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이용석 기자] 요즘 통장 하나 만들려면 보통 일이 아니다. 소비자들의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기자도 통장을 개설하러 갔다가 요구하는 서류 개수에 혀를 내두르고, 집에 방치돼 있던 통장을 다시 찾게 됐다.

개인사업을 하는 기자의 한 지인은 통장을 발급하다 지쳐 하소연했다. 지인은 법인 통장을 만드는데 필요한 서류와 과정이 이전보다 훨씬 복잡해졌다고 토로했다.

기존에는 신분증, 사업자등록증, 인감증명서, 법인등기부등본, (대리인일 경우) 위임장 정도면 발급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방문한 한 시중은행에서는 위 서류에 더해 사무실 임대차 계약서, 법인정관, 통장 발행목적 증명, 대리인 신분 확인까지 요구했다.

지인은 통장을 발급받기 위해 은행을 수차례 오갔으며, 서류 준비에 이틀을 허비했다. 서류를 준비해 점심도 굶어가며 찾아간 은행에서는 통장 발급까지 1시간정도 소요될 것이라는 말을 듣게됐다.

지인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대포통장 잡으려다 사람 잡겠구나 싶다.

핀테크, 무인 점포, 생체 인증, 로보 어드바이저…

가장 보수적인 업종으로 일컬어지던 국내 금융시장은 최근들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홍채로 본인 인증을 하고, 지문으로 송금하고, 최근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을 이용하면 터치 몇 번으로 대출까지 받는 세상에 통장 발급은 왜 시대를 역행하는가.

기준금리는 그대로인데 시중은행은 가산금리를 올리고, 이런저런 명목으로 가랑비에 옷 젖듯이 수수료를 걷어가도 꿈틀대는 금융시장의 변신을 기대하며 넘어갔건만 통장 하나 만드는데 금쪽같은 점심시간까지 할애해야 하는가

한편으로는, 통장 개설에 이렇게 많은 힘이 드는데, 하루가 다르게 간소해지는 현재 금융 시장을 보면 과연 안전은 보장될런지 의구심이 든다.

금융권이 통장 발급과 같은 기본적인 업무에서 서류와 검증이 늘어나고 있는데, 스마트폰 하나에서 입력 몇 번, 터치 몇 번으로 이뤄지는 최근 기술들에 대해 소비자들은 불신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당장 화폐가 없어진다는 미래 금융시장에서는 당장 주머니에 넣고 다닐 지갑을 지킬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개인정보, 금융정보를 지키는 것이 필수다.

이 정보를 가장 많이 다루는 업종은 바로 금융업이다.

은행을 비롯해, 증권, 보험, 카드 등 업종을 막론하고 모든 기업들이 핀테크에 열을 올리고 있다.

더 빠르고 참신한 기술로 소비자 편의를 증대시키는 것과 동시에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안전한 기술들이 소개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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