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모델 교체 정체성 확립 의문…손예진·박주미 한류 겨냥엔 역부족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화장품업계 에이블씨엔씨(회장 서영필)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에이블씨엔씨의 대표 브랜드숍 ‘미샤’는 후발주자인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에 1위 자리를 뺏긴 이후 아모레퍼시픽 브랜드 ‘이니스프리’에도 밀려 업계 3위로 내려앉았다.

선두권 경쟁에서 멀어진 미샤는 이제 중위권 업체 에뛰드, 토니모리, 잇츠스킨 등의 추격을 받으며 3위 방어전에 애쓰는 신세로 전락했다.

한때 로드숍 업계에서 신화로 불리던 미샤가 부진을 이어가는 배경을 두고 업계 전문가들은 여러 가지 분석들을 내놓고 있다.

그 중에서도 ‘3,300원’으로 대변되는 저가 이미지 탈피를 위해 무리하게 고급화 전략을 내세운 것이 가장 큰 패착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마디로 초심을 잃었다는 것.

여기에 타사와 달리 장기적으로 일관된 모델 선정을 통한 이미지 정립을 제대로 못한 것도 실이 됐다는 평가다. 호화롭기는 하지만 중구난방인 광고 모델 기용은 가격 대비 비효율적인 마케팅이라는 지적도 잇따랐다.

초기부터 보아, 장동건, 원빈 등 당대 톱스타를 모델로 기용해 재미를 톡톡히 봤던 미샤는 2009년 김혜수와 이병헌을 남녀 전속모델로 발탁한데 이어 당시 신예였던 김별까지 기용해 3인 3색 콘셉의 광고를 선보였지만 당시 소비자 반응은 미미했다.

2011년에는 김혜수, 동방신기, 이혜상과 함께 당시 ‘하이킥3’로 인기가 오른 박하선을 모델로 발탁하며 미샤의 이미지를 대변해 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사측의 바람과 달리 강인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이후 2012년 5월에는 배우 고준희를, 같은 해 11월 가수 보아를 2003년과 2006년에 이어 다시 전속모델로 선정하는 등 단기간에 다수의 모델 기용을 남발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외에도 신민아, 공현주 차예련, 아이비, 윤진이, 한예리, 신재이, 길은혜, 레인보우 등 미샤를 거쳐간 얼굴들은 셀 수 없이 많지만 연령부터 이미지까지 일관되지 않은 모델 선정으로 미샤만의 정체성을 확립하는데는 실패한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미샤는 전속모델 손예진을 대표 얼굴로 내세움과 동시에 한방화장품 라인에 40대 배우 박주미로 기용해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힘쓰고 있다. 여기에 올해 신인 배우 박소담과 걸그룹 피에스타까지 모델로 가세시키며 여전히 한꺼번에 여러 명의 모델을 활용하는 방식을 고수 중이다.

미샤 관계자는 “박소담, 피에스타와는 계약이 이미 종료됐다”며 "현재 미샤의 모델은 손예진과 박주미 단 두 명뿐이며, 경쟁업체인 아모레퍼시픽의 모델 수와 비교해도 한꺼번에 여러 명의 모델을 기용한다는 지적은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브랜드나 제품 콘셉트에 맞는 모델이 있다면 필요에 맞게 모델로 기용하고 있는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니스프리의 윤아, 더페이스샵 수지 등과 비교해 대표 얼굴 이미지가 없던 미샤는 손예진을 통해 어느 정도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중국 등 해외에서 인기 있는 한류 아이돌 기용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경쟁업체들과 달리 미샤의 손예진 효과는 내수용에 그친다는 것이 단점으로 제기된다.

실제로 이니스프리, 더페이스샵뿐 아니라 더샘(샤이니), 에뛰드하우스(크리스탈), 네이처리퍼블릭(엑소), 토니모리(현아) 등 대다수의 로드숍 브랜드는 글로벌 마케팅까지 겸하기 위해 활용도가 높은 아이돌 모델을 뮤즈로 기용하는 추세다.

한편 지난 2013년 한 소비자가 SNS 통해 "조금 더 저렴한 미샤 제품을 만나고 싶은 가난한 학생 소비자로서 광고료 지출을 낮추길 바란다"는 의견을 제시하자, 서영필 회장은 "미샤의 연간 매출액 4,000억 원 중 모델이 차지하는 비용은 무시해도 될 정도"라고 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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