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고장 초기 못고치고 보증기간 지나니 "수리기록없어 돈내"

전자제품, 특히 가전기기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해당 제품의 ‘브랜드’ 에 높은 비중을 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용도에 비해 전문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유명 제품이 믿을 만 하다’ 는 기대 가치에 따른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 영향으로 업계는 매 분기 신제품을 출시하며 새 고객 맞이 시장 점유율을 꾀하고 있지만, 정작 기존 구매자들에 대해서는 냉랭한 태도를 보여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지난해 ‘TV에 대한 소비자 피해 구제 건수’ 는 총 99건.

특히 화면∙품질 불량, 과도한 수리비, 보증기간 경과 후 하자 발생 등을 사유로 한 LCD TV 관련 민원 구제는 겨우 38건으로, 매 달 급증하고 있는 민원에 비해 터무니 없는 수치를 기록했다.

◆보증기간 내에 원인 못 밝히더니 결국 수리비만 왕창

지난 2009년 320만원 가량의 삼성 LCD TV를 구매한 손 모씨(경기도 수원시)는 2012년 현재까지 TV로 인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구입 3~4개월 후 화면이 멈추더니 이윽고 모자이크처럼 불규칙적으로 깨져 “주파수가 약해서 그렇다” 는 A/S 직원 말에 증폭기를 설치했지만 문제는 개선되지 않았다.

반복되는 고장과 여러 차례의 출장수리는 결국 TV의 메인보드 교체로 끝날 것 같았으나 이는 곧 패널고장으로 이어졌다.

▲ 손 씨의 삼성LCD TV. 여러차례 수리를 맡겼으나 현재는 이와 같은 현상을 유지중이다.
“하라는 대로 다 했어요. 주파수가 약하다 길래 증폭기도 달았고, 메인보드 교체해야 된다 그래서 교체했고, 그랬더니 패널이 고장 나서 TV가 금 간 것처럼 보이는 거예요. 하라는 대로 다 했더니만 패널 망가진 건 책임 없다고 돈을 물라네요”

삼성 측은 보증기간 경과로 감가상각비용을 고려해 30만원을 요구했다.

이미 서비스센터에 수 차례 수리 접수를 맡겼음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원인 규명 없이 보증기간이 경과했다며 수리비를 요구한 셈이다.

TV 시청량이 많지도 않을뿐더러 문제 발생시마다 다른 명목의 수리비를 부과할 게 뻔하다고 판단한 손 씨지만 깨진 화면이나마 작동되던 TV가 멈추며 또다시 A/S를 부를 수 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61만원을 달라고 하더라고요. 유상처리기간이래요. 지금까지 있었던 일 다 얘기해봤자 소용없어요. 전에 접수했던 기록은 하나도 없대요. 자기네들이 원인도 모르고 이렇게 저렇게 만져놓고 돈만 달라는 거죠”

억울한 손 씨는 본사 홈페이지에 글을 게시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유상처리절차에 관한 대답뿐이었다고.

본지 또한 손 씨의 입장을 삼성전자 측에 전달했지만 삼성은 지금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멀쩡한 TV가 한 순간에∙∙∙ 보증기간 넘긴 건 무조건 “소비자 잘못”

경기 고양시의 A씨도 손 씨의 입장과 비슷하다.

3년 전에 산 삼성 LCD TV가 얼마 전에 고장 나 수리를 맡겼지만 2년의 품질보증기간이 지났기 때문에 70여 만원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 A씨의 삼성 LCD TV는 건드린 적도 없는 패널이 고장 나 고액의 수리비용이 책정됐다.
“벽에 걸려서 리모컨으로 조종만 받는 패널이 3년 만에 고장 났다는데 보증기간만 내세운다고 될 일입니까? 보증기간 2년만 간신히 넘기게끔 만들어놓고, 유상처리 해야 된다고 배째라 식이니∙∙∙”

◆소비자 만족 높이겠다는 ‘수리비 상한제’, 만족도는 “글쎄?”

이 같은 민원 급증에 삼성전자는 지난 2010년 ‘수리비 상한제’ 를 도입한 적 있다.

소비자의 수리비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이 제도는 ‘제품 결함’ 에 한해 TV의 경우 3년 미만 제품 27만원, 5년 미만 36만원, 7년 미만 48만원의 수리비를 초과할 수 없다.

그러나 본지 제보자들의 경우 모두 ‘소비자 과실’ 로 판정되기 때문에 이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 삼성 측의 입장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삼성전자 LCD TV는 지난 겨울 미국에서 제품 결함으로 인한 집단 소송을 당해 ‘무상 수리’ 를 실시한 적이 있다.

그러나 국내 제품의 동일 하자에 대해서는 “제조사가 다르다” 는 이유로 유상 처리 해 ‘1등 기업’ 을 믿고 선택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더욱 높아지는 추세이다.

미국 소비자 평가 가전제품 부문 만족도 1위를 차지한 삼성전자가 국내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또 하나의 불편한 진실이 아닐 수 없다.
 

※ 참고)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TV는 보증기간이 1년이지만 패널은 2년이다. 따라서 이 기간이 지나면 유상수리가 맞다.

그러나 소비자분쟁해결기준도 강제성이 없는 권고규정에 지나지 않으며 민법 580조 하자담보책임등에 의해서도 제조회사측에 책임을 물을수는 있다.

민법 제580조(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 1항에는 "매매의 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때에는 제575조제1항의 규정을 준용한다. 그러나 매수인이 하자있는 것을 알았거나 과실로 인하여 이를 알지 못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돼있다.

따라서 고가 TV가 고장이 잦고 관련 피해자가 많다면 이들과 공동으로 580조에 의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 물론 같은 고장이 계속해서 발생한다면 계약목적을 달성할수 없는 것으로 보아 계약해제가 가능하다. 이 경우 구입가를 환불받을수 있다.

단, 이규정은 6개월이란 제척기간이 있기 때문에 하자를 안날로부터 6개월내에 행사해야 한다.

이와관련 올초 미국 오클라호마에서 삼성전자 TV를 상대로한 집단소송이 일어날 조짐이 보이자삼성전자측이 2006년~2008년 미국에서 판매한 LCD TV와 PDP TV DLP TV의 일부 모델에 한해 18개월간 무상수리를 해주기로 했으며 이미 비용을 들인 경우 환불키로 한 사례를 참고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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