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한투 등 대형 증권사 입찰 불참…사 측 "고용승계·경영안정성 최우선 인수 조건"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SK증권 인수전이 케이프투자증권 등 3파전으로 압축된 가운데 SK증권 노조 측이 인수후보자 모두 자격 미달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6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SK증권지부는 오후 5시 SK그룹 본사 앞에서 ‘SK증권 졸속매각 규탄 결의대회’를 열고 노동조합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매각과정에 문제를 제기했다.

노조 측은 “그동안 SK그룹은 매각을 추진 과정에서 노조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인수자를 찾겠다고 밝혀 왔다”며 “그러나 이번 적격인수후보 선정과정은 노동조합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됐다”고 지적했다.

SK그룹의 매각주관사인 삼정KPMG이 밝힌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는 케이프투자증권, 큐캐피탈파트너스, 호반건설 등 3곳이다. 당초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미래에셋그룹과 한국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 하나금융투자 등 대형 증권사들은 모두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인수후보자 중 특히 호반건설의 참여는 누구도 예상 못한 복병으로 꼽힌다. 국내에서 건설사가 증권사를 인수한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탄탄한 재무건전성을 자랑하는 중견 건설업체 호반건설은 높은 현금유동성을 바탕으로 사업다각화 측면에서 SK증권 인수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SK증권 노조 측은 호반건설이 부실시공 및 불법 분양 광고 논란, 하청업체 대금을 멋대로 깎았다가 공정위에 적발 등 ‘갑질’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이유에서 인수후보자로 적합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또한 케이프투자증권과 큐케피탈파트너스는 전반적으로 고용 안정성이 보장될지 미지수라는 점에서 직원들의 신임을 얻지 못하고 있다.

케이프투자증권은 LIG투자증권을 인수한 후 자체 평가 기준에 미달한 직원들의 임금을 삭감해 잡음을 일으킨 전적이 있는데다 큐캐피탈파트너스는 ‘구조조정 전문회사’라는 인식이 확고하다.

이규동 SK증권 노조 지부장은 “금융업 역량이 검증되지 않았거나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큰 업체가 적격 예비후보 명단에 올라있는 것을 보고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었다”며 “시간에 쫓겨 졸속으로 매각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 관계자는 “노조 측에서 주장하는 불만과 우려의 부분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재계 3위 SK 기업에 다니다가 현재 선정된 3곳 업체로 넘어가게 되는 것이 만족스럽지 못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직 숏리스트가 선정된 것일뿐 최종우선협상자는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극단적인 불만을 표출하는 것은 매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무엇보다 현재 우리가 SK증권을 팔고 싶어서 파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 않는가. 공정거래법상 해소되야 할 부분이 있어 매각을 진행하는 것이며, 그런 부분에서 어려움이 많다"고 덧붙였다.

다만 SK측은 노조의 걱정과 달리 고용승계와 경영안정성을 최우선으로 보고 인수 후보를 선정 중에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SK㈜ 관계자는 "현재 인수후보 3개 업체를 예비실사 중인 가운데 3개 업체 모두 구성원의 고용안정을 제1조건으로 약속하고 있은 상황이다. 또한 장기적으로 SK증권를 키울수 있는 비전도 우선순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SK측은 SK증권 매각주관사인 삼정KPMG는 예비실사를 거친 뒤 오는 25일경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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