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약금 제도 변경으로 보여주기 식 프로그램…잦은 교체 부추기기곧

[컨슈머치 = 이용석 기자] 단통법이 시행된 지 한 달여가 지나고 있다. 소비자들은 변화된 제도에 혼란스러운 가운데 통신시장도 꽁꽁 얼어붙었다.

정부는 과열 경쟁으로 치달은 불법보조금을 종식시키고, 이동통신사가 요금제와 서비스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단통법을 실시했다. 또 이를 통해 과도한 가계통신비를 줄이는데 목적이 있다.

시행 한 달여가 지난 지금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보조금 규모가 이전보다 작아 휴대전화 구매를 주저하는 상황 속에서 이동통신사들은 새로운 지원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이번에 진행하는 서비스의 화두는 ‘반환금(위약금) 면제’다.

   
▲ 이동통신 3사가 내 놓은 지원프로그램

22일 가장 빠르게 지원프로그램을 소개한 KT는 ‘순액요금제’를 내놨다.

‘순액요금제’는 요금할인에 대한 위약금을 폐지한 요금제로 약정을 통해 받았던 할인 금액만큼 기본료를 낮췄다. 기존의 약정기간이 남아있던 소비자도 순액요금제 변경이 가능하다. 약관신고를 거쳐 12월 출시 예정이다. 현재 SK텔레콤도 이와 비슷한 요금제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단통법과 함께 시행된 위약금4(단말기 보조금의 반환) 제도로 인해 24개월의 약정을 모두 사용한다면 사실상 소비자가 부담하는 금액에는 변화가 없다. 기존 요금제에서 할인 금액만큼 줄어든, 단지 가시적으로 ‘보기에 저렴한’ 요금제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통신협 관계자도 “위약금 4를 강제하면서 위약금3를 폐지하고 통신비 30% 인하하게 되면실제 소비자가 내는 돈은 똑같다며, 이것이 바로 조삼모사일 수 있다. 소비자들은 미리 주의하시고 대비하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또 23일 SK텔레콤은 ‘프리미엄 패스’를 소개했다. 180일간 동일한 요금제를 사용하면 요금제를 하향변경 했을 때의 할인반환금을 면제한다. 기존에 69요금제 이상을 사용하던 소비자는 신청이 가능하다.

같은 날 지원 프로그램을 발표한 LG유플러스도 ‘식스플랜’ 프로그램으로 요금제 하향변경 시 할인반환금에 대한 부담을 없앴다.

이 지원프로그램은 흡사 보조금이 난무하던 시절, ‘3개월 요금제 유지’의 조건과 비슷해 보인다. 심지어 기간은 6개월로 늘어났다. 이 지원프로그램을 두고 오히려 고가의 요금제를 부추길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단통법 시행 이후 보조금을 전제로 한 특정 요금제 강요는 불법이지만, 현재 가입 시 더 많은 보조금을 받으려면 고가의 요금제를 선택해야 한다. 만약 소비자들이 더 많은 보조금을 위해 6개월간 요금제를 유지한다면 오히려 가계통신비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LG유플러스는 ‘O클럽’, ‘U클럽’ 등 다른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O클럽’은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휴대폰 지원금과 고객이 기존에 갖고 있는 중고폰 가격 보상에 추가로 18개월 뒤 휴대폰 반납 조건으로 신규폰의 중고가격을 미리 할인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우선 ‘아이폰6’, ‘아이폰6플러스’에 적용되며, 향후 협의를 통해 가능 단말기를 확대할 방침이다.

‘U클럽’은 12개월 이상 이용 고객이 이용기간 동안 누적 기본료 70만 원 이상을 납부하고, 쓰던 단말기를 반납하면 잔여 할부금과 단말 지원 위약금을 면제해주는 휴대폰 교체 프로그램이다.

‘O클럽’과 ‘U클럽’은 기존의 보상기변 프로그램으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단통법에 취지에 적합한가에 대한 지적도 있다.

평균 18개월에 한 번 꼴로 휴대전화를 교체한다는 우리나라에서 휴대전화의 잦은 교체는 가계통신비 부담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단순하게 생각해서 두 프로그램 모두 일반적인 약정기간인 24개월을 채 사용하지 못한다. 소비자들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12개월 또는 18개월 이후 새로운 모델에 눈이 가게 된다.

단통법 시행 이후 이동통신시장은 보조금이 아닌 서비스 경쟁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향후 위 지원프로그램의 세부 내용이 공개되고 본격적으로 서비스 될 예정이다. 많은 우려 속에 위 프로그램들이 소비자에게 얼마나 혜택을 가져다 줄지 지켜봐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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