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기업도 죽을 판” 팬택, 이통사에 구매 요청호소문

[컨슈머치 = 김은지 기자] 팬택의 생존 여부가 채권단의 워크아웃 지속 결정에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팬택 제품 재고 때문에 새 제품 구매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팬택 임직원은 4일 이통사에 제품을 받아달라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최근 이통사에 13만대분의 제품 공급을 추진했으나 무산된 게 원인으로 보인다.

팬택은 이날 ‘이통사 구매 거부에 대한 팬택의 호소문’을 발표하고 “이통사가 오는 5일까지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으면 팬택은 법정관리를 신청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팬택은 먼저 호소문을 통해 “팬택 경영진은 작금의 위기를 초래한 것에 대해 무한한 책임을 통감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는 협력업체 임직원을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 여러분께 팬택 전 구성원을 대표하여 머리 숙여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고 전했다.

이어 “이통사는 지난 7월 24일 공동으로 ‘팬택 상거래 채권에 대해 2년 무이자 조건의 지급 유예’ 결정을 밝혔다. 이에, 팬택을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가 이통사의 결정을 반겼고, 채권금융기관도 즉각 팬택의 워크아웃을 지속하기로 재결의 했다”며 “그런데 팬택 회생의 마지막 관문인 단말기 구매를 이통사는 현재까지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것은 결국 상거래 채권 상환 유예가 팬택과 협력업체의 생존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통사의 논리와 이익만을 추구하기 위한 보여주기 식 결정이라는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며 “즉각적인 제품 구매 및 대금결제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팬택의 워크아웃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며, 팬택 및 협력업체의 고사는 막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에 팬택은 이통사에 즉각적인 제품 구매 및 대금 결제를 마무리 해 줄 것과 지속적으로 최소 수량 구매를 요청 드린다”고 호소했다.

특히 이통사들이 구매를 거부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인 ‘과다한 유통재고’ 논란과 관련해선, “7월말 현재 팬택 제품 유통재고는 결코 과다한 수준이 아니다. 소규모 영업이익을 실현한 2014년 1월 및 2월 팬택의 국내시장 M/S는 13%, 유통재고는 60만대 수준이었다”며 “영업정지 기간 동안 유통재고는 70만대 이상까지 급증했으나, 6월 및 7월 제품 공급을 못해 현재는 50만대 이하로 개통 실적을 반영한 공급을 통해 충분히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또 “이미 포화상태에 진입한 국내 스마트폰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이통사에서 제기한 추가적인 재고 감축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며 “그러나 일정 기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재고를 축소하는 대신, 2개월 동안 단 한대의 제품도 구매하지 않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다면 어떤 우량기업이라도 생존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이에 팬택은 ‘사업운영을 통한 채권 상환’이라는 지급유예 본연의 취지와 팬택 생존을 기대하는 관련 업계의 바람을 통찰해 이에 부합하는 현명한 결단을 호소 드린다”며 “이는 국가 재산인 주파수를 이용하여 국내 단말기 공급권을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우월적 지위자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동시에, 일자리 창출과 경제위기 극복을 표방한 정부정책에 적극 부응하는 ‘참 좋은 결정’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팬택 경영진은 회사가 정상화의 길을 걸을 수만 있다면 모든 희생을 감수할 것”이라며 “그러나 이통사의 결단이 없는 한 팬택은 어쩔 수 없이 법정관리를 신청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23년 동안 대한민국 ICT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해 온 팬택과 수 많은 협력 업체의 존재가 사라지지 않도록 이통사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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