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인상분 소비자에 전가"…환경부 "환경보전상 필요,빈병품질 높일 것"

[컨슈머치 = 송수연 기자] 자그마치 21년만에 빈병 보증금이 인상된다.

최근 환경부는 내년 1월 21일 빈병 보증금은 소주병이 40원에서 100원으로, 맥주병은 50원에서 130원으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빈병 팔아 아이스크림 바꿔먹던 아련한 추억이 떠오르는 소비자들에게는 희소식일지 모르겠으나 이번 인상을 두고 사회단체 및 주류업체들은 갑론을박을 이어가고 있다.

▶빈병 보증금 현실화…소비자·업체 같이 웃을까

올해 6월 자원순환사회연대가 주관한 ‘빈병 반환 등 소비자 인식 조사(부산지역)’에 따르면 빈병 보증금 제도에 대해 묻는 질문에 22%가 ‘모른다’고 응답했고 최근 3개월 내 보증금을 환급받은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85.5%가 ‘없다’고 응답했다.

소비자 대다수가 빈병보조금 제도를 알고 있지만 보증금을 챙기는 소비자는 15%도 안됐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혜택'이 빈약했기 때문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실제로 우리나라는 여타 선진국들에 비해 빈병을 직접 반환하는 경우가 적어 파쇄율이 높고 재사용 횟수가 적다.

환경부는 21년 만에 ‘빈병 보증금’을 인상해 보조금을 현실화하고 빈병의 회수와 재활용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빈병 재사용 횟수가 늘어남에 따라 소비자에게도, 제조사에도 모두 편익을 누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빈병 재사용률 증가에 따른 신병 투입 감소(약 5억 병)로 인한 주류업체 편익은 451억 원 가량 발생하며,온실가스 배출량 20만 톤, 에너지 소비량 26억MJ(연간 1.5만명 전력소비량) 감소 등 환경적 편익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승광 환경부 자원재활용과 과장은 “보증금은 소비자가 빈병을 반환할 때 언제든 돌려받을 수 있는 돈으로 이번 인상안이 그동안 소비자가 포기했던 보증금을 찾아가는 효과가 있다”면서 “경제발전과 환경보전에도 이바지할 수 있는 이번 정책에 적극 동참해 달라”고 부탁했다.

▶빈병 보증금 인상…실효성 떨어져 소비자 부담만 가중

하이트진로(대표 김인규), 오비맥주(대표 김도훈), 무학(대표 강민철), 롯데칠성음료(대표 이재혁) 등이 소속된 한국주류산업협회는 빈병 보증금 인상안에 대해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킨다며 방침 철회를 촉구했다.

협회 관계자는 “보증금 인상은 소주·맥주 제조 가격에 반영돼 출고가가 12.3% 오를 것으로 분석됐다”며 “보증금 인상 후에도 소비자들이 빈병 반환을 하지 않을 경우 그 부담은 소비자의 몫이 된다”고 강조했다.

   
 

또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취급수수료는 원가를 구성하는 항목 중 하난데 취급수수료가 올라가면 원가도 높아지게 된다”며 “수입맥주 가격도 저렴해지는 추세에 빈병 보증금 취급수수료로 인한 가격인상은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작지 않은 부담”이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이와 함께 회수 품질에 대한 문제제기도 이어졌다.

협회는 빈병을 파쇄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빈용기를 계속 재사용하다가 발생하는 하얀 백태(스크래치)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협회 관계자는 “스크래치가 생긴 제품이 시중에 돌게 되면 소비자는 구매를 거부하게 되고 결국 반품 조치 돼 기업 입장에서는 파쇄할 수밖에 없다”면서 “결국 보증금 인상으로 빈병 회수량이 늘어난다고 해도 파쇄율은 줄이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환경부는 반환 여건 개선을 통해 회수율과 빈용기 훼손 방지 등 두마리 토끼 잡기에 나섰다.

오는 27일부터 환경부는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와 빈용기 무인회수기 시범 운영을 시작한다고 전했다. 시범운영은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수도권에 위치한 대형마트 8곳에서 진행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품질 좋은 빈병 반환율이 저조한 상태에서 회수 체계만 개선한다면 만족할만한 재사용률 증가를 기대하는 곤란한 것이 사실이다”라면서 “제조업계가 종이박스보다 빈용기 훼손이 적은 플라스틱 박스로 판매하는 대책 등 다양한 제도 개선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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