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호 칼럼] 누구나 알고 아무나 하는 인문학 ②

안녕하십니까. 여러분과 인문학을 함께 공부할 윤성호라고 합니다.

그간 문학, 역사, 철학 등 소위 인문학으로 불리는 공부를 하며 조금이나마 얻은 지식을 함께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왔습니다. 이번에 컨슈머치와 함께 독자 여러분을 찾아뵐 좋은 기회를 얻었습니다.

우선 인문학이 무엇인지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고, 종교와 예술과 철학이 어떻게 발생됐는지 살펴본 후 동·서양의 철학과 역사, 종교에 관해 고찰해보는 기회를 가졌으면 합니다.

<저자의 말>

주술과 예술·종교·철학, 어떻게 생겨났나?

인문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하는데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예술과 종교 그리고 철학의 기원에 대해 알아볼까 합니다. 예술·종교·철학은 인문학의 출발점입니다. 그 기원을 이해한다는 일은 매우 어려운 숙제이지만 체계적인 인문학 공부를 위해서는 고민할 가치가 충분합니다.

주술의 개념을 이해하고 가상과 현실을 파악하는 일이 선결 과제입니다. 우선 예술·종교·철학이 주술과 어떤 연관성을 갖는지 피상적으로나마 이해하도록 합시다. 어렵습니다. 영어 강의 <The origin of art>를 통해 예술의 기원을 공부하고 있는 만큼 함께 살펴보면 도움이 될 듯합니다.

이 글을 읽기 위해서는 주술과 가상에 대한 기초적인 개념정립이 필요합니다.

주술(呪術, magic) - 인간의 일상적인 문제를 초자연적인 특수 능력에 호소해 해결하려고 주문을 외거나 술법을 부리는 일.

MAGIC - the power to use supernatural forces to make impossible things happen(출처=Collins Cobuild dictionary) : 불가능한 일이 현실에서 일어나도록 하는 초자연적인 힘

주술행위 - 주술의 기법을 실행하는 행위

조선시대 궁중 암투 시 정적 등을 제거하기 위해 작은 허수아비를 만들어 바늘로 찌르거나 초상화를 그려놓고 활로 쏘는 행위를 하면 실제로 그 사람에게 변고가 생긴다고 믿고 실행한 것이 주술행위의 대표적 예.

가상(假想, imagine) - 사실이 아니거나 사실 여부가 분명하지 않은 것을 사실이라고 가정해 생각함. 의식 속에서 믿는 상상의 세계

IMAGINE - the idea that something exists or is happening, when in fact it does not exist or is not happening(출처=MACMILLAN ENGLISH DICTIONARY) : 실제로 존재하거나 일어나지 않는데도 그것이 실제로 존재하거나 일어난다고 믿는 생각

 

주술(MAGIC)에서 기원한 예술·종교·철학

인류 최초의 예술가와 철학가는 어떻게 태어났는가?

프랑스의 선사학자 앙리 브뢰이유(Henri Edouard Prosper Breui)는 가상과 현실을 이어주는 주술행위로부터 원시예술이 시작됐다고 주장했습니다. 그의 주장을 근간으로 주술로부터 생겨난 예술이 어떻게 종교로 발전하고 철학으로 연결되는가를 살펴보겠습니다.

 

주술(MAGIC), 가상이 곧 현실(가상의 세계를 현실로 인식)

인류의 예술은 주술(呪術)에서 비롯됐습니다. 원시인들은 가상과 현실이 필연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들은 이루고 싶은 가상을 현실에서 행하면 가상이 구현된다고 믿었기 때문에 소망하는 꿈을 현실에서 실제로 행했습니다.

이 행위가 주술입니다. '상상의 세계' 또는 '이루고 싶은 꿈'을 은유, 상징, 비유를 통해 실연(實演)하면 그것이 현실화된다고 믿었으니 그들에게는 가상이 곧 현실이었습니다.

초기 인류는 동굴에 동물그림을 그리고 그곳에 창을 던지는 등의 주술행위를 하면 현실에서도 그 사냥감을 확보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그들의 주술행위는 실제로 사냥을 한 것입니다.

따라서 그들의 주술행위는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창조'하기 위한 현대적 개념의 예술활동과는 거리가 멉니다. 많은 먹잇감을 획득하고 자손을 더 퍼뜨리려는 생존투쟁이었지만, 구석기인들이 주술활동의 일환으로 역동적인 들소나 풍만한 여인 등 자연과 인간의 특성을 아름답게 표현했으므로 현대적 관점에서는 예술 활동을 한 것과 다름 없습니다.

다만 당시 인류가 가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했고 예술활동을 한다는 인식이 없었으므로, 당시의 주술활동에 대해 예술은 예술이되 정식예술이 아닌 '원시예술'이라고 칭합니다. 구석기인들의 주술행위가 원시예술로서 인류 예술의 기원이 된 것입니다.

 

예술의 탄생, 현실과 가상의 분리(가상과 현실을 분리해 가상을 현실에서 재연)

인간의 두뇌가 점점 진화하는 가운데 드디어 인간의 이성은 가상과 현실 사이에 필연적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가상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이 현실 세계로 이어질리 없었습니다. 현실이 가상에서 분리되는 순간 예술이 탄생했습니다.

고대예술의 본고장 그리스. 그리스인들은 디오니소스 축제를 열었습니다. 그들은 디오니소스 축제에 신이 강림한다고 믿었으므로 현실과 가상은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어린아이가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철석같이 믿다가도 어느 순간 실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처럼, 그들의 신이 더 이상 강림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챘습니다. 그 후 디오니소스 축제는 현실과는 유리된 한편의 연극이 됐습니다.

이제 축제는 가상을 실현하는 주술적 제의에서 현실 속의 예술작품이 됐습니다. 그리스인들은 현실과 가상이 분리된 주술 활동을 통해 드디어 예술을 창조해냈습니다.

 

종교, 가상을 실현시켜줄 신을 창조(신을 만들어 가상을 현실에서 구현)

원시인류는 집단가무 등의 주술활동을 통해 사냥의 기술을 습득하고 부족 내부의 결속력을 높이는 성과를 거둬 가상이 곧 현실이라는 믿음이 굳건히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주술로는 소망이 실현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됐습니다. 주술로 소망을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인간은 주술보다 더 영험한 것을 갈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인간은 드디어 인간과 자연, 가상과 현실을 관장하는 강력하고 위대한 존재인 신을 만들어냈습니다. 인류는 자신들이 만든 이 위대한 존재의 권능에 스스로 매달리고 의지했습니다. 신을 내세워 가상의 소망을 실현코자 하는 종교 활동이 시작된 것입니다.

 

철학, 사물들 사이의 비유적 연관에서 탈피(가상과 현실을 분리해 현실의 본질을 탐구)

인간은 가상과 현실을 동일시하기 위한 주술행위로서 은유·상징·비유 등을 차용했으나 결국 가상과 현실은 분리된 것이라는 사실만 확인할 뿐이어서 현실 사물들에서 비유적 연관을 벗겨내고 그 본질을 찾고자 노력했습니다.

사물에서 비유를 벗겨내고 본질을 탐구하는 학문이 철학입니다. 당시 철학은 자연현상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자연철학으로 명명됐습니다. 당시의 자연철학은 그 시대의 모든 학문적 성과를 총동원해 사물의 궁극적 모습과 원리를 밝혀야 했으므로 역사·물리·생물·화학 등을 모두 포함하는 학문의 왕이었습니다.

 

주술·예술·종교·철학의 시대적 변천

가상과 현실이 혼돈된 주술 및 종교, 가상이 현실에서 분리되면서 생겨난 예술, 가상을 벗어나 현실의 본질을 파악하려는 철학. 이 모두는 각 시대를 거치면서 저마다 위세를 떨쳤습니다.

고대 그리스시대는 종교마저도 예술적 형상의 대상인 예술의 시대였습니다. 중세시대는 예술을 종교에 종속시키고 철학을 종교의 시녀로 만들었던 종교의 시대였습니다. 현시대는 과학의 모습으로 변화한 철학이 인간 위에 군림한 과학 철학의 시대입니다.

 

※저자 윤성호

인문학 대중화를 통해 사회공헌을 추구하는 인문학 글쓰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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