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정부가 주민번호 대체수단으로 권장한 공공아이핀이 해킹공격에 맥없이 무너졌다.

행정자치부는 지난달 28일부터 2일 오전까지 공공아이핀 시스템이 해킹 공격을 받아 75만 건이 부정 발급된 것으로 파악했다.

메리츠화재 고객통화 내역 70만 건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통화내용에는 주민번호, 은행계좌번호, 병원진단내력 등 민감한 고객정보가 담겨있었다. 

메리츠화재 측은 “위탁업무를 맡긴 협력사의 잘못으로 이번 사건이 발생했지만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경품이벤트를 진행해 수집한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보험사 등에 팔아넘겨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로 소비자단체에 고발당했다.

업체 측은 “보험사 등에 장소만 대여해줬을 뿐”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사건 발생 책임을 완전히 피할 순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홈플러스에 이어 국내 대형마트 3사가 줄줄이 고객정보를 담보로 장사를 했다는 혐의를 받게 됐다.

콜택시 어플리케이션 우버는 운전자 정보를 해킹 당했다.

지난해 5월 우버의 데이터베이스가 해킹 당해 운전자 5만 명의 정보가 유출된 사실을 올해 2월 뒤늦게 공개했다. 해킹 된 데이터베이스에는 운전자들의 이름과 운전면허 번호가 포함돼 있었다. 공유경제의 아이콘이라고 불리던 우버가 경제 뿐 아니라 운전자 정보까지 공유시켜버린 셈이다.

오래 전 일이 아니다. 위 사례는 모두 3개월도 지나지 않은 올해 벌어진 개인정보유출 사건이다.

지난해 가장 큰 사건을 꼽자면 단연 KB국민카드, 롯데카드, NH농협카드의 대규모 정보 유출사건을 들 수 있다. 협력업체 직원이 카드3사 고객 개인정보 1억여 건을 외부로 빼낸 사건이다.

유출된 정보는 규모도 규모지만 민감도가 매우 높아 당시 많은 고객들이 불안감을 덜고자 통장과 카드를 재발급 받았고, 일부는 해당 카드사에 대해 해지 및 탈퇴를 감행했다.

해당 사건이 이후 스팸 문자와 광고 전화 건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 불만이 단지 한 개인만의 느낌 탓은 아닐 것이다.

이후 카드3사 개인정보유출 피해자들이 모여 집단소송모임 카페까지 만들며 고군분투 했지만 사건 발생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어떤 배상도 이뤄진 것이 없다.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1명은 개인정보유출을 경험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들의 소중한 정보가 어딘가로 유출되고 있다.

개인정보유출의 심각성은 점점 커져만 가는데, 고객정보를 유출시킨 기업은 책임을 회피하고 국민을 보호해줘야 할 관계당국은 예방책 및 대책을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비슷한 사건이 되풀이된 후에야 부랴부랴 보안을 강화하겠다는 허울뿐인 말만 앞세울 뿐이다.

이제는 정부가 주민번호 대체수단으로 밀어붙이던 아이핀까지 털렸다. 소를 잃고라도 외양간을 제대로 고친다면 그나마 다행인데 그 마저도 허술해 제대로 고친 것인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개인정보유출 관련 사건은 피해 규모와 사회적 파장에 비해 당장 눈에 보이는 피해액이 없어 피해자 스스로 보상 받을 길을 찾기 어렵다. 그래서 누구 한 사람 나서서 책임지는 이도, 뾰족한 대책을 내놓는 이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피해당사자인 국민들 조차 자신의 개인정보 유출이 불러일으킬 파장과 문제점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심지어 문제점에 대해 대책을 요구하며 분노하던 사람들마저 개인정보유출에 점점 무덤덤해져 가고 있는 현실이 우려스럽다. 일일이 분노하고 화를 낼 의지조차 꺾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기운만 빼봐야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년간 이골이 날 정도로 겪으며 깨달은 터다.

우스갯소리처럼 자신들의 개인정보가 모두 함께 나눠 쓰는 공공재로 전락했다고 포기한 듯 이야기 하지만 그 이면에 드러나는 씁쓸함은 감출 길이 없다.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누군가는 명확하게 책임을 져야한다. 그리고 누군가는 확실한 대책을 내놔야한다. 우리 사회는 더 이상 소중한 개인정보를 누구나 쓸 수 있는 ‘공공재’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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