 구매해야 하는 셈이다. 

■굿즈 위한 CD 구매…그러나 굿즈 정보 '비공개'

스트레이키즈(좌), 아이브(우) 음반 구매 상세페이지(출처=환경운동연합)
스트레이키즈(좌), 아이브(우) 음반 구매 상세페이지(출처=환경운동연합)

한국소비자원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케이팝 팬덤 활동 소비자들 중 52.7%는 굿즈 수집을 목적으로 음반을 구매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현재 굿즈는 부가상품이 아니라 상품을 구매하는 주요 목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조사대상 음반의 온라인 구매 상세페이지에는 동봉된 굿즈의 종류·수량 관련 정보만 제공할 뿐 상품 이미지 등 상세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이는 ‘구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품정보 등 거래 조건에 관한 정보와 품목별 재화의 정보·특성을 제공하도록 규정’하는 「전자상거래법」의 ‘상품정보제공 여부’와 ‘필수 정보 제공’에도 어긋난다.

■굿즈 빼고 버려지는 '음반쓰레기'

지난해 12월 발표 된 ‘팬덤 마케팅 소비자문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2년간 활동을 한 팬들 중 70%에 가까운 응답자들이 과도한 양의 음반 구매 행위가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답변했다. 

현재도 포토카드 등의 굿즈만 얻은 채 버려지는 수많은 앨범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기증이라는 명목하에 보육 시설이나 복지센터 등으로 보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일부 복지센터의 직원들은 그렇게 쌓여가는 음반 쓰레기가 이미 포화상태라며 ‘음반 쓰레기 처리를 더 이상 복지센터에 미루지 말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수요가 없는 앨범들은 센터 창고에 쌓여 자리를 크게 차지하게 되고, 그것을 처리하는 과정 또한 센터의 예산과 인력이 들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환경운동연합은 "실물 음반은 CD, 케이스 등 대부분 플라스틱으로 구성되며 표면이 코팅돼 있는 등 재활용이 어려워 많은 폐기물이 발생한다"며 "키트 앨범, 플랫폼 앨범 등 CD를 포함하지 않은 디지털 형태의 음반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선 과잉소비를 유도하는 기업의 마케팅 전략부터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환경운동연합은 공동체IT사회적협동조합과 함께 이러한 케이팝 음반 쓰레기 문제에 대해 심각성을 인식하고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컨슈머치 = 전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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