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의 매각시도 모두 불발…영업정지·보조금규제 악재 겹쳐

[컨슈머치 = 이용석 기자] 국내 3위 휴대전화 제조업체 팬택이 파산을 눈 앞에 뒀다.

지난 26일 팬택은 애타게 찾던 새 주인을 포기하고 기업회생절차 폐지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법원이 팬택의 폐지 신청을 수용하면 곧이어 파산 절차에 들어가 남은 자산을 매각해 먼저 임직원 급여를 지급하고 남은 잔액은 채권단에 돌아갈 예정이다.

▶‘혁신’ 거듭하던 팬택…인수자 없어 결국 청산 기로

‘벤처신화’로 불리는 팬택은 1991년 박병엽 창업주가 설립해 무선호출기(삐삐) 사업을 거쳐 휴대전화 사업에 뛰어들었다. 2001년 현대큐리텔, 2005년 SK텔레텍을 인수하면서 국내 휴대전화 업체로서 입지를 다져나갔다.

▲ 상암 팬택계열 R&D센터

2007년 유동성 악화로 워크아웃을 시작했으며 자본잠식을 이유로 상장폐지되는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2008년 이후 국내에서는 1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해 왔으며, 2010년 국내 스마트폰 시장 2위를 기록하면서 2011년에는 워크아웃을 졸업한다.

팬택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강세 속에서도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소비자들에게 제 3의 선택권을 제공하며 선택의 폭을 넓혀줬다.

하지만 과열된 보조금 전쟁과 사상 초유의 영업정지 등 악재 속에 제품 공급 중단에 따른 판매부진과 재고누적, 유동성 부족으로 지난해 8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됐다.

이후 지난해 말부터 올해 4월까지 이어진 총 세 차례의 매각 시도가 모두 불발에 그치면서 26일 결국 기업회생절차 폐지를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이준우 팬택 대표는 “기업회생절차를 개시한 이후 조속한 경영정상화를 위해 모든 구성원이 분골쇄신의 자세로 최선의 노력을 경주했지만 적합한 인수대상자를 찾지 못했다”며 “이해관계자 여러분께 머리를 조아려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고 밝혔다.

▶통신 당국과 엇박자…출고가 인하·보조금 지원도 ‘무용’

워크아웃 졸업 후 2012년 팬택은 국내 LTE 시장에서 220만 대 이상을 판매해 시장점유율 14%까지 차지했다.

한때 잦은 기기결함과 미흡한 사후처리로 인해 ‘베레기(베가+쓰레기의 합성어)’ 소리까지 들었던 팬택은 2013년 다양한 신제품을 내놨다.

‘단언컨대’를 유행시킨 ‘베가 아이언’과 후면 버튼을 시도한 ‘베가 No.6’, 지문인식 기능과 시크릿박스 등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한 ‘베가 시크릿노트’ 등을 선보이며 기술력으로 승부를 걸었다.

하지만 이 제품들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높아질즈음 방송통신위원회는 팬택에게 치명타를 안겨줬다.

▲ 팬택 김포공장

그것은 지난해 통신시장을 떠들썩하게 했던 불법보조금에 대한 영업정지 조치인데 지난해 3월 통신사별로 자그마치 45일이라는 초유의 영업정지가 내려졌고 이어 하반기에도 일주일 영업정지가 이어졌다.

유일한 판로인 이동통신사가 막혀버린 팬택은 수요가 위축돼 판매부진으로 이어졌으며, 마케팅 비용 부족, 신규 제품 공급 지연 등이 겹치면서 지난해 상반기 팬택 개통 점유율은 3% 수준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팬택은 출고가 인하와 이통사의 개통 보조금 지원을 통해 유통재고 판매에 집중해 개통 점유율을 11% 까지 회복했다.

그것도 잠시 올해 들어 단통법으로 얼어붙은 통신시장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지난 1월 이후 기업회생절차로 인해 생산 중단과 재고 감소 등의 영향으로 올해 3월 개통 점유율은 또다시 3% 수준까지 떨어지고 말았다.

▶청산 후폭풍…1만 건의 ‘특허’, 7만 명의 ‘일자리’

팬택은 통신표준특허, 모바일 디바이스 관련 특허, 모바일 소프트웨어 특허에 대한 국내외 출원 및 등록활동을 활발히 진행해 왔다.

▲ 2015년 3월말 팬택 특허 현황

2015년 3월 팬택은 국내특허 1만306건, 해외특허 2,745건, 국내디자인 935건, 해외디자인 142건, 국내상표 312건 및 해외상표 370건을 누적 출원했다. 이를 통해 국내 등록특허 2,670건, 해외 등록특허 888건, 국내외 디자인 79건 및 국내외 상표 462건에 대한 지식재산권 등록권리를 보유 중이다.

또한 상표, 디자인 출원 및 등록을 통한 디자인, 브랜드에 대한 지식재산경영을 강화해 상표로서 가치가 높은 “Pantech”, “SKY” 및 “Vega” 상표를 국내외에 보유한 상태다.

팬택이 청산절차가 진행되면 24년간 쌓아온 기술과 특허는 사라지게 된다. 여기에 임직원 1,100여명이 일자리를 잃는 것은 물론 500여개 협력업체에 연관된 약 7만여명의 생계도 벼랑 끝에 서게 됐다.

이준우 대표는 “팬택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고자 마지막 순간까지 노력을 다하겠다”며 “팬택을 사랑해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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