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개정없이 리터당 무려 306원 인하가능…경기 부양시 새로운 세수 창출 기회

   
 
[컨슈머치 = 임경오 기자] 중국 노나라의 한 임금은 안합이 도를 깨친 사람이라는 소문을 듣고 사람을 보내 모셔 오게 했다.

안합은 다 쓰러져가는 집에서 삼베 옷을 입고 몸소 소에게 여물을 먹이면서 빈곤하게 살고 있었다.

사신들이 집에 이르자 안합이 이들을 직접 맞이했다. 사신들이 예물을 바치면서 궁으로 모시려고 하자 안합은 사람을 잘못 찾아온 것인지도 모르니 돌아가서 다시 한 번 확인해 보라고 말했다.

안합의 집이 너무 초라해서 그렇지 않아도 이상하다고 여겼던 사신들은 일단 돌아가 안합이라는 것을 확인한 다음, 다시 와서 그를 찾았으나 그는 이미 어디론가 사라진 뒤였다.

이 고사는 '장자'의 '양왕'편에 실려 있는데, 이에 대한 평론이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안합은 진실로 부귀를 좇지 않는 사람이라고 할 만하지만, 세속의 군자들은 대부분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고 삶을 버리면서까지 사물을 추구한다. 어떤 사람이 수후의 구슬을 천 길 높이 나는 참새를 쏘는 데 사용(수주탄작 隨珠彈雀)한다면, 세상 사람들이 모두 그를 비웃을 것이다. 왜냐하면 귀중한 것을 사용해 하찮은 것을 얻으려 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삶이란 어찌 수후의 구슬의 귀중함에 그치겠는가?'

이 평론에서 유래된 '수주탄작'은 수후(隨侯)의 야광주로 새를 잡는다는 뜻으로, 작은 것을 얻으려다 큰 것을 손해 보게 됨을 이르는 말이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이나 교각살우(矯角殺牛)도 비슷한 의미의 사자성어다.

▶먹구름 짙어가는 세계 경제

지구촌이 출렁이고 있다.

15일인 어제, 스위스중앙은행(SNB)은 메가톤급 폭탄을 하나 터뜨렸다. 최저환율제(환율 하한제)를 전격 폐기 선언함으로써 스위스 증시는 폭락하고 수출 위주의 스위스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SNB는 지난 2011년 9월 도입한 최저환율제, 즉 스위스프랑 강세를 막기 위해 유로당 1.20스위스프랑의 하한선을 정해놓고 스위스프랑 무제한 공급에 나섰던 정책을 갑작스레 폐기한 것이다. 뒤집어 얘기하면 더 이상 돈을 풀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오는 22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전면적인 양적완화를 도입할 예정으로 유로가 추가 하락하고 스위스 프랑이 강세를 띨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SNB는 되레 자국 통화의 강세를 용인하고 환율 개입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스위스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유로당 1.20스위스프랑을 기록하던 스위스프랑 환율은 SNB 발표가 나온 직후 유로당 0.86까지 치솟았으며 증시는 8.7% 급락했다. 향후 스위스프랑이 강세를 보이면서 수출 중심인 스위스 경제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에 투매가 잇따랐다.

스위스 프랑으로 대출받은 곳들은 입지가 흔들릴 판이며 최저 환율제를 믿고 숏(하방 베팅)에 걸었던 월가와 유럽의 많은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입었다.

이를 언급한 이유는 스위스가 불안하다는 것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선진국의 통화가 장중이긴 하지만 하루 30% 넘게 폭등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고 그러한 사정을 알면서도 스위스 당국이 그 결정을 내릴 정도로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하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러시아 역시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최근 잠잠하긴 하지만 저유가와 천연가스 급락으로 재정상태가 말이 아니다. 또 다른 경제무기였던 밀값도 최근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대책이 없는 상황으로 언제든지 디폴트 위기가 불거질 상황이다.

그리스는 오는 25일 총선에서 경제개혁을 내세우는 좌파 연합 '시리자'가 집권할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 이 나라를 중심으로 유로존이 요동을 칠 전망이다.

위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22일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로화 양적완화 정책을 펼칠 예상이어서 유로화 추가 약세가 점쳐지고 있다. 유로화는 16일 현재 달러화에 대해 1.1620선까지 추락한 상태로 한때 1.4000을 넘었던 것에 비하면 거의 상전벽해(桑田碧海)수준이다.

원자재값도 요동을 치고 있다.

세계경기가 침체로 들어설 것이라는 예상이 득세하면서 석유 천연가스는 물론 산업 핵심 원자재인 구리가 최근 20% 안팎 급락했으며 세계인의 주식량인 밀값도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달러화와 함께 안전자산인 금값만 급등, 온스당 1260달러선까지 치솟았다.

▶ 미국은 '마이웨이'…금리 인상 후 '슈퍼달러' 가속화

이미 알려져 있다시피 올 6월을 전후해 미국 FRB는 금리인상을 단행할 방침이다. 미국 외 모든 나라들은 양적팽창을 추구하고 있는데 미국만 긴축정책을 펴니 강달러를 넘어서 슈퍼달러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최근 지구촌에 디플레 우려가 확산되면서 6월 인상 가능성이 조금 낮아지긴 했지만 미국의 금리인상은 찬물을 뒤집어 쓰고 있는 세계경제에 드라이아이스를 퍼붓는 격이다.

세계경제는 안 좋은데 미국만 나홀로 질주, 미 달러화나 채권에 투자하려는 투기자본들이 줄을 잇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게 되면 죽어나는 것은 여타 국가들이다.

그리스, 러시아 등 일부 유럽 국가와 신흥 개발도상국들은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한 총력전을 펼쳐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한국이라고 예외는 아닐 것이다.

▶기로에 선 한국경제 금리인상도 쉽지 않다.

경기를 살리는 단기적이면서도 인위적인 통화정책은 크게 세 가지로 볼수 있다.

금리를 내리거나 돈을 풀거나 세금을 내리는 방법이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 금리인하와 양적완화는 사실상 시행하기 어려운 정책이다.

미국이 금리를 올릴 경우 외국자본의 이탈을 막기 위해 같은 수준 이상의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국내 현실은 막막하기만 하다.

저가 제품군에서는 중국에 쫓기고 고가 제품군에서는 엔저를 무기로 한 일본 제품군에 밀리는 상황이다.

부동산 시장도 냉각돼 하우스푸어가 늘어나고 있는 실정에서 금리를 올리면 이들의 대출상환 포기가 이어져 은행의 부실 채권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금융권의 부실채권 증가는 기업 및 가계 대출 회수로 이어져 불경기의 악순환을 끊기 어렵게 된다.

그렇다고 돈을 풀면 달러화 강세는 불 보듯하고 외국자본 이탈에 따른 증시 하락과 한국내 투자 철수가 잇따를 가능성이 커진다.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손쉬운 정책은 세금 인하 뿐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위기의 한국경제호(號)가 비빌 언덕이 하나 생겼으니 '국제유가 하락'이 바로 그것이다.

올초 배럴당 100달러선을 넘었던 국제유가가 최근엔 46달러선까지 급락함으로써 일부 정유사와 관련기업들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기업과 가계는 쌍수로 반길 일이다.

국제유가 하락분이 고스란히 국내 기름값에도 반영된다면 기업은 비용이 줄고 현금보유고가 늘어 투자여력이 생기며 가계는 가처분 소득이 늘어 소비활동에 긍정적인 작용을 하게 된다.

▶ 유류세 인하 거부는 소탐대실의 전형

그런데 현실은 슬프게도 국제유가 하락분이 국내 기름값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세수감소를 우려해 기름값의 60%에 다다른 유류세 인하를 검토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는 세수 확보를 위해 경기를 죽이는 '소탐대실'의 전형이라고 볼수 밖에 없다.

유류세 인하는 직접적으로는 기업의 현금자산을 늘리게 함으로써 법인세 과세액을 늘려줘 유류세 인하분을 어느정도 회수할 수 있으며 간접적으로 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도움으로써 이익 창출에 대한 세수 확보가 가능해진다.

소비자로서는 구매력이 커지니 지출을 늘릴 수 있게 돼 개별 품목에 매겨진 간접세만큼 세수를 늘려주게 된다. 왕성한 소비는 당연히 경기를 진작시킬수 있다.

게다가 박리다매 원칙이 유류세에도 적용되지 않겠는가. 예컨대 유류세를 20% 내린후 기름 소비가 20% 가까이 늘었다면 결국 세금총액은 거의 줄어들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온다.

당장 관련 법을 개정하지 않고도 정부가 취할수 있는 범위내에서 세금을 내리는게 정답이다.

그렇다면 얼마나 당장 내릴수 있을까.

유류세의 근거법인 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법 제2조 1항에는 교통에너지환경세로 '휘발유와 이와 유사한 대체유류는 리터당 475원, 경유 및 이와 유사한 대체유류 리터당 340원'이라고 명시한후 같은 조 3항에는 '수급상 필요한 경우에는 그 세율의 100분의 30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모(母)법의 위임에 따라 대통령령인 동법 시행령 제3조의2에는 교통에너지환경세로 '휘발유와 이와 유사한 대체유류 리터당 529원, 경유 및 이와 유사한 대체유류, 리터당 375원'이라고 명시돼 있다.

▶ 유류세 리터당 306원까지 즉각 인하 가능

법률로는 리터당 475원이고 대통령령으론 529원이 명시돼 있는데 리터당 475원을 기준으로 30%까지 깎거나 올릴수 있다. 즉 리터당 332원으로 내리거나 617원까지 올릴수 있다.

교통에너지환경세의 대통령령 하한선이 332원이니 지금보다 197원이나 내릴 여지가 있다. 이 경우 교통에너지환경세의 26%인 주행세는 51원, 교통에너지환경세의 15%인 교육세도 30원이나 동반하락하게 된다.

결국 전체 세액이 278원이 내려가게 되고 여기에 10%인 부가세도 28원 가까이 떨어지므로 국회에서 법을 바꾸지 않고도 리터당 306원을 내릴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럴 경우 휘발유값은 리터당 1514원(15일 오피넷 통계 기준)에서 1208원으로 떨어지게 된다.

이 정도 가격이면 경기 부양에 호재가 되지 않겠는가.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비싼 편이지만 국회가 나서지 않고 당장 정부차원에서 손댈수 있는 가격이다.

'유로 연료가격'이란 국제 인터넷 사이트에 보면 15일 현재 사우디 아라비아는 리터당 0.102유로(15일 기준 1유로 1273.45 적용 한화 129원), 리비아 0.128유로(한화 163원), 쿠웨이트 0.188유로(한화 239원)이다. 이들은 산유국이니 논외로 치더라도 한국의 기름값은 미국(리터당 590원)이나 호주(리터당 990원)에 비해서도 한참 비싸다.

물론 우리나라보다 더 비싼 나라도 있으니 15일(현지시간) 현재 노르웨이가 리터당 2005원이며 네덜란드 이탈리아도 2000원에 다다르고 있긴 하다.

그러나 한국의 대외환경은 무척 좋지 않은 상황에서 위를 볼게 아니라 아래를 봐야할 상황이다.

가능성이 아직까지 매우 낮긴 하지만 만의 하나 페트로 결제 등을 놓고 미국와 중국이 화폐전쟁을 일으킨다면 미국의 슈퍼달러 정책은 더욱 속도가 붙을 수밖에 없고 이럴 경우 외화 유출을 막기위해선 한국 역시 금리를 필사적으로 올려야 할수 밖에 없다. 경기침체와 이에 따른 세수감소는 당연한 결과고….

이 난국을 타개할 해법은 소비진작을 통한 내수 활성화와 기업 겅쟁력 강화를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뿐이며 그 첫 단추가 유류세 인하다.

59%가 넘는 유류세는 손대지 않으면서 정유업자와 주유소 운송업자등이 41%를 놓고 땅따먹기하고 있는 현실에서 가격 인하를 종용해봐야 얼마나 내릴수 있겠는가.

정부는 지난 2008년 부동산 경기 부양이란 이름하에 양도세 종합부동산세등을 대폭 인하했듯이, 이젠 국내 경기 전반전인 경기 부양을 위해 유류세를 즉각 내리길 기대한다.

임경오 컨슈머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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