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직원별 계좌 할당량 적용…손실 발생 가능성 등 정확한 설명 필요

[컨슈머치 = 송수연 기자]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이하 ISA)가 본격 출시된 지 일주일만에 여러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다.

출시 전부터 말이 많았던 ISA는 출시 후 과당경쟁으로 인한 금융권 종사자들의 실적압박과 그로 인해 야기되는 불완전판매 가능성 등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것. 

▶ISA 실적 압박…온갖 수단 총동원

금융권이 ISA 가입자 유치에 열을 올리면서 금융권 종사자들이 실적 압박에 몸살을 앓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대다수 시중은행들은 직원별로 ISA 계좌 할당량을 정해놓고 있어 직원들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 실적 채우기에 나서고 있다.

A회사에 다니는 차 모씨는 “회사의 주거래은행 직원이 우산, USB, 도장 등 선물을 잔뜩 가지고 와서 ISA 계좌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며 난감함을 표했다.

금융권 지인을 둔 홍 모씨는 “할당량이 너무 많으니 도와달라는 이야기에 ISA계좌를 개설했다"며 "계속되는 부탁에 못 이겨 가입은 했는데 상품에 대한 설명은 듣지도 못했다”고 털어놨다.

시중은행을 다니는 남편을 둔 김 모 씨는 남편의 ISA 실적 압박때문에 부부싸움까지 했다.

김 씨는 "남편 부탁으로 우리 사무실 사람들 ISA 가입을 시키려고 알아봤더니 동료가 이미 다 가입시켰더라"면서 "이 말에 남편이 괜한 짜증을 내 싸우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에 근무하는 위 모씨는 “당장 실적 할당때문에 좌수 올리려고 계좌 당 1만 원씩 넣어 만들고 있는데 실질적으로 은행에 도움이 될까 의문"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ISA 가입자 현황 공시가 원인?

ISA 출시 첫날인 지난 14일에는 총 32만2,990명이 1,059억 원 규모로 1인당 평균 34만 원 수준으로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의 비중이 97%를 차지했으며 증권은 0.3%에 그쳤다.

   
▲ 금융투자협회 공시, 3월 21일 기준 ISA 판매 현황(출처=금융투자협회)

지난 21일까지 가입자는 총 70만6,759명으로 일주일 만에 70만 명을 돌파했으며, 이 중에서 은행은 94.1%(65만9,679명)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이어 증권은 5.9%(4만1,457명)를 차지했으며 보험업계는 단 195명이 가입하는데 그쳤다.

ISA 가입 현황은 시행 첫 날부터 금융투자협회, 전국은행연합회 등에서 공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ISA시행 후 매일 공개되는 결과가 업권 간의 과열경쟁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국은행연합회 관계자는 “금융업의 각 협회에서 ISA 가입실적을 공동으로 발표하고 있기는 하지만 실적비교 등에 따른 과당경쟁 유발 소지를 차단하기 위해 금융회사별 실적 발표는 지양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ISA제도 시행 초기여서 현황 등을 발표하고 있지만 집계하는 데 물리적 어려움이 있어 현재처럼 계속해서 일보 형태로 정보가 제공되지는 않고 조만간 다른 형태로 변경될 것”이라고 밝혔다.

▶과당경쟁 ‘불완전판매’ 유발 가능성

금융권의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ISA 불완전판매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다수의 소비자들은 지인의 간곡한 부탁이나, 경품 또는 선물 등 물질적인 대가때문에 ISA에 가입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이 경우 상품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을 우려가 있다.

최근 금융소비자연맹은 최근 ISA 판매 실적을 직원들에게 할당하는 금융권의 실태를 지적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국장은 “금융권에서는 출시 전 고객유치를 위해 승용차, 골드바, 해외여행권 등 지나친 경품을 내걸며 가입자를 모집했다"면서 "금융권이 그만큼 수익을 내려면 필연적으로 직원들의 실적을 관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소비자들은 ISA상품이 60~70%의 손실을 가져다 줄 수도 있는 상품임을 알아야한다"면서 "실적이 중심이 되면 장점만을 설명하고 위험을 축소시켜 판매할 가능성도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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