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 완료… 노조 '임금 삭감' 등 부작용 우려 반발

[컨슈머치 = 송수연 기자] 최근 금융권에는 슬림화 바람이 불고 있다.

인력 감축뿐 아니라 연봉까지 성과에 따라 차등지급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시중은행들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희망퇴직과 함께 지점 통폐합 등으로 몸집을 줄여가는 혹독한 다이어트를 강행하고 있다.

▶애널리스트·직급체계 등 ‘축소’… 조직 ‘슬림화’

금융권은 현재 조직 내 무거운 짐을 덜어내는 중이다. 증권가의 꽃으로도 통했던 ‘애널리스트’들에 대한 구조조정도 마찬가지다.

3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소속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28일 기준 1,088명으로 2010년(1,548명)에 비해 29.72%(460명)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증권사 수익이 감소되면서 고비용 인력인 애널리스트를 줄여 비용부담을 덜어내겠다는 조치로 분석했다.

증권사에 부는 칼바람은 이뿐만이 아니다.

NH투자증권(대표 김원규)의 경우 최근 리테일부서 저성과자 직원 40여명에게 올 3분기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 달리는 경고성 메일을 보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이와 함께 금융권 비대면 거래 활성화로 직원뿐 아니라 익숙하게 사용하던 금융거래 필수품도 조금씩 그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은행권은 인터넷·모바일뱅킹 등의 이용이 잦아지자 은행점포뿐 아니라 비교적 사용이 적은 ATM기를 줄이고 종이통장 발급을 단계적으로 축소한다는 계획이다.

오랜 관행 역시 사라지고 있다.

현대카드(부회장 정태영)와 삼성증권(사장 윤용암)은 승진연한 제도를 폐지하고 개인 능률에 따라 승진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특히 삼성증권의 경우 지난 19일부터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 등의 세분화된 직급 대신 주임, 선임, 책임, 수석으로 단계를 축소하고 성과급 또한 성과에 따라 차등 지급하기로 했다.

▶금융공공기관 성과연봉제 속속 도입… 고액연봉도 다이어트

고액연봉으로 소문이 자자한 금융공공기관도 호봉제 관행을 뿌리 뽑는다.

금융공공기관 9곳 모두 자리만 지켜도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를 폐지하고 성과에 따라 임금을 책정하는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지난 17일 KDB산업은행(회장 이동걸)은 정부의 ‘성과중심문화 확산 방향’에 발맞춰 성과연봉 체계를 도입키로 결정했으며 지난 24일에 IBK기업은행(은행장 권선주)도 이를 도입, 취업규칙을 변경했다.

마지막으로 지난 30일 수출입은행(은행장 이덕훈)이 성과연봉제 막차에 올라타며 9개 금융공공기관 모두 도입을 완료했다.

하지만 이에 맞서는 노동조합의 반대가 거세다.

▲ 금융노조는 지난 4월 20일 기업은행 본점 로비에서 1,000여명의 조합원이 모인 가운데 성과연봉제 총력 저지 결의대회를 개최했다.(출처=금융노조)

이들은 성과연봉제가 쉬운 해고와 임금 삭감 등 근로자의 불이익으로만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의 경우 노사 합의 없이 이사회 의결만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해 노동조합의 반발을 샀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노조는 이 같은 도입은 위법이라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해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관계자는 “노조와 꾸준히 대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소통으로 이견차를 좁혀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기업은행 관계자는 “임금 삭감 등으로 이어지는 등의 구체적인 평가 및 운영에 대한 결과를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며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답했다.

▶성과연봉제… 민간은행으로 확대되나

민간은행 성격이 강한 IBK기업은행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자 일각에서는 시중은행으로의 확산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다.

실제로 시중은행 가운데는 이미 성과주의 문화를 확산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곳도 있다.

신한은행(은행장 조용병)의 경우 올해 초부터 성과연동형 임금피크제를 시행 중이며 부지점장 이상의 직급에게 성과연봉제를 적용하고 있다.

또 KEB하나은행(은행장 함영주)도 올해 행원급 직원 6명을 책임자로 특별 승진을 시행하는 등 성과주의를 반영한 인사가 눈에 띈다.

KB국민은행(은행장 윤종규) 역시 현재 노사가 성과주의 문화 도입을 위한 내용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우리은행(은행장 이광구)은 관련 TFT를 구성, 다방면으로 내용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NH농협은행(은행장 이경섭)도 개인성과 평가 시스템을 구축해 조직 문화 변화를 시도할 계획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은행의 성과연봉제 시행 내용이 구체화되고 시행되면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라며 “그러한 수렴 과정을 통해 시중은행도 참고하고 관련 내용을 추진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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