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라인 서점 각양각색 반응…"아직 판단하기 일러"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도서정가제 개정안이 시행된지 열흘이 넘은 현재 온·오프라인 서점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

지난 21일 모든 도서 할인율이 15% 이내로 제한되는 도서정가제가 시행됨에 따라 온·오프라인 전반에 걸쳐 상당한 변화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예상도 있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큰 변화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 도서정가제 시행전날 실시간 검색어

도서정가제 시행일 바로 전날까지만 해도 대형서점인 교보문고, 영풍문고, 예스24, 알라딘, 인터파크 도서 등 인터넷 서점 서버가 온통 마비되기도 했다.

단군 이래 최대 할인이라는 마지막 폭탄 세일이 온라인 서점 곳곳에서 벌어져 싼 값에 책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몰리며 일부 홈페이지 서버가 다운되는 현상까지 빚어진 것.

덕분에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1위부터 10위까지 중 상당수가 ‘도서정가제’를 비롯한 대형서점 이름들로 빼곡히 채워지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었다.

한바탕 폭풍이 몰아친 뒤 도서정가제 시행 당일과 그 이후 열흘간 오프라인 매장 분위기는 의외로 차분했다.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지 12일 째인 2일 서점가 분위기에 대해서 교보문고 브랜드관리팀 진영균 대리는 “큰 변화는 없다”며 “온라인의 경우 초반에는 판매량이 조금 하락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최근 다시 회복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도서정가제 시행 후 인터넷 서점은 판매량이 대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의외로 별다른 타격이 없어 우리 입장에서는 바람직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어떤 변화가 예측되는가에 대해서는 “오프라인 같은 경우에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도서정가제를 시행함으로서 상황이 좋아지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며, “그동안 매장에 오는 손님들을 보면 서점에서 책을 둘러보고 인터넷에서 책을 구매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이제 온‧오프라인 가격차가 적어지면 굳이 인터넷을 이용할 필요없이 오프라인 서점에서 바로 구매하는 수요가 조금 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그렇다는 것 뿐, 지금 현재로서는 눈에 보이는 변화가 딱히 없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반면, 도서정가제 시행 후 인터넷서점 예스24의 판매권수와 매출은 소폭 감소했다.

   
▲ 인터넷서점 '예스24' 2014년 11월 21~24일간 전년,전월동기 판매추이

예스24의 자료에 따르면 11월 21일부터 24일까지 4일 간 판매권수와 매출이 각각 전년 동기(2013년 11월 22~25일) 대비 –9.9%, -1.2% 하락했으며, 전월동기(10월 24~27일)에 비해서는 –27.2%, -18.7% 떨어졌다.

이에 대해 예스24는 “아무래도 판매권수는 전년동기 보다 전월동기가 더 많은 감소를 보였다. 하지만 매출에서는 전년동기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었다”며 “인터넷서점의 매출은 요일과 월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전년동기를 보는 것이 더 정확한 비교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알라딘 마케팅팀 조선아 과장은 “매출이나 주문건 수에 대해서는 대외비”라고 밝히면서도 도서정가제 시행 후 “크게 변한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 30일 일요일 오후 6시무렵 알라딘 종로점

알라딘은 현재 중고서점 또한 운영 중이다. 중고서점 매출이나 가입자 수 변화에 대해서도 아직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알라딘 중고서점을 가본 결과, 도서정가제 시행 후 처음으로 알라딘 중고서점을 방문하게 됐다는 신규 고객들이 몇몇 눈에 띄었다.

남자친구를 따라 처음 알라딘 중고서점에 와보게 됐다는 김 모씨는 “책을 이렇게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지 몰랐다”며 “도서정가제 시행 후 책값 부담이 컸는데 아마도 앞으로 자주 방문하게 될 것 같다”는 긍정적인 뜻을 내비쳤다.

이처럼 중고서점을 찾는 등 도서정가제 시행 후 소비자들은 여러 가지 대안을 모색 중이다. 그만큼 시행 이후에 책값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원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조 모씨는 “책을 살 사람들은 정가제 시행 전에 이미 대량 구입을 한 상태다. 나도 시행 며칠 전 부랴부랴 소설책과 인문서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20권 정도 구입했는데 직장 동료 중에는 50권 이상 산 사람도 있더라”며, “직장인들 보다는 앞으로 문제집이나 참고서를 사야 할 학생들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 소재 대학생 김 모씨는 “도서정가제 대한 진정한 평가는 3월은 돼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12월에서 3월 사이 전공 서적과 참고서ㆍ토익책 등은 아무리 비싸도 울며 겨자 먹기로 사야하는데 벌써부터 부담이 크다”고 한숨 지었다.

   
▲ 30일 일요일 오후 6시무렵 교보문고 종로점

거품 낀 책값을 바로잡고 소형 출판사와 동네서점을 살리겠다는 취지로 개정 된 도서정가제. 그렇다면 동네서점을 운영하는 업주들의 입장은 어떨까.

한성대역 근처에서 H문고를 운영 중인 P씨는 “도서정가제 시행 후 매출이 나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아무래도 할인율의 폭이 5% 줄어든게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P씨는 “아직 먹고 살만 해졌다고 느낄만큼은 아니다. 그동안 워낙 서점을 운영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조금 좋아진 정도”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동네서점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다 똑같지는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또한 도서정가제 시행이 본래 취지에 맞게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기대하는가에 대해서는 “글쎄. 아직은 더 두고 볼 일”이라며 크게 낙관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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