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조사 화환은 언제부터인가 우리 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결혼식장이나 장례식장에 차례로 늘어서 있는 화환이 없으면 이상하게 생각될 정도로 우리 문화의 일부분이 된 것이다.

그러나 ‘죽은 자는 떠나도 화환은 남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장례식장에서 쓰이는 화환의 경우 재사용 되는 일이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례식장에서 사용된 화환이 결혼식장에 보내지는 등 업체들의 심각한 재탕행태는 오래전부터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최근 본지에도 경조사 화분과 화환의 실태에 대한 제보가 들어왔다. 경조사가 끝난 후 받은 화분을 살펴보니 흙 대신 쓰레기가 들어있고 뿌리가 아예 없는 등 재사용한 흔적도 보인다는 것이다.

이에 기자가 무작위로 몇몇 꽃 배달 전문 업체를 취재해 본 결과 경조사 화분과 화환에 대한 씁쓸한 답변을 듣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주변에서 근조나 축화환을 재생해 판매하는 곳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재생 화환을 판매하는 경우 가격을 낮춰서 소비자들을 유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에 따르면 화훼는 피해 사례 건수로 봤을 때 많이 접수되는 품목은 아니다.

이는 경조사 화환 같은 경우 보낸 쪽은 재활용 여부나 상태를 확인할 길이 없고, 받은 사람의 경우에는 리본에 써 있는 글귀 이외에 꽃 상태까지 따질 여유가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1년 농림수산식품부는 화훼농가와 소비자 피해방지를 위해 화환 재사용과 조화 사용을 지양하는 '화환문화개선 프로젝트'를 추진한 바 있다.

보여주기와 체면으로 인식되는 화환 문화를 바꾸고자 정부도 나섰지만 이미 뿌리박힌 인식과 화훼농가의 반발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축하와 위로가 오가는 자리에서 쓰이는 경조사 화환이 부도덕한 상술로 악용되고 있는 현실을 근절하는 것이 문화와 인식을 바꾸는 것에 앞서 해결돼야 할 과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저작권자 © 컨슈머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