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기에 소변도 재물손괴죄…가열하면 괜찮으니 대장균 검출 제품 혼합 제조?

   
 

[컨슈머치 = 임경오 기자] 필자가 대학시절 형법을 배울때 "식기에 소변을 보면 설사 그 그릇을 깨끗이 씻었다 하더라도 심리적으로 사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훼손됐다고 보는 것이 맞기 때문에 이는 재물손괴죄에 해당한다"는 판례를 접했다.

외관상으로 아무런 손상도 없고 깨끗이 세척하면 오염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임에도 형법상 죄를 물었다는 부분에 대해서 당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비슷한 사례가 7년 전 경찰의 유권해석에 의해 다시 등장하기도 했다.

지난 2008년 3월 31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식당 그릇에 소변을 본 혐의로 한 남자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성이 박 씨인 그 남자는 전날 밤 청담동의 한 횟집에서 술에 취해 밥 그릇에 소변을 봤다. 식당 측 신고를 받은 경찰은 고민 끝에 박 씨에게 재물손괴죄를 적용했다.

형법상 재물손괴는 타인의 재물을 훼손하거나 상하게 하거나 숨기는 등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떨어뜨리는 행위를 말한다.

애완견을 때려 다치게 하거나 다른 사람 소유의 그림에 낙서하는 것, 새장의 새나 양어장의 물고기를 풀어주는 행위 등이 본래의 손괴죄라는 것엔 이론이 없지만 소변을 본 식기는 엄밀히 말해 깨끗이 씻으면 소변을 보기 전 상태로 돌아가기 때문에 물리적 훼손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그런데도 법원이나 경찰이 이같은 행위에 대해 재물손괴죄를 적용하는 이유는 당연히 주관적이고도 심리적인 상처에 대해 착안한 것이다.

심리적인 상처를 논하자면 단지 소변만이 포함될까? 대장균도 포함될수 있음은 당연하다. 아무리 살균했다 할지라도 사람의 대변에서 나오는 대장균이 식품에서 나왔다면 그 누구나 찜찜할 수밖에 없다.

나아가 식기에 대한 배설행위가 재물손괴죄이듯 가열됐다 할지라도 대장균이 포함된 식품을 만들었다면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봐야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

식품위생법 '제7조 4항'에는 “기준과 규격에 맞지 아니하는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은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제조⋅수입⋅가공⋅사용⋅조리⋅저장⋅소분⋅운반⋅보존 또는 진열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돼 있다.

이를 위반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할 수 있다(같은 법률 제95조1항).

경제정의실천연합회 소비자정의센터는 10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동서식품이 대장균군이 검출된 시리얼을 재사용하는 방법으로 소비자의 기본적 권리를 침해한 것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에는 직접 동서식품 시리얼을 구매한 소비자 11명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정의센터와 소비자들은 지난해 10월 동서식품이 ‘아몬드 후레이크’등 시리얼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대장균군이 검출된 시리얼 제품을 정상제품에 섞어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동서식품은 이는 제조과정 증 발생한 문제이고 대장균군은 가열하면 살균되는 만큼 재검사 과정에서 문제가 없어 판매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해당 제품들을 수거 조사한 결과 완제품에는 대장균군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것.

동서식품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필자는 크게 공감하지 않는다.

소변 식기를 재물손괴죄로 보듯 대장균이 들었던 식품 판매는 식품위생법 위반이라는게 필자의 생각이다.

다른 한 예로 경실련에 따르면 "지난 2006년 남은 잔반을 이용해 죽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먹인 어린이집 원장에 대해 법원은 비록 그 죽에 직접 아이들의 건강에 해를 끼치는 성분이 포함돼 있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잔반을 이용해 만든 죽은 보통의 합리적인 일반인이 사회공동생활 중 음식을 섭취함에 있어서 당연히 감수해야 할 정도를 넘었기 때문에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법원도 필자와 같은 취지에서 그같은 판결을 내렸을 것이다.

동서식품은 국민적 식품회사로 볼수 있다. 이런 회사가 소비자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제조과정 중 대장균군 시리얼을 재활용한 것은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수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것은 국민적 식품회사로서 가질 자세가 아니다.

만의 하나 살균이 안됐다면 거의 모든 식품이 오염돼 국민 건강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했을 상황이 아니겠는가.

동서식품 이광복 대표는 경영이념으로 "식품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전 예방적 식품안전관리체계를 강화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대장균 식품판매 파동은 사전 예방적 관리체계와는 상당히 멀어보인다. 평소의 경영이념과는 다른 부분이 아닌지, 이 대표의 해명을 직접 들어보고 싶다.

임경오 컨슈머치 대표

저작권자 © 컨슈머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