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본사 시행 중, 과거 제일은행 시행됐다 폐지…금소연 "도입 근거 없어"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한국씨티은행이 소액 원화 예금에 대해 계좌유지 수수료 부과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각계각층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현재 씨티은행은 거래가 없거나 잔액이 일정 금액 이하인 소액 통장계좌에 대해서 계좌유지 수수료 부과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본사인 미국 씨티은행의 경우 기본 입출금 계좌에 대해 매월 최소 10~30달러의 계좌유지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씨티은행의 한 관계자는 “소액계좌 유지수수료 도입을 검토 중인 것은 맞지만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아직 도입 여부 자체가 미지수인 상황이기 때문에 소액 계좌의 기준, 수수료 부과액, 도입 시기 등 아무 것도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씨티은행 측은 ‘계좌유지 수수료 도입’ 카드를 꺼내 든 배경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장기 미사용 소액계좌 비중이 높아짐으로써 생기는 경제적 손실과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 등을 들어 은행 계좌 유지 수수료 도입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내 성인 1인당 은행 계좌 수는 평균 5.4개로 일본(7.2개)에 이어 2위 수준이다. 1년 이상 거래가 없는 '장기 미사용 계좌'는 전체 수시입출금 계좌의 50%인 1억700만 개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지난 2001년 제일은행(현 SC제일은행)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10만 원 미만의 원화 예금에 대해 월 2,000원의 계좌유지 수수료를 징수한 적이 있지만 고객들의 극심한 반발에 부딪혀 2014년 폐지됐다.

업계는 국내 소비자들이 계좌 유지 수수료에 대해 거센 반발심과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어 만약 씨티은행이 해당 제도 도입의 물꼬를 튼다 해도 향후 은행권에 확산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내다봤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새로운 수익창출 창구가 생긴다는 점에서 긍정적일 수는 있겠지만 고객들의 거부감이 상당할 것”이라며 “외국계 은행도 아닌 국내 은행이 섣불리 도입하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씨티은행도 과거 제일은행의 선례로 인해 도입을 꺼렸지만 최근 본사에서 하루 빨리 시행하라는 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한편 금융소비자연맹은 은행들이 예대마진이 줄어들자 국내에 취지도 맞지 않는 수수료 부과로 소비자에게 또 다시 부담을 전가하려는 의도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금융소비자연맹 강형구 금융국장은 "나라마다 환경이 다른데 해외에서 수수료를 도입했다고 해서 우리나라에도 도입해야한다는 근거는 없다"며 “전산 관리 비용을 이유로 소비자들에게 수수료를 받는 것은 부당한 일이며 수수료만큼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강 국장은 이어 "수수료 도입은 저금리시대에 줄어드는 수익에 대한 부담을 소비자들에게 전가시키는 행태"라면서 "소비자들의 인식과 수준에 뒤떨어지는 은행사의 영업 행태는 지극히 비난 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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