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 ③] 취업용 정장·대학교재는 물론 지식부터 식구까지

80년대 이전에 태어난 소비자들은 '아나바다'라는 구호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자'는 이 슬로건은 1997년 외환위기 시절 위기 극복을 위해 전국민이 동참했다.

이후 약 10년 뒤인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세계를 강타했고 또 새로운 개념이 생겨났다.

‘공유경제’

아나바다의 ‘나’ 정도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공유경제는 그야말로 무엇이든지 나눠쓰는 것이다.

1990년대 후반 동네 사람들과 헌 옷, 헌 책, 유행지난 장난감 정도 나눠썼다면 현재 2016년에는 눈부시게 성장한 IT기술을 통해 전세계 사람들과 상상하는 모든 것들을 나눠쓰기 할 수 있다.

우리집 주차장에서 놀고 있는 차는 물론 비어있는 옥탑방, 당신이 머리 속에 있는 지적능력까지…

지금껏 상상하지 못했던 것들을 모두 공유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공유경제의 세계. 컨슈머치는 온전히 소비자의 입장에서 공유경제의 빛부터 그림자까지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전세계적으로 공유경제가 커다란 화두로 떠오르며 쉴 새 없이 회자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어쩐지 낯설고 막막한 개념의 공유경제.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와 숙박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를 제외하면 아직은 걸음마 수준에 불과한 것이 현실.

그러나 조금만 주위를 둘러보면 의외로 많은 공유경제 서비스가 현재 우리의 평범한 일상 속을 관통하고 있다.

▶면접용 ‘정장’부터, 읽지 않는 ‘전공책’까지…소유는 없다

이제 막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청년구직자들은 당장 면접용 정장부터가 난관이다. 고가의 정장은 언감생심이고 그렇다고 평상복을 입고 면접을 볼 수는 없으니 난감하다. 어렵게 빌려입은 정장이 몸에 맞지 않아 어정쩡하다면 분명 면접관에게 깔끔한 인상을 줄 수 없다.

▲ 열린옷장

‘열린옷장’은 취업을 위해 급히 정장이 필요한 이들에게 옷을 대여해주는 서비스로 수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3~4일간 대여료로 택배비와 세탁비가 포함된 1만8,000원 정도를 받고 있다. 지난 3년간 열린옷장을 통해 정장을 대여한 사람은 대략 2만여 명, 한 달에 1,000여 명의 청년구직자들이 열린옷장을 찾고 있다.

이 서비스는 많은 사람들의 ‘기부’와 ‘봉사’가 기반되기 때문이다. 모든 직원은 자원봉사자로 이뤄져 있으며, 정장은 모두 기부자들로부터 받은 옷이다. 사회선배가 면접용 정장이 필요한 청년구직자에게 도움을 주는 방식이다. 정장을 빌렸던 구직자가 훗날 또 다른 기부자가 될 수 있는 선순환적 구조다.

학기 초 수 만원에 달하는 대학교재 고민을 한 방에 날려버릴 서비스도 있다. 바로 ‘빌북’이다. 빌북은 학생들이 안 쓰는 교재를 맡겨두면, 이를 필요한 학생에게 대여한 후 수익금을 공유해주는 서비스다.

빌북은 택배비 전액 무료로 교재를 맡길 수 있고, 교재를 맡긴 학생은 맡긴 교재가 대여될 때마다 정가의 10%, 판매될 경우 정가의 40%를 최장 5년간 받을 수 있어 대여가 많이 되는 교재는 오히려 구매한 금액 이상을 돌려받을 수도 있다.

▶공간 나누고 경험을 공유하다

최근 에어비앤비, 비앤비히어로, 코자자 등 숙박전문 서비스 외에도 다양한 공간을 공유하는 플랫폼이 각광받고 있다.

▲ 스페이스 클라우드

세미나, 워크숍 등 다양한 행사에 맞는 적절한 공간의 정보를 제공하는 ‘스페이스 클라우드’는 현재 약 800여 개의 모임공간을 연결 중이다. 스페이스 클라우드는 공간 유형을 크게 사는 공간, 일하는 공간, 여행자들을 위한 공간, 문화 및 여가활동을 위한 공간으로 네 가지로 나누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도심 속 바비큐파티 하기 좋은 곳, 스몰 웨딩족을 위한 파티룸, 요리 모임을 위한 쿠킹 스튜디오, 스타트업을 위한 코워킹 오피스 등 생활밀접형 검색기능까지 용이해 이용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서울에서 주차장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모두컴퍼니는 운전자의 주차 고민을 덜어주는 '모두의 주차장'을 서비스하고 있다.

모두의 주차장은 이용자의 현 위치기반을 바탕으로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손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도울 뿐 아니라 실시간으로 요금, 전화번호, 운영시간 등 흩어져 있는 인근 주차장 정보를 한 눈에 제공받을 수 있다.

여기에 일정시간 동안 비어있는 내 집 앞, 우리 교회, 아파트, 학교의 주차장을 공간 소유권자가 근처 운전자에게 공유해 줄 수 있으며, 제보하기 기능을 이용해 주차장 정보를 다른 이용자에게 알려줄 수 있어 유용하다.

이 밖에 평일 저녁 및 주말 등의 시간에 사용하지 않는 공공시설을 무료, 또는 적은 비용으로 빌려주는 ‘서울시공공서비스예약’, 독서실과 도서관의 장점을 접목하여 새로운 형태의 공부 공간을 만들어 가고 있는 ‘공독(공유독서실)’,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 농민과 농지는 없지만 농사를 지어보고 싶은 사람을 연결해주는 ‘코코팜스’ 등은 남는 공간을 활용해 우리가 새로운 생활 패러다임을 만들어가는데 일조하고 있다.

▶무형의 개인 지식과 지혜, 공유로 가치를 높이다

일명 ‘사람도서관’이라고 불리는 지혜 공유 플랫폼 ‘위즈돔’은 한마디로 개인의 지식과 정보, 경험을 공유하는 소통 창구다. 마치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듯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분야의 정보와 지식을 가진 사람을 선택해 소규모의 만남을 가질 수 있다.

▲ 위즈돔

이 때문에 흔히 위즈돔을 멘토링 서비스로 오해할 수 있지만, 위즈돔은 분명하게 쉐어링 서비스를 추구한다. 정보 제공자와 정보 수혜자간의 수직적 관계를 경계하며, 궁극적으로는 각기 다른 개개인의 삶 모두 가치 있고 배울만한 점이 있다고 봐 누구나 정보 제공자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까지 위즈돔을 통해 이루어진 만남만 6,266건, 참여한 사람은 4만1,773명, 지혜를 나눈 시간을 총 합하면 10만3,520시간이나 된다.

바야흐로 1인 가구, 나홀로족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혼밥족’ 역시 늘어나고 있다. 

소셜다이닝 플랫폼 ‘집밥’은 단순히 단순히 밥을 같이 먹는다는 '식구'의 개념을 넘어 다양한 정보, 문화, 가치, 공통의 관심사 등을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분명한 공유경제 서비스다.

음식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 관계를 쌓고 소통할 수 있는 소셜다이닝은 이미 미국과 유럽 등에서 새로운 소셜트렌드로 주목 받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공유경제의 가치는 잠재적으로 120조 원이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발 맞춰 우리 사회에도 물건, 공간, 재능, 시간, 정보 등을 함께 나눠 활용함으로써 자원의 가치를 높이는 ‘공유’ 움직임이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

유형부터 무형까지 다양하고 깊숙하게 우리 일상 속을 파고 들고 있는 공유경제 서비스는 앞으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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