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 먹는 식품인 소시지와 햄에 발암물질 꼬리표가 붙으면서 전세계 곳곳이 난리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에서 소시지·햄·핫도그 등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로 지정하면서 순식간에 소비자들 사이에 불안감이 확산됐으며 업계 관계자들은 단백질 등 중요한 영양소를 지닌 고기의 장점은 무시한 채 지나치게 과장된 발표라고 반발했다.

파문이 커지자 WHO는 다시 해명을 내놨다. WHO는 “이번 발표가 가공육 섭취를 완전히 그만두란 의미는 아니었다. 줄이면 대장암과 직장암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뜻”이라며 가공육을 적당히 섭취하라는 기존 권고를 재확인한 것일 뿐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한치의 망설임 없이 이미 지갑을 굳게 닫았다. 국내 대형마트 3사에 자료에 따르면 가공육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날 보다 30%이상 급감했고, 이후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가공육 기피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며 육가공업계가 순식간에 큰 타격을 받는 가운데 우리 식품안전당국은 국내 소비자들의 가공육 섭취량은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공식 입장을 내놓으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의하면 한국인이 하루 평균 먹는 소시지와 햄은 WHO가 발표한 위험기준에 1/8에 불과하다. WHO가 기준으로 삼은 섭취량은 50g이지만 우리 국민의 섭취량은 6g에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 결국 과도한 섭취가 문제라는 이야기다.

예컨대 커피나 햇빛도 발암물질로 분류돼 있다. 햇빛에 과도하게 노출되거나 커피를 과하게 섭취한다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적정량의 햇빛을 쐬는 것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하며, 커피 섭취도 과하지만 않으면 오히려 건강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많은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WHO, 식약처 등 국내외 관계당국 뿐 아니라 식품전문가, 전문의사들 대부분이 과도한 섭취가 문제될 뿐 햄과 소시지를 먹어도 문제가 없다고 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소비자들 인식 속엔 햄과 소시지는 더 이상 밥상에 올리고 싶지 않은 꺼림칙하고 불편한 반찬이 된 뒤다.

한 성분 또는 제품에 대한 유해성 문제가 한 번 불거지고 나면 이후 안전하다는 검증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이미 돌아선 소비자들의 마음을 되돌리기 무척 어렵다. 사실과는 상관없이 그야말로 소비자들 인식 속에 낙인이 찍혀버렸기 때문이다.

특히 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식품업계의 낙인은 더욱 무섭다. 식품업체의 네거티브 마케팅의 대표 피해사례로 꼽히는 MSG는 ‘평생 먹어도 안전하다’는 국내외 보건당국의 해명에도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여전히 기피 대상 1호 식품첨가물이다.

이렇듯 한번 낙인 찍히면 특별히 더욱 회복이 어려운 식품업계 생리상 과장된 보도를 자제하고 발표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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