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현대차 급발진 추정 사고 발생…정몽구 회장은 해외 순방 한창

“외부로 발설하지 말라” 서약서 받고 ECU 부품 교체해 준 현대자동차.

진정한 글로벌 자동차 기업을 위해서는 해외 시장보다 국내 소비자 신뢰 회복이 급선무

 

[컨슈머치 = 이용석 기자] 지난 8일 KBS가 보도한 YF소나타 급발진 추정사고의 블랙박스 영상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지난달 19일에 일어난 송파 버스사고와 이달 3일과 5일에도 양주와 서울의 한 LPG 충전소에서 각각 일어난 YF소나타 급발진 추정 사고, 9일 시화공단에서 벌어진 에쿠스 급발진 추정사고 등 현대자동차 차량의 급발진 의심 사고가 줄지어 발생하고 있다.

현재 이 사건들은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원인이 차량결함에 의한 급발진으로 밝혀지리라 보는 시각은 거의 없다. 현대자동차 관계자의 인터뷰처럼 급발진은 현재까지 전 세계 어디에서도 원인이 규명된 바가 없으며, ECU와 급발진의 상관관계도 밝혀진 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8일 방송에서 국민들을 가장 크게 분노케 했던 것은 급발진 문제가 아니었다.

현대자동차에서 해당 운전자에게 ECU 부품을 교체해 줄테니, 외부로 발설하지 말라는 서약서를 받았다는 인터뷰가 소비자들에게 불을 지폈다.

이미 소비자들은 급발진 사고가 운전자의 과실로 마무리 된 사례를 수차례 목격해 왔다.

단순히 졸음운전이라던가, 브레이크 페달 대신에 가속 페달을 밟는 등의 미심쩍은 결론이 났지만 정부를 비롯한 제조사 및 전문가조차 급발진 사고에 대해 차량 자체에서 원인을 찾지 못했다. 소비자는 그저 불안함을 가질 뿐이었다.

대개 급발진 사고의 정황을 살펴보면 대량의 인명피해 가능성이 있고, 건물과 기자재 등을 다수 파손하는 등 큰 피해를 가져온다. 절대 가벼운 사고가 아니다. 하지만 원인을 정확히 규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수수방관하고 넘어가는 제조사의 태도에도 소비자는 참아왔다.

하지만 원인이 어디에 있건 큰 피해 우려가 있는 사고의 차량 제조사로서 사고를 은폐하고 무마하려는 이번 움직임은 소비자로서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 지속되는 유사 사고들이 발생한다면 소비자들의 신뢰는 바닥에 떨어질 것이 자명하다.

국내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와중에도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은 유럽과 중국을 차례로 순방하며, 글로벌 자동차 그룹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과연 정 회장의 행보가 옳은 것인가 생각해 본다.

최근 국내 점유율이 하락하는 것만 보더라도 현대자동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믿음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규모가 큰 해외시장에 주력하는 것은 분명 옳은 선택이지만, 본질적으로 자국에서도 신뢰받지 못하는 글로벌 기업은 있을 수 없다.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과 국내 7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소비자들의 신뢰는 품질 자체를 넘어서 소비자들의 안전을 먼저 고려하는 세심한 손길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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