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 ①] 국내 현행법에 발목잡혀…각 국 제도마련해 정착 기반 마련

80년대 이전에 태어난 소비자들은 '아나바다'라는 구호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자'는 이 캠페인은 1997년 외환위기 시절 위기 극복을 위해 전국민이 동참했다.

이후 약 10년 뒤인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세계를 강타했고 또 새로운 개념이 생겨났다.

‘공유경제’

아나바다의 ‘나’ 정도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공유경제는 그야말로 무엇이든지 나눠쓰는 것이다.

1990년대 후반 동네 사람들과 헌 옷, 헌 책, 유행지난 장난감 정도 나눠썼다면 2016년에는 눈부시게 성장한 IT기술을 통해 전세계 사람들과 상상하는 모든 것들을 나눠쓰기 할 수 있다.

우리집 주차장에서 놀고 있는 차는 물론 비어있는 옥탑방, 당신이 머리 속에 있는 지적능력까지…

지금껏 상상하지 못했던 것들을 모두 공유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공유경제의 세계. 컨슈머치는 온전히 소비자의 입장에서 공유경제의 빛부터 그림자까지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컨슈머치 = 이용석 기자] 올해 가장 뜨겁게 타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화두 중 하나는 공유경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진출한 굵직한 공유경제 플랫폼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공유경제의 무덤 대한민국

최근 화제가 된 ‘콜버스’는 심야시간에 쉬고 있는 전세버스를 같은 시간 운송수단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연결해 비슷한 방향의 승객들을 함께 목적지까지 실어나르는 공유경제 플랫폼이다.

서비스가 등장하자 택시업계는 즉각 반발해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 가능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고 현재 국토교통부가 나서 위법 여부에 대해 조사 중이다.

▲ 우버엑스

콜버스를 보고 있자면 2014년 국내 택시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승차공유서비스 ‘우버’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우버엑스’ 서비스는 일반 운전자와 승객을 연결하는 서비스로 당시 유사 택시 영업으로 간주돼 서울시가 나서 우버에 대한 ‘신고포상금’ 제도를 시행하는 등 첨예한 갈등 끝에 결국 국내 서비스를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숙박공유서비스 에어비엔비도 최근 현행법과 대치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부산의 한 여성이 에어비앤비를 통해 여행객을 묶게 했다가 공중위생관리법 위반으로 70만 원의 벌금형에 처해졌으며, 서울 중구에서도 오피스텔에서 숙박시설을 갖추고 관광객을 받은 이유로 벌금을 무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제도없는 공유경제 ‘골칫거리’

공유경제 플랫폼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제도의 부재다.

‘콜버스’, ‘우버엑스’ 등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공유경제들은 기존 사업자들 형평성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김경호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은 우버 서비스를 두고 “정당하게 자격을 취득하고 택시 운행에 종사하는 선량한 택시사업자 및 운수종사자에게 손해를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법의 틀에서 벗어난 공유경제는 범죄의 사각지대로 소비자들의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례는 전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14년 인도에서 우버택시를 이용하던 여성 승객이 기사로부터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했으며 이 사건으로 인도 뉴델리에서는 우버택시의 영업을 전면 금지됐다.

또 지난해 7월 스페인 여행에 나선 19세 청년 제이콥 로페즈가 마드리드를 여행하던 중 에어비앤비를 통해 묵었던 숙소에서 집주인에게 감금·성폭행을 당한 사건이 있었다.

▶우버의 합법화 “대신 조건이 있어…”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공유경제가 미래를 이끌 새로운 흐름이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보인다.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는 이 획기적인 플랫폼의 정착을 위해 나름대로의 기준과 조건을 제시하며 합법화가 진행되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손상영 연구위원의 '공유경제의 이론과 실체 그리고 정책적 대응'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지난 2013년 공익위원회(CPUC, California Public Utility Commission)를 통해 우버를 합법화했는데 당시 몇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운전자는 면허를 받을 것 ▲운전자는 중죄에 대한 조회를 받고 훈련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하며 마약과 알코올 문제로부터 깨끗할 것 ▲각 사는 사고 당 100만 달러 이상을 보상받을 수 있는 보험을 유지할 것 등의 조건이며 각 회사는 총매출 1%의 1/3을 수수료로 부과하도록 해 형평성과 안전을 확보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시는 지난 2014년 에어비앤비와 같은 단기 임대 서비스와 관련해 ▲실제 거주할 것, ▲1년에 2개월로 임대기간 제한, ▲관광객세 납부 등의 내용을 담은 법을 제정해 숙박공유 서비스로 인해 발생할 우려를 해소했다.

▶공유경제 활성화…올바른 정착이 관건

국내에서도 공유경제를 활성화 시키기 위한 움직임이 한창이다.

지난해 말 박원순 서울시장은 “공유경제 확산을 위해 더 많은 공유기업이 생겨나야 하며 이들 기업이 지속가능한 수익모델을 찾을 수 있도록 서울시가 돕겠다”고 공언하면서 동시에 올해 서울을 ‘공유도시 3.0’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도 이른바 ‘공유적 시장경제’를 올해 경기도의 목표로 삼아 다양한 정책을 발표할 예정에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공유경제 플랫폼이더라도 어떻게 기존 시스템과 공존하며 올바르게 정착시키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해 열린 ‘2015 서비스 선진화 국제포럼’에서 "과학기술의 발전과, 그에 따른 새로운 경제시스템의 등장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면서 “공유경제가 기존 경제 시스템과 긍정적인 방향으로 잘 조화될 수 있도록 해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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