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고발신문 = 박지현 기자] 강남역 ㄱㄴㄷ성형외과, 신사역 ㄹㅁㅂ성형외과, 압구정역 ㅅㅇㅈ성형외과….

마치 암호를 보는 것 같은 위 문구들은 바로 인터넷 성형 커뮤니티 네티즌들이 성형외과를 언급하는 방법이다. 성형외과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 당하지 않으려면 이처럼 병원의 자음만 나열해야 한다고.

현재 수십만의 소비자들이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어디서 성형수술을 받을지 결정하고 있지만, 막상 인터넷에는 명예훼손이라는 권력 아래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기 힘들다.

대형 포털의 한 성형수술 부작용 카페에는 수술 후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하는 글들이 하루에도 수십 건씩 게시되고 있으나 해당 병원을 가려낼 수 있는 실질적인 정보는 전무하다.

자칫 게시물에서 특정 성형외과를 언급했다간 해당 병원이 인터넷에 허위 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고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성형수술 피해자들이 인터넷에 부정적인 후기를 남긴 뒤 성형외과 측에 의해 명예훼손혐의로 고소된 사례는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 네티즌은 "해당 병원 지역과 초성(또는 이니셜)을 나열하는 것 마저도 성형외과의 요청이 들어오면 바로 블라인드(임시중단)처리되기 일쑤다"고 말했다.

더이상 인터넷은 성형수술 부작용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아닌 것이다.

기자는 성형외과가 주장하는 명예훼손으로 인해 의료 소비자들이 수술 전 취득할 수 있는 성형에 관한 정보가 극도로 한 쪽으로 치우치게 된 현실이 과연 옳은 일인지 의문이 든다.

대법원 판례 등에 따르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에 적시된 명예훼손은 게시한 내용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대방을 비방할 목적이 부인된다. 다시 말해 게시자의 주요한 동기나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명예훼손죄가 성립되지 않는 것이다.

잘못된 수술로 고통 받는 환자가 해당 병원에서 성형수술을 고려하고 있는 다수의 인터넷 사용자들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는 정보 및 의견을 제공하는 것이 공공의 이익에 위배되는 행동이라고 어떻게 단정지을 수 있는가.

오히려 수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인터넷에 성형수술의 과장된 효과만 보여주는 광고성 정보만 노출시키고 있는 행태가 공익에 반하는 일에 가까워 보인다.

기자는 수술에 만족하지 못하는 환자들의 입을 막고 영업 실적을 채우는 것보다는 많은 의료 소비자들이 성형에 관한 정보를 자유롭게 취득하고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존중해주는 것이 성형업계가 더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 기사에서 나열한 ㄱㄴㄷ성형외과, 신사역 ㄹㅁㅂ성형외과, 압구정역 ㅅㅇㅈ성형외과는 실제 해당 지역의 특정 성형외과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예시를 들기 위해 자음 순서대로 나열한 것임을 명확히 밝힙니다. 

저작권자 © 컨슈머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