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1주일새 40만명 이탈'…보안의 중점 둔 '텔레그램' 각광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카카오톡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지난달 19일 검찰의 사이버 검열 논란 이후 국내 대표 메신저 ‘카카오톡’이 연일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다. 이른바 ‘사이버 망명’으로 불리는 인터넷 신조어까지 등장하며, 1주일 사이 40만 명의 회원이 대거 이탈했다. 카카오톡과 합병한 다음의 주가는 지난 8일부터 3거래일 동안 총 20% 가까이 급락했다.

라인‧네이트온‧마이피플‧챗온 등의 다른 국내 모바일메신저 또한 평균 이용자가 1주일 사이 167만 명 가까이 감소하며 사이버 검열 논란의 화살을 피해가지 못했다.

반면, 같은 기간 반사이익을 얻은 독일 메신저 ‘텔레그램’의 인기가 뜨겁게 치솟았다. 국산 메신저를 거부하는 이용자들의 대안으로 급부상한 텔레그램은 기존 2만 5000여명에 불과하던 회원수가 1주일 사이 52만 명으로 늘며 약 20배가량의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현재 텔레그램의 한국인 사용자는 150만 명을 돌파했다

최근 텔레그램의 한글버전이 출시됨에 따라 이와 같은 ‘디지털 망명’, ‘사이버 망명’ 현상은 더욱 더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이러한 파장이 확산 될 시 한국모바일 메신저 업계의 커다란 지각변동까지 내다보고 있다.

▶‘카톡난민’들의 ‘망명지’로 선택 받은 텔레그램

텔레그램은 러시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인 '브콘탁테(VKontakte, VK)'를 설립한 파벨·니콜라이 두로프 형제가 만든 메신저로, 현재는 독일 베를린에 있는 '텔레그램 메신저 LLP'라는 독립 비영리 회사가 운영하고 있다.

   
▲ 카카오톡과 텔레그램 비교

텔레그램이 자랑하는 가장 큰 장점은 ‘보안’이다. 텔레그램은 초기 태생부터 러시아 당국의 검열과 감시를 피하기 위해서 독일에 서버를 두며 보안성을 최우선으로 개발된 모바일 메신저다.

텔레그램에는 ‘일반 대화’와 ‘비밀 대화’ 두 가지 대화 기능이 있으며, 둘 다 암호화를 적용한다. 또한 암호를 풀 수 있는 해독키를 별도로 만들어 저장하기 때문에 외부 해커가 텔레그램 서버를 공격해 대화록을 빼가거나, 수사기관에서 영장을 집행해 가져가도 해독키가 없다면 무용지물이라는 것.

텔레그램 홈페이지에 따르면 비밀 대화는 암호화 하고, 해독키는 사용자 스마트폰에 별도로 보관한다. 자동삭제 기능을 통해 타이머를 설정해 두면 상대방이 확인한 후 정해진 시간 뒤에 자동폭파 된다. 텔레그램은 자신들의 보안성을 "대화에 참여한 두 개의 스마트폰 외에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소개하고 있다.

올해 3월, 약 20만 달러의 상금을 걸고 암호화된 메시지를 복원하는 시스템 해킹 대회를 열었지만, 아직까지 성공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으로 텔레그램의 막강한 보안성을 명백히 입증해 보였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카카오톡의 대응은?

논란이 확산되자 9월 25일 검찰은 수사 대상은 포털사이트 등 공개된 공간의 허위사실 유포일 뿐, 메신저와 SNS 등 사적 공간에서 이뤄진 대화를 검색하거나 수사할 계획은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메신저 이용자들의 불안감은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

결국 다음카카오의 카카오팀은 지난 8일 뒤늦게 메신저 공지사항을 통해 “소중한 여러분의 정보 보호와 관련해서 스스로 돌아보고 사과 드리고 알려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사과문을 게시했다.

카카오팀은 “최근의 검열, 영장 등의 이슈에 대해 진솔하게, 적절하게 말씀드리지 못해 많은 이용자들의 마음을 불안하고 불편하게 만들었다”며, “여러분이 공감하지 못할 저희만의 논리에 빠져 있었던 것 같다”고 사과했다.

또한 카카오 측은 ‘외양간 프로젝트’라고 이름 붙인 대책도 함께 내놓았다.

서버에 보관되는 메시지 주기를 줄이고, 수신이 확인된 메시지는 서버에서 바로 삭제, 모든 데이터 암호화, 데이터 복구가 힘든 방식의 삭제 장치 찾기 등을 도입하겠다 이야기다.

카카오팀은 끝으로 “서비스 외에도 정책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겠다”며 안심하고 카톡을 쓰는 그날을 기약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카카오톡의 고문변호사가 게재한 페이스북 글이 또 한 번 논란에 불을 지폈다.

   
▲ 구태언 다음카카오 고문변호사의 페이스북 글

다음카카오 법률 대리인 구태언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카카오톡을 위한 변론’이라는 말머리를 달고 “뭘 사과해야 하는 건지. 판사가 발부한 영장을 거부해서 공무집행방해를 하라는 건지?”라며, “자신의 집에 영장집행이 와도 거부할 용기가 없는 중생들이면서 나약한 인터넷 사업자에 돌을 던지는 비겁자들”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해당 글이 구설수에 오르자 구 변호사는 글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게재했지만 비난 여론은 가라앉지 않았다. 이후 악화된 여론을 의식한 듯 다음카카오 측은 구 변호사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메신저 이용자들의 반응과 현실, 그 온도차이

다음카카오가 발표한 ‘외양간 프로젝트’에 대한 이용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이용자들은 카카오톡의 기술적 보안 문제를 염려하는 것이 아니다. 대화내용 자체는 이용자의 프라이버시 영역 관련법에서 요구하는 의미로서의 개인정보는 아니라고 주장하는 카카오톡의 안일한 경영 마인드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항의와 경고를 표하는 것이다.

텔레그램 창업자 두로프 형제는 “사용자 데이터를 팔지 않고, 광고를 넣을 생각이 없으며, 사용료를 받을 생각도 없다”고 밝혔다. “앞으로 누구에게도 팔 계획 또한 없다”고 말했다. 카카오톡 측이 보여준 석연치 않은 행보와는 분명히 상반된 태도다.

   
▲ 텔레그램, VK.com 개발자 파벨 두로프

일부에서는 텔레그램 열풍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온도차도 존재한다. 이러한 ‘사이버 망명’ 현상이 일시적 붐으로 그칠 것이라 내다보는 것이다.

메신저 프로그램의 특성상 개인 한 사람이 옮겨간다고 해결 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텔레그램을 깔았다가 주변 지인 중 아무도 사용하는 사람이 없어서 할 수 없이 다시 카톡으로 되돌아왔다는 푸념들이 부지기수다.

인터넷 반응만 보면 대부분 갈아탄 느낌이지만 현실은 한순간에 바뀌긴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미 2600만 명의 이용자를 선점한 카카오톡과 150만 명이 이용하는 텔레그램의 국내 메신저 시장 경쟁은 아직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일 뿐이다.

그러나 이번 ‘사이버 검열 논란’과 ‘텔레그램 돌풍’이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가 이용하는 독보적 1위 메신저 업체 카카오톡의 신뢰성과 기업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힌 것은 확실하다.

기업과 소비자 사이에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지, 앞으로 카카오톡 사건의 결말을 통해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다음카카오는 카카오톡 검열과 관련해 어제 오후 6시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카카오톡에 대한 감청 영장에 대해 10월 7일부터 집행에 응하지 않고 있으며, 향후에도 응하지 않을 계획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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