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넷마블과 함께 하반기 IPO(기업공개) 시장 최대어로 평가 받던 두산밥캣이 험난한 여정을 뚫고 오늘(18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성공적으로 입성했다.

두산밥캣의 상장 기대감으로 전날부터 모회사 두산인프라코어(회장 박용만)의 주가가 들썩이더니 18일 오전 10시 39분 현재 두산밥캣은 시초가(3만6,000원)보다 0.14% 오른 3만6,050원에 거래되며 상장 첫날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두산밥캣의 상장 과정은 그야말로 한 편의 ‘기사회생’ 드라마였다. IPO시장에서 기대치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고, 실망이 컸던 만큼 반전의 기쁨도 짜릿했다.

▶반전의 반전…트럼프에 울고 트럼프에 웃고

코스피 입성을 코 앞에 두고 두산밥캣은 지난 8~9일 진행된 공모주 청약 때부터 호된 신고식을 치워야만 했다.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 마감 날짜가 공교롭게도 미국 대통령 선거 날짜와 겹치면서 악수로 작용했다.

각종 언론 및 전문가 예상과 다르게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을 꺾고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 자리에 당선되면서 이른바 ‘트럼프 쇼크’가 국내 증시 전반을 뒤흔들었다.

이 날 결국 두산밥캣은 최종경쟁률 0.29대 1을 기록하며 공모액의 3분의 1도 채우지 못하는 굴욕을 겪어야만 했다.

대표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 한 관계자는 “미국 대선 영향으로 오전부터 주식시장이 급락했고, 이로 인해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일반투자자의 두산밥캣 공모주 투자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 하루 만에 상황은 다시 반전됐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두산밥캣’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진 것.

다음 날 트럼프의 선거 공약(세금인하, 관세율인상, 인프라투자 확대)에 따라 북미에서 60%이상 매출을 올리고 있는 세계 1위 소형 건설중장비 업체 두산밥캣이 관련 수혜주로 부각되면서 청약미달로 발생한 429만 여주의 실권주를 기관 투자자들이 싹쓸이해 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두산밥캣의 지분을 보유한 두산인프라코어는 물론이고 실권주 물량을 모두 떠안을 뻔 했던 한국투자증권 역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유재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가 공약으로 제시한 데로 기업법인세가 38%에서 15%수준으로 낮아진다면 두산밥캣(지분 59%)의 연간 당기순이익은 600억 원 증가할 수 있다. 또한 관세율이 상승할 경우 경쟁사인 쿠보타(Kubota)의 제품 가격이 상승하면서 두산밥캣의 시장점유율이 확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와신상담’ 두산밥캣, 공모가 낮춰 상장 성공

두산밥캣이 상장 추진 과정에서 고비를 겪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수요 예측에 실패하면서 상장을 한차례 연기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 공모 물량은 줄이고 공모가 역시 40% 가량 내려 잡았다.

당시 두산밥캣 관계자는 “공모 물량이 많았던 점 등 몇 가지 시장 여건과 맞지 않은 요인들이 있었던 것 같다”며 “이를 감안해 공모 물량 등을 시장 친화적인 구조로 조정해 IPO를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올해 하반기 IPO시장에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두산밥캣의 예상치 못한 수요예측 부진과 상장 연기 결정은 시장에 충격을 주기 충분했다.

두산인프라코어 등 두산그룹 계열사의 자금조달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두산그룹주가 줄줄이 하락했고, 신용등급 하락 우려까지 제기됐다..

두산인프라코어 측은 “공모물량 조정 등으로 확보하는 자금 규모에 차이는 있겠으나, 재무구조 개선에 차질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우려의 불씨는 좀처럼 꺼지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IPO시장의 투심이 냉각 기조를 이어가는 상황 속에서 공모주 청약 미달 사태까지 벌어지자 완벽한 흥행 실패로 돌아갈 것 같던 두산밥캣 IPO가 트럼프 수혜주 효과로 결국 반전드라마를 이뤄냈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서의 정책변화 기대감에 힘입어 상장 후 탄력적인 주가흐름 나타낼 것"이라며 "공모가 3만 원을 기준으로 상승여력 40% 있다. 두산밥캣의 적정가치는 4만2,000원 정도"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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