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자존심' 이니스프리·더페이스샵 브랜드숍 1위 다툼 '치열'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식을 줄 모르는 K-뷰티 열풍에 국내 화장품업계 양대산맥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올 1분기도 화장발을 제대로 받았다.

▶아모레-LG생건, 나란히 호실적

아모레퍼시픽그룹(대표 서경배)과 LG생활건강(대표 차석용)이 각각 차별화된 브랜드력과 다각화된 유통 포트폴리오에 힘입어 견고한 성장을 달성했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30.7% 증가한 4,191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각각 21.8%, 33,1% 증가한 1조7,593억 원, 3,253억 원으로 집계됐다.

   
▲ (출처=김은주 기자)

이에 대해 NH투자증권 한국희 연구원은 “예상을 상회하는 호실적”이라며 “면세 채널 판매 확대와 중국 외 아시아 지역에서의 핵심 브랜드 침투가 지속되면서 견조한 성장 흐름을 지속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 박상연 연구원은 “대표 럭셔리 브랜드인 ‘설화수’와 ‘헤라’의 매출 비중 증가로 인당 판매단가가 증가한 것이 중국인 입국자 수 증가를 상회하는 실적의 원인”이라며 “이번 실적으로 아모레퍼시픽이 흔들림 없는 저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LG생활건강 역시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LG생활건강은 올 1분기 매출 1조5,194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 대비 16.7%, 영업이익은 2,335억 원을 달성해, 30.9% 성장했다. 이는 기존 최고 분기실적인 2015년 3분기 매출 1조 3,868억원, 영업이익 1,902억 원보다 각각 1,326억 원, 433억 원이 늘어난 수치다.

LG생활건강은 생활용품, 음료 등 모든 사업에서 시장보다 높은 매출 성장을 이뤘으며, 특히 화장품 사업부의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40% 가까이 급증해 전사 이익 개선에 힘을 실었다.

LG생활건강은 수익 증가에 따른 풍부한 현금유입으로 부채비율도 전년도 1분기 말 133%에서 41%p 개선된 92%로 낮아졌다.

삼성증권 박은경 연구원은 “생활용품과 음료 부문이 기대치를 충족한 가운데 화장품 부문이 기대 이상의 매출 성장을 보인 결과”라며 “화장품은 ‘후’의 뒤를 이어 ‘숨’의 인지도가 상승하며 면세점 매출이 67% 늘면서 호실적을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이니스프리 VS 더페이스샵…원브랜드숍 ‘자존심’

사실 화장품업계에서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라이벌 대결 구도 보다 더 흥미진진한 관전포인트는 따로 있다.

바로 두 기업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브랜드숍 자회사 ‘이니스프리’와 ‘더페이스샵’의 순위 다툼이다.

두 브랜드는 자연주의 콘셉트를 앞세워 소비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공통점 아래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 더페이스샵 제품(좌), 이니스프리 제품(우) (출처=각 사)

특히 최근 이니스프리가 1위 업체 더페이스샵과의 격차를 야금야금 좁히고 있는 가운데 결국 업계 1위 자리가 바뀌느냐가 업계 최대 관심사다.

더페이스샵은 이니스프리의 턱밑 추격에 불안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니스프리는 지난해 전년대비 30% 증가한 매출 5,921억 원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매출액 6,291억원을 기록한 더페이스샵과의 격차를 더욱 좁혔다.

현재 더페이스샵이 매출액 1위를 지키고는 있지만 언제든 뒤집힐 수 있는 수치까지 따라 잡힌데다 영업이익 부분은 진작부터 이니스프리에 추월 당한 상태다.

특히 이니스프리가 지난해 1,256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전년대비 64% 급증이라는 엄청난 성장폭을 보여주면서 실질적인 브랜드숍 1위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반면 더페이스샵은 2014년 6,101억 원에서 지난해 6,291억 원으로 매출이 3% 증가하는데 그쳤으며, 영업이익은 2014년 690억 원에서 지난해 598억 원으로 오히려 쪼그라들었다. 이는 이니스프리에 비해 절반도 되지 않는 수치다.

위기감을 느낀 더페이스샵은 최근 경영진을 개편하는 등 왕좌를 지키기 위해 만반의 준비하고 있지만 이미 기울어진 상황을 반전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다만 아모레퍼시픽에도 아픈 손가락은 있다. 바로 에뛰드하우스의 부진이다.

에뛰드는 업계 매출 순위가 3년 연속 하락세다. 에뛰드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8% 감소한 2578억 원을 기록하면서 3,000억 원대가 무너졌다. 잇츠스킨과 네이처리퍼블릭에도 순위가 밀리며 두 단계나 내려앉았다.

때문에 에뛰드는 승승장구 중인 아모레퍼시픽에 유일한 오점으로 평가된다. 특히 그룹 내부 자매 업체라고 할 수 있는 '이니스프리'가 매년 괄목할만한 성장을 기록하면서 늘 비교선상에 오르내리는 신세로 전락했다.

그나마 올 1분기 비용 관리와 매출 성장 전환으로 9분기 만에 실적 턴어라운드에 성공했지만 계속 이러한 기조가 지속될 지는 불투명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 동안 외형은 더페이스샵, 내실은 이니스프리가 강한 면모를 보여왔는데 올해는 외형마저 이니스프리가 앞지를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라며 “선두권 외에도 전체 로드숍업계 순위가 다시 한 번 재편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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