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질ㆍ침전물 발생 우려…'권고' 아닌 '규제' 필요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며칠 전 출근길 편의점 앞에 호빵 찜통기가 설치 된 것을 발견했다. 어느새 편의점에서 따뜻한 음료와 호빵이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하는 진정한 ‘겨울’이 다가온 것이다.

추운 겨울 따뜻한 캔커피 혹은 코코아 음료를 누구나 한 번쯤은 마셔봤을 것이다. 그러나 따뜻한 음료를 구입할 때 ‘온장보관기간’을 확인해야 한다는 것을 아는 소비자는 과연 얼마나 있을까.

소비자들에게 유통기한과 냉장보관기간은 익숙한 반면, 온장보관기간은 아직 생소하고 낯설다. 소비자들은 온장고에 장기간 비치된 음료는 내용물이 변질되거나 침전물이 생길 수 있어 구매 전에 온장보관기간을 철저히 확인하고 조심해야 한다.

문제는 소비자 뿐 아니라 판매자 역시 온장보관기간에 대해 모르거나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편의점 종업원은 온장보관기간이라는 용어 자체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할 정도로 점포 관리 실태가 심각했다.

대부분 온장보관 가능 음료의 경우 제조업체가 정해 놓은 7일에서 14일 정도의 온장보관기간이 존재한다. 하지만 편의점 업체에서는 이 기간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조사 결과 서울시 3구(종로구, 성북구, 성동구) 내에 12 곳의 편의점(CU, GS25, 세븐일레븐) 업체 중 온장보관기간을 표기한 곳이 단 한군데도 없었다. 실제로 온장보관기간을 잘 지키고 있는 편의점을 찾아 어떤 방식으로 표기하고 있는지 조사해 보기 위해 시작된 취지의 취재가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2011년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온장보관기간에 대해 다루며 온장보관기간 표기의 중요성이 한 차례 대두돼 문제가 제기된 적이 있으나 현재까지도 시정된 사항은 전혀 없었다.

이러한 실태에 대해 편의점 업체들은 모두 입을 모아 “점주들에게 교육을 시키고 있으며, 따로 공문도 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온장보관기한 표시가 법적으로 의무는 아니기 때문에 점주들에게 강제화 시킬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본격적인 겨울이 다가오고 있는 만큼 앞으로 더욱 관리에 신경 쓰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겨울’이기 때문에 더 주의하겠다는 업체 측의 말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따뜻한 음료수 수요가 많아 온장고 상품 회전율이 높은 겨울보다는, 찾는 손님이 적어 장기간 방치될 수 있는 여름·가을철에 온장보관기간 표기 중요성이 훨씬 더 커진다는 것을 간과한 변명일 뿐이다.

실제로 9월 취재 중 살펴 본 편의점 온장고에서 오랜기간 방치된 듯한 음료수가 놓여있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먼지 낀  음료수 몇 병만이 들어있는 온장고는 따뜻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작동 중에 있었다. 

단순히 수요가 많을 때 뿐 아니라 온장고를 작동하는 기간 모두 제대로 된 관리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비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보장하기 위해서 온장보관기간 표시는 ‘권고’가 아닌 ‘규제’가 필요하다. 업계의 시스템 정비 노력과 관계당국의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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