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송수연 기자] 보험은 일순간 찾아오는 질병과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팍팍해진 가계 경제에도 보험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이유는 갑작스런 상황이 벌어졌을 때 경제적 안정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정당한 보험금을 받는 일은 경제적 안정의 기본인데 이 보험금을 산정하는 일을 '손해사정'이라고 한다. 

손해사정사는 발생한 사고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손해액을 공정하게 평가·결정하며 만약 보험사와 소비자 사이에 분쟁이 발생했을 때 중립적인 역할을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일부 손해사정업체가 보험사의 자회사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생명보험업계 빅3에 속하는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과 손해보험업계 빅4로 알려진 삼성화재, KB손해, 현대해상, 동부화재의 자회사 손해사정업체는 총 12개다.

지난 2014년 7월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손해사정사 업체는 994개로 이중 대기업 자회사인 12개 손해사정업체는 대형 보험사가 위탁하는 일감의 65%를 맡아 처리한다. 나머지 35%만이 일반 손해사정업체가 맡는다.

모회사의 손해사정업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문제 삼을 수 있는 일인데 심지어 전체 손해사정업무의 65%가 12개 사에 집중되는 일감몰아주기까지 벌어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일반 손해사정업체가 대형 보험사로부터 업무를 위탁받는 처지기 때문에 을의 입장이 돼야하는 손해사정업계의 현실은 차치하더라도 이렇게 자회사를 만들어 일을 몰아주는 것은 너무 대놓고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이다.

어떤 운동 경기에서도 국가대항전을 치르면서 선수와 같은 국적을 가진 심판을 세우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제 3국 심판을 세우게 되고, 이런 규칙이 지켜지지 않았을 경우 곧장 항의가 이뤄지곤 한다.

선수(보험사)와 심판(손해사정업체)이 한 가족인데 공정한 판정이 나올리 만무하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우리 속담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더욱이 대형 보험사들의 이기적인 행태를 막을 방법은 요원한 상황이다.

지난해 9월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김영환(당시 새정치민주연합, 현 무소속) 의원이 대형보험사의 일감몰아주기 행태를 지적하자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현재 손해사정사 일감 몰아주기를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관계부처와 검토키로 했을뿐 여전히 개선은 되지 않고 있다.

이미 보험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바닥이나 다름없는 이 현실에서 손해사정업무는 공정을 되찾아야 할 것이며 자회사에 과도하게 일감을 몰아주는 비정상적인 관행도 멈춰야 할 것이다.

보험이 다시 신뢰를 회복하고 투명한 손해사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금융당국은 빠른 시일 내에 소비자 권익과 보호를 위한 해결책을 내놓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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