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마케팅' 적극 활용…오히려 '미투', '짝퉁' 등 부정적 이미지 부추겨

[컨슈머치 = 송수연 기자] '싸고 좋은' 제품으로 로드숍 화장품 시장을 이끌었던 에이블씨엔씨 미샤가 경쟁업체에 밀려 입지가 점차 좁아지는 형국이다.

▶실적 뒷걸음질…성장동력 잃었나

국내 브랜드숍 시장은 해를 거듭할수록 신규 사업자가 늘어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미샤는 올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78% 감소한 3억 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익도 적자로 돌아섰다.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히트 상품 부재로 매출이 부진한 가운데 색조 비중 확대로 매출총이익률이 하락, 3분기 별도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부진했다”면서 “‘라인 콜라보’가 지난 8월 종료된 후 미니언즈 캐릭터 제품을 출시했지만 판매가 여의치 않은 상태로 앞으로 히트 상품이 나오지 않는 한 외형적인 성장률 제고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1분기 '라인 콜라보'가 대박을 쳤으며, 이탈프리즘도 없어서 못 팔았을 정도였다. 올 F/W시즌에는 텐션 펙트 등이 히트에 성공했다”고 해명했다.

▶길거리 주름잡던 미샤…업계 1위 '저 멀리'

지난 2002년 이화여자대학교 앞에 첫 직영 매장을 오픈한 미샤는 이후 2003년 ㈜에이블씨엔씨로 사명을 변경하며 사업을 확장했고, 현재는 해외까지 진출한 상태이다.

미샤가 성공을 거두자 이를 가로 막겠다고 나서는 경쟁업체들이 잇따라 출현했다. 2003년 더페이스샵을 시작으로 이니스프리, 잇츠스킨 등이 로드숍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샤는 시장을 선점한 효과로 2000년대 초반까지 동종업계 가운데 소비자들에게 가장 큰 사랑을 받는 브랜드였다.

2005년 더페이스샵에게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지만 미샤는 2007년 말 비비크림을 히트시키며 건재함을 과시했고, 고가의 브랜드 제품과 유사한 성능의 신제품을 꾸준히 출시하는 등 국내 최초 로드숍 브랜드라는 그 '이름값'을 해 왔다.

그러나 최근 미샤의 모습은 이전만 못한 것이 사실이다. 2013년에 업계 1위 자리를 더페이스샵에 넘겨줬고 2014년 이후로는 이니스프리에게도 밀리면서 자존심을 구겼다.

시장점유율에서는 극명하게 희비가 갈린다.

지난달 ㈜에이블씨엔씨가 공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이니스프리, 에뛰드)과 LG생활건강(더페이스샵)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32.9%, 17.1%다. 반면, ㈜에이블씨엔씨는 그보다 한참 떨어진 3.5%에 불과했다. 

사실상 미샤는 현재 1위, 2위를 다투기보다 3위, 4위 경쟁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비교 마케팅 독일까

미샤는 그동안 고가 제품들과 유사한 효과를 내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에 제품을 출시해 국내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이끌냈다.

하지만 미샤가 해당 제품들을 출시하면서 홍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 바로 ‘비교 마케팅’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0년 SK-II의 스테셀러이자 베스트셀러인 피테라에센스와 닮은 ‘더 퍼스트 트리트먼트 에센스’를 내놓았다. 유사한 패키지, 유사한 성능이지만 가격 차별화에 성공해 큰 인기를 모았다.

   
 

또 ‘갈색병’으로 불리고 있는 에스티로더 나이트리페어 에센스와 유사한 ‘보라색’병의 에센스 제품을 내놓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이어갔다. 미샤의 스테디셀러 제품으로 자리잡을 만큼 이 제품도 성공적이었다.

이후에도 DHC 딥 클렌징과 시슬리 아이크림을 겨냥한 미투·비교마케팅을 계속해 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샤의 일련의 '비교 마케팅'이 오히려 ‘저가’, ‘미투브랜드’ 혹은 ‘짝퉁’ 등의 부정적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심어주게 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한 투자자는 “오너프리미엄과 뷰티넷 충성고객은 미샤의 엄청난 재산”이라면서도 “마케팅의 비효율, 비교 마케팅으로 인한 브랜드 가치 손상, 케이스 디자인 문제, 저마진으로 인한 손실 및 재투자 여력 미비 등 악순환이 고착화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서영필 대표 역시 본인의 SNS에 비교마케팅에 대한 회의감을 보였다.

서영필 대표는 “2010년 SK-II와 비교마케팅을 시작했고 일정의 성과는 있었지만 결국 그때를 기점으로 미샤가 변질되기 시작했다”며 “이런 사실을 자각했지만 자각만으로 뭐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은 또 하나의 함정”이라고 심경을 나타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이블씨엔씨의 한 관계자는 “기업이미지에 대한 것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며 “미투라는 표현 자체가 약간 부정적인데, 만약 오리지날 제품과 혼동이 되고 시장에 피해를 준다면 그것은 지양해야 하는 게 맞지만 예컨대 미샤의 보라색 병은 에스티로더 갈색병과 혼동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계속해서 그는 “미샤 제품임을 분명히 알고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많은 데다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 준 것”이라며 “오히려 소비자 입장에서는 혁신이라고 볼 수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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