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 도용 의혹 제기…대웅 측 "'나보타' 미국 출시 지연 작전 의심"

[컨슈머치 = 송수연 기자] 최근 국내 제약사간 ‘보툴리눔톡신(보톡스)’의 균주 출처를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미국시장을 바라보는 대웅제약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국내 보톡스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메디톡스, 휴젤, 대웅제약은 한 달이 넘게 보톡스 균주 관련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대웅제약과 메디톡스간 공방이 수차례 이어지자, 공방에 식품의약안전처가 중재에 나섰으며 경찰 수사까지 진행됐지만 업체간 신경전은 여전한 상태다.

▶‘균주' 출처 두고 이전투구

이들 간의 불화는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내 보툴리눔톡신 업체들이 실생활에서 독소를 발견했다는 신고를 받은 질병관리본부가 역학조사를 하지 않은 점을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대웅제약은 2010년 경기도 용인의 한 토양에서, 휴젤은 부패한 통조림에서 독소를 분리, 배양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 해명에 메디톡스는 대웅제약과 휴젤의 균주 출처에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의 균주 염기서열이 자사와 일치한다면서 균주 도용 의혹의 뉘앙스를 풍기며 대웅제약에 염기서열 공개를 촉구했다.

메디톡스의 균주는 지난 1970년 미국 위스콘신대 보툴리눔 세균을 국내로 가져와 개발한 것으로 이 균주는 미국 서부에서 발견돼 지리적으로 다른 국내 환경에서는 발견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웅제약 측은 도용 의혹에 적극 반대입장을 밝히며 메디톡스의 균주 관리체계의 부실을 언급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보툴리눔톡신 기술력은 균주 출처가 아닌, 단백질 분리 정제 기술이 핵심”이라며 “메디톡스가 균주 출처 논란을 만들어 경쟁사의 핵심기술력을 탐색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메디톡스의 언급처럼 해당 균주는 1g만으로도 만 명 이상이 죽을 수 있는 위험한 물질"이라면서 "현행 균주관리체계 상 보툴리늄톡신 균주는 3중 잠금장치, 내부 확인점검 의무 등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어 분실 사실도 모른다는 것 자체가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나보타 미국 진출, 암초 만나나

다툼이 아직 진화되지 못한 가운데 대웅제약은 자체 개발한 A형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가 미국 진출을 앞두고 있다.

나보타는 현재 미국 임상 3상을 완료된 상태로, 대웅제약은 향후 임상시험과 유통을 지원하는 파트너사로 에불루스로 선정해 미국 진출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임상 완료 후, 현재 데이터 추출 자료를 만드는 작업만 남은 상태다. 허가 받는 기간이 1년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2018년 진출을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며 “국내 제약사 중에서는 가장 빨리 미국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보톡스 균주 기원에 대한 논란이 미국 진출의 걸림돌이 되는 것은 아닌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웅제약은 미국 진출에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며, 이번 논란을 둘러싼 메디톡스의 의도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균주 기원, 염기서열을 따지기보다 균주의 단백질을 제거하고 정제해 얼마나 더 효과적인 톡신으로 활용하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균주 논란은 미국 진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이 시장은 일주일만 먼저 출시해도 시장점유율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메디톡스가 나보타의 미국 출시를 지연시키기 위한 작전을 쓰는 것 같다"면서 "예컨대 국내 제약사들이 제네릭(카피약)을 먼저 출시하기 위해 특허소송을 걸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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