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권으로 업계 주도권 좌우…위메프 상표 등록 유통업계 '술렁'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유통업계에서 브랜드 상표권을 지키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오늘날 브랜드는 단순한 상표가 아니라 기업 미래가치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고 볼 수 있다. 과거 상표권 개념이 뚜렷하지 않던 시절, 과오로 인해 뒤늦게 땅을 치고 후회하는 일이 발생할 정도.

   
▲ 초코파이

오리온 초코파이가 그러한 선례를 남긴 대표적인 상품이다.

초코파이는 1974년 출시 첫해 10억 원 매출을 올릴 만큼 공전의 히트를 쳤다. 이 때 상표 등록을 ‘초코파이’가 아닌 ‘오리온 초코파이’로 한 것이 오리온(당시 동양제과)의 치명적 실수였다.

그 뒤 국내 제과업체들이 연달아 '롯데제과 초코파이', ‘해태제과 초코파이’, ‘크라운제과 초코파이’ 등을 출시했다.

오리온은 뒤늦게 '초코파이'에 대한 상표권을 주장했지만 등록해 둔 상표가 ‘초코파이’가 아닌 ‘오리온 초코파이’라는 점이 문제가 됐다. 또한 이미 초코파이라는 단어가 대중화 돼 ‘초콜릿으로 만든 파이’라는 뜻의 보통명사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법원으로부터 소송 기각 판정을 받았다.

이후 오리온은 정식 상표를 ‘초코파이 情’으로 바꾸는 등 자사 초코파이만의 차별화를 구축하기 위한 또 다른 노력을 기울여야만 했다.

반면 대한민국 대표 일회용 반창고로 불리던 대일밴드는 최근 제 주인을 찾아갔다. 일회용 밴드 시장 원조인 대일화학공업만이 '대일'이라는 상표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

서울지방법원은 대일화학공업이 '대일'이 포함된 동일 유사한 상표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해달라고 후발업체 대일제약을 상대로 제기한 부정경쟁행위 금지 소송에서 대일화학공업 손을 들어줬다.

대일제약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제품을 생산 판매하는 것은 원조 ‘대일밴드’ 대일화학공업의 영업상 이익을 침해하거나 소비자들이 혼동 할 우려가 있다고 본 것이다.

최근 상표권 관련 문제로 가장 떠들썩한 이슈는 단연 ‘블랙프라이데이’를 꼽을 수 있다.

지난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소셜커머스 업체 위메프가 '블랙프라이데이'에 대한 상표등록을 마쳤다.

   
▲ 위메프 '블랙프라이데이' 상표권 등록(출처=특허청 홈페이지)

블랙프라이데이란 11월 마지막 금요일을 뜻하는 것으로, 미국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금요일부터 연말까지 1년 매출의 70%가 이뤄져 유통업체 회계장부가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선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블랙프라이데이는 현재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연중 최대 행사 시즌으로 자리매김 했다. 미국에서는 블랙프라이데이를 일반명사로 보기 때문에 특정 기업의 상표 권리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블랙프라이데이 상표권이 위메프의 차지가 됐다.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자 유통업계 전체가 크게 술렁였다. 다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위메프가 대중적으로 쓰이고 있는 일반명사를 상표로 등록한 것은 상식 밖의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위메프가 블랙프라이데이에 대한 상표권 권한을 갖게 된 분야는 사무용품, 인쇄물, 출판물, 운송, 여행대행, 컴퓨터와 스마트폰 관련 소프트웨어 등으로 폭넓게 분포해 있다.

만약 현재 심사가 진행 중인 광고, 기업관리, 기업경영, 사무처리까지 상표등록이 완료된다면 위메프는 거의 전 분야에 걸쳐 블랙프라이데이라는 용어의 상표권을 독차지하게 되는 셈이다.

   
▲ 위메프 '블랙프라이데이'

이에 대해 위메프의 한 관계자는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에 유통업계에서 독점권을 휘두르려는 의도가 전혀 아니”라며 “위메프 내에 ‘위메프 박스’라는 해외 배송대행 서비스가 따로 있어 혹시 다른 업체가 먼저 등록해서 정상적인 서비스를 못하게 되는 경우를 대비해 방어적인 차원에서 상표권 등록을 진행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한 “블랙프라이데이는 모두 아는 대로 일반명사이기 때문에 어디서 어떻게 쓰이든 우리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며 “다만 블랙프라데이라는 용어를 기획전이 아닌 상품명에서 사용하는 경우에 있어서는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위메프 측의 설명대로라면 '블랙프라이데이 노트북' '블랙프라이데이 에어콘' 등은 위메프만 사용할 수 있지만 '블랙프라이데이 세일 기획전' '블랙프라이데이 이벤트' 등 표현은 타 업체도 사용가능하다.

특허청의 한 관계자 역시 “상표권 침해 여부를 판단할 때는 출처 표시로 사용됐느냐가 중요하다”며 “단순히 설명적인 문구 혹은 우리가 흔히 아는 일반적인 용어로 사용했을 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법원의 판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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