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총리·금융위원장 "영업시간 연장하라"…은행·소비자 "실효성 낮아"
[컨슈머치 = 송수연 기자] 최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은행 영업시간에 대한 질타로 은행업계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우간다에 밀린 대한민국 금융…"영업시간 늘려!"
한국은 지난달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금융경쟁력 평가에서 87위에 선정돼 우간다(81위)보다 여섯 계단 낮은 자리에 위치했다.
충격적인 순위에 정부를 중심으로 금융개혁이 화두로 급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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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경환 경제부총리 | ||
특히 지난 11일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서 “지구상 4시에 영업을 종료하는 금융회사는 없다”면서 “은행권 직원들은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도 일은 안 하는 사람이 많아 우간다보다 못한 평가가 나오는 것 아니냐”고 은행 영업시간을 꼬집어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인터넷뱅킹·모바일뱅킹 등 금융업이 다양화되는 가운데 영업시간 연장이 금융개혁을 위해 필요한가에 대한 의문이 이어지고 있다.
최 부총리의 영업시간 언급은 19일 확대간부회의에서도 이어져 이 자리에서 그는 “소비자 불편해소라는 측면에서 영업시간 탄력 조정이 필요하다”고 다시 한 번 못 박았다.
이틀 뒤인 지난 21일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영업시간 연장에 동의하고 나섰다.
임 위원장은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열린 노후행복설계센터 개소식에서 “고객 수요가 있다면 은행들이 움직이는 것이 맞다”며 “새벽부터 일하는 시장이나 야간 근무가 많은 지역 점포는 영업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은행 "실효성 없어, 특화점포 운영 중"
정부의 유래없는 강력한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현장에 있는 시중은행들은 영업시간 연장의 실효성에 대해 부정정인 반응 일색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은행 창구를 이용하는 고객이 계속 줄어드는 추세 속에서 영업시간 연장은 필요없다”면서 “실제로 직불카드, 인터넷뱅킹 가입, 신규가입 등이 아니라면 대다수의 고객들은 인터넷뱅킹이나 스마트폰 뱅킹을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자동화기기와 비대면채널로 가능한 업무가 날로 다양해지고 있다”며 “금융개혁을 위해 영업시간 연장이 크게 필요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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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국민은행 애프터뱅크(출처=KB국민은행 홈페이지) | ||
시중은행들은 영업시간 연장이 필요한 특정 지역에는 탄력적인 운영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시중은행들은 지역적 특성과 업무적 특성 등을 감안해 특화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퇴근 후 이용이 가능한 애프터뱅크를 운영 중이며 KEB하나은행은 17개 지점을 일요일에도 영업하고 있다. 이 외에도 우리은행이 54곳의 특화점포를 운영하고 있으며, NH농협은행은 250여 지점에서 영업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실제로 고객이 필요한 지역에 운영시간을 확대하거나 시간을 유동적으로 변경시키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영업점의 의견과 고객 의견을 수렴해 필요하다면 운영시간을 유연하게 운영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겠다”이라고 전했다.
▶직원도, 소비자도 '갸우뚱'
특히 이번 최 부총리의 발언 중에는 은행 직원들의 업무가 연봉에 비해 적다는 민감한 표현이 포함돼 현장의 직원들에게 큰 반감을 산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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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의 한 은행원은 “오후 4시에 셔터를 내리면 은행업무가 종료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것은 오해”라며 “시재관리, 여신업무 등 폐장 후에도 처리할 업무가 많아 야근이 생활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고 호소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평소 10시 퇴근은 기본”이라며 “연장 영업이 시행되면 잠자는 시간 빼고는 다 일하라는 얘기나 다름없고 이미 지금도 과로한 업무에 시달린다”고 토로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관계자는 “경제부총리가 금융권 업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금번 금융경쟁력 평가에 대한 책임을 은행원 등 금융업권 직원들에게 전가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정작 은행을 이용하는 소비자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34세 직장인 윤 모씨는 “금융시장 성숙도가 은행 영업시간 연장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라면서 “인프라가 잘 갖춰진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오프라인 점포는 필요한 만큼만 운영하고 절감한 운영비는 수수료 감면 등 소비자 혜택으로 환원하는 것이 진정한 금융개혁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