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희망가 시장가 간극, 흥행 실패…주주총회 안건 두고 노사 갈등 격화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있는 현대중공업그룹이 현재 표류하고 있는 하이투자증권 매각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낙하산 인사와 구조조정을 둘러싼 노조와의 갈등 등으로 악재만 첩첩 쌓이는 모양새다.

▶“낙하산 인사 감싸주고 구조조정 강요하는 주총안건 반대”

지난달 30일 오전 부산 해운대 벡스코 전시콘벤션센터에서 하이투자증권 주주총회가 열렸다.

이날 주총에는 점포통폐합 권한 대표이사 위임, 사내이사 선임 등의 안건이 포함됐는데, 이를 두고 노조는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하이투자증권지부는 주총 당일 주총현장 근처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안건에 대한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 출처=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노조 측은 "매각 불발의 책임을 리테일에 전가하면서 임금삭감과 지점통폐합의 고통분담을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했다"면서 "대표이사에게 지점통폐합의 전결 권한을 주겠다는 안건은 결과적으로 '묻지마식' 일방적 영업조직 축소를 낳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노조 측은 리테일 T/F의 일방적 강행과 성희롱 발언으로 조직 내 갈등을 유발시킨 양동빈 전무가 사내이사로 선임된 것에 대한 크게 반발했다.

이미 증권사 경영진으로서 최소한의 자질과 덕목을 갖추지 못해 사회적 지탄을 한 몸에 받은 임원을 내부의 극심한 반대를 무릅쓰고 재임명한 현대중공업의 경영방침에 의문을 제기한 것.

노조 관계자는 “지점통폐합 전결 권한 대표이사 위임과 사내이사 선임 등 두 안건은 회사를 위해 피땀 흘려온 노동자들에게 일방적 영업조직 축소에 나서겠다는 회사의 답”이라며 “노조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양동빈 전무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것은 불통 경영”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에 대해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리테일 T/F에서 나온 안건을 통해 현재 문제점의 개선책을 찾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관점에서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해야 하는데 노조 측에서는 무조건 구조조정과 연관 지으며 반발하고 있어 답답한 상황“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양동빈 전무의 사내이사 선임 건은 사내이사 자리에 공석이 발생하면서 책임경원차원에서 선임한 부분”이라며 “그 외에 다른 어떠한 의미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팔아야 하는데” 지주사 전환 현대중공업, 매각 ‘골머리’

현대중공업은 조선업 불황에 따른 자구책으로 지난해 하이투자증권 매각을 결정했지만 시장에서 매력적인 매물로 평가 받지 못하면서 매각의 난항을 겪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08년 CJ투자증권을 7,500억 원에 인수해 간판을 바꿔 달고 4,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까지 단행해 총 1조1,500억 원을 투자한 상황이다.

   
 

문제는 본격적인 매각 의지를 표명했음에도 판매 희망가와 시장가의 간극을 좁히지 못하면서 마땅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는데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 하이투자증권의 시장가는 5,000억 원에서 6,000억 원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해 9월 하이투자증권 예비입찰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던 사모펀드(PEF) 인베스투스글로벌이 인수의사를 철회하고, 단독 인수후보자였던 LIG투자증권마저 적극적인 인수 의지를 보이지 않는 등 흥행에 실패에 하면서 매각이 보류됐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현대중공업이 분할로 신설하는 현대로보틱스가 지주회사가 됨에 따라 하이투자증권에 대한 매각 부담감은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다.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소유할 수 없다는 금산분리 금지법에 따라 지주회사로 전환한 뒤 2년 내 증권사 지분을 반드시 매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현대미포조선을 통해 지분을 갖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금산분리법 조항에 따라 2년 내 보유한 하이투자증권 지분 85.3%를 정리해야 한다. SK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으로 SK증권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것.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결국 현재 답보상태에 놓인 하이투자증권 매각이 헐값에 이뤄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 밖에 없지 않겠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한편 성기종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지분 7.98%와 하이투자증권 85.3%는 매각 가능성이 높은 자산”이라며 "하이투자증권도 채권단과의 자구안 계획에 따라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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