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합상품 믿고 SKT 번호이동했던 3인 가족 인터넷 안돼 '진퇴양난'

[컨슈머치 = 이용석 기자] SK브로드밴드 인터넷 설치 지역으로 믿고 SK텔레콤으로 번호이동했던 한 가족이 황당한 일을 겪었다.

소비자는 번호이동 과정에서 SK텔레콤 측으로부터 인터넷 설치 지역 여부 등 상세한 안내를 제대로 받지 못한 채 가족 3명이 덜컥 번호이동을 함으로써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간의 시스템 공조여부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중순, 청주에 사는 한 씨는 11월 이사를 앞두고 청주시 가경동의 한 휴대폰판매점을 찾았다. 새로 이사하는 집에서 본인과 함께 어머니, 아내 등 3대의 휴대전화를 인터넷과 결합하는 상품을 사용해 인터넷을 무료로 사용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인구 밀집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가 이사가는 집은 SK브로드밴드 인터넷 설치가 허가되지 않은 곳이었다.

해당 소비자는 "SK브로드밴드 측에서 설치 지역이라고 했다가 나중에 번복했으며, 사전에 인터넷 설치 여부 등을 확인해주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 씨는 가입 당시 이사가 보름 남짓 남은 상태였기 때문에 먼저 이전 주소지에서 결합상품을 가입한 뒤 새 집으로 이전설치를 하기로 했다.

이사 후 이전설치를 신청했다. SK브로드밴드 직원은 직접 새 집을 둘러봤고, 필요한 공사에 대해 건물주와의 합의도 마쳤다. 선로 공사를 위한 한달 정도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해 들었다.

그러나 한달 후 한 씨는 SK브로드밴드 측으로부터 인터넷 선로 설치가 불가하다는 답을 듣고 현재까지도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다.

   
 

▶SK텔레콤 결합상품 가입했는데…인터넷 설치 불가 왜?

보름 뒤 이전설치를 하더라도 해당 주소지가 설치가능지역인지 먼저 확인해야 했던 것은 아닐까

결합상품을 판매한 판매점 직원도 “당연히 설치가 돼야하는 지역인데 무슨 문제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씨도 “기존 주소지에서 불과 세 정거장 떨어진 지역”이라면서 “낙후된 지역도 아닌데 왜 설치가 불가한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SK텔레콤 측은 시스템 상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결합상품 가입 시 SK브로드밴드의 정보를 받아 설치 가능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 돼 있다”며, “해당 주소지는 본래 설치가능지역이지만 관할기관인 구에서 선로 설치 승인이 나지 않아 인터넷 설치가 불가한 예외적인 경우”라고 답했다.

공교롭게도 한 씨가 이사한 새 주소지는 SK브로드밴드에서 새롭게 선로를 설치해야 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선로 설치를 위해서는 관할 구의 승인이 있어야만 한다.

SK텔레콤에 따르면 현재 한 씨의 주소지에 선로설치 신청을 해 놓은 상태이며 구에서 이 승인은 내년 1분기에 확정된다. 내년 1분기에도 승인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인터넷 사용은 불가하다고 밝혔다.

▶서비스 불가능 지역으로 이사한 결합상품 소비자, 보상은?

선로설치 승인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결합상품 가입자가 서비스 불가능 지역으로 이사를 간다면 소비자가 보상 받을 길은 없을까.

공정위 고시 소비자분쟁해결기준 ‘통신결합상품’ 항목을 찾아보면 소비자가 일부 서비스 불가능 지역으로 이사하는 경우 결합상품 전체에 대한 위약금 없는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 단 이동통신계약은 제외한다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현재 한 씨는 결합상품 해지는 위약금 없이 가능하지만 이동통신 계약은 위약금 없이 해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즉 타 사 인터넷을 별도의 비용으로 사용하거나, 휴대전화 3대에 대한 위약금을 내고 인터넷 설치가 가능한 타사 결합상품(휴대전화+인터넷)을 사용해야한다.

가입 한지 2달도 채 되지 않은 휴대전화 3대의 위약금을 감안하면 사실상 후자의 경우는 선택할 수 없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결합상품 해지는 위약금 없이 가능하고, 한 달 간 이용하지 못한 서비스의 경우에는 인터넷서비스가 무료인 결합상품이기 때문에 별도의 보상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분쟁해결기준과 같이 이동통신계약을 제외한 상품에 대해서만 위약금 없는 해지가 맞다고 본다”며 “이동통신 계약까지 위약금 해지가 가능하다면 기존에 서비스 불가 지역에서 이동통신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 소비자와의 이용자차별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답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도 “분쟁해결기준대로 처리하는 것이 맞는 것으로 보인다”고 짧게 답했다.

한 씨는 “휴대전화만 없어도 답답한 세상인데 현재도 인터넷 사용을 할 수 없다"며, "인터넷을 무료로 사용하려고 가족 휴대전화를 모두 옮긴 상황인데 해지하려면 위약금이 들어가고, 인터넷 사용 여부는 내년까지 기다려봐야 알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저작권자 © 컨슈머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