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가 추진하던 의왕 쇼핑몰 사업…어쩌다 롯데 품에

 
[컨슈머치 = 최봉석 기자] 경영 수업을 마치고 실전 경영을 펼치고 있는 ‘재계 3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리더십에 의문부호가 찍히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2012년부터 추진해온 신세계의 복합쇼핑몰 개발 예정지가 롯데쇼핑에 고스란히 넘어갔기 때문. 두 유통 대기업은 파주 아울렛과 인천 터미널에 이어 세 번째로 사업 부지를 놓고 맞붙은 형국이 됐다.

롯데쇼핑은 지난 3일 의왕시의 역점 사업인 백운지식문화밸리 조성을 추진하는 ‘의왕백운 PFV’(프로젝트 금융투자주식회사)와 복합쇼핑몰 부지에 대한 매입약정을 체결했다고 7일 밝혔다.

이에 따라 경기도 의왕시 ‘백운지식문화밸리’에 교외형 복합쇼핑몰이 출점하게 될 전망이다. 수도권 서남부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를 조성한다는 게 롯데의 야심찬 계획이다.

롯데에 따르면 의왕시 학의동 560 일원 그린벨트 해제지역에 위치하는 백운지식문화밸리는 약 95만 5000㎡ 의 대규모부지에 주택 3600여세대를 비롯해 복합쇼핑몰, 시민공원, 대형병원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롯데쇼핑은 백운지식문화밸리 내 10만 4000㎡(3만 1500평) 규모의 부지에 오는 2017년까지 쇼핑·문화시설 등이 어우러진 초대형 복합쇼핑몰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업계의 시선은 그러나 롯데와 신세계의 악연이 또다시 재현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쇼핑몰이 출점하게 될 자리는 당초 신세계그룹에서 의왕시와 MOU를 체결했던 곳이라는 점이기 때문이다. 신세계는 미래 성장동력 사업으로 복합쇼핑몰을 선정, 정용진 부회장의 지시 아래 의왕·하남 등 10개 거점 도시에 쇼핑몰을 건설하는 계획을 추진해 왔고, 의왕 쇼핑몰의 경우 신세계의 야심찬 계획을 실현시킬 주요 거점(?)으로 꼽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신세계가 추진한 의왕 백운지식문화밸리 안 복합쇼핑몰 부지는 롯데의 손으로 넘어간 셈이 됐다.

이와 관련해 의왕도시공사 관계자는 “신세계가 백운지식문화밸리내 복합쇼핑몰 부지를 사겠다는 매입협약서를 제출해야 누토백운컨소시엄은 금융권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신세계는 매입협약서 작성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롯데쇼핑 측도 “의왕도시공사와 신세계는 토지 공급가격에 대한 이견으로 MOU기간을 기존보다 5개월 연기하는 등 협상에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신세계 측은 “토지 값이 MOU 체결 당시보다 20% 이상 올랐다”며 “앞으로 추가 상승이 우려돼 투자 효율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판단했다”고 공식 반박했다. 토지 값이 오르고 투자 가치가 떨어지면서 자진 포기했다는게 신세계 측의 설명이다.

쇼핑몰 부지를 놓고 희비가 엇갈리게 된 두 대기업은 사업 추진의 결과물을 놓고 정반대의 주장을 내놓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신세계 그룹은 올해초까지만 해도 장기 경영계획을 발표하면서 미래 성장동력으로 복합쇼핑몰 사업을 거론하며 의왕을 포함시켰다는 점에서, 이 같은 입장 표명은 궁색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의왕도시공사 관계자는 “신세계는 지난 2일에도 기회를 다시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며 자진 포기 주장을 반박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유통업계 안팎에서는 신세계그룹 콘트롤타워의 리더십과 대관협상 능력에 문제점이 발생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의왕 상권은 약 400만명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으며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것이 장점을 갖고 있다는 게 유통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과천-의왕 고속도로 청계I.C에서 차량으로 3분 거리(1Km 이내)에 복합쇼핑몰이 위치하며, 서울외곽순고속도로 학의JC를 통해 서울 남부에서도 30분(20Km) 내로 접근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의왕 복합쇼핑몰에서는 쇼핑과 문화생활, 백운호수의 아름다운 풍경까지 즐길 수 있어 가족과 함께 주말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센터로서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와 신세계 양측은 이미 2012년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이 세들어 있는 인천종합터미널 부지를 롯데쇼핑이 통으로 사들이면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매각 무효 소송 1심에서 패한 신세계가 지난달 서울고등법원에 항소를 제기, 양측은 터미널 매각 무효 소송 2심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앞서 2009년에는 롯데가 매입 협상을 벌이던 파주 프리미엄 아웃렛 부지를 신세계가 가로채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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