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올해로 창립 50주년은 맞는 DGB대구은행의 포부는 남달랐다. 앞으로 100년을 은행으로 향하는 초우량 지방은행으로서 반세기 안에 글로벌 100대 은행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초석을 다진다는 거창한 목표도 세웠다.

또한 50주년 기념 및 지역민의 아낌없는 지지와 사랑에 감사하는 의미를 담아 사측과 임직원들이 함께 독도탐방, 급식 봉사활동, 전시회, 힐링콘서트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도 이행했다.

그러나 최근 터져 나온 대구은행 간부들의 계약직 여직원 성추행 파문은 이러한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기에 충분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50년간 사랑 받던 향토기업 이미지와 신뢰에도 커다란 타격을 줬다.

이번 대구은행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밝혀진 가해자만 무려 4명이다. 이들은 상습적으로 회식자리 혹은 근무시간 외에 따로 여직원들을 불러내 강제로 입맞춤하고 모텔로 끌고 가는 등 추행을 일삼았다. 

특히 자기 목소리를 내기 힘든 환경에 놓여 있는 계약직 여직원들을 상대로 수 차례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일삼았다는 점에서 더 악질적이라고 볼 수 있다.

더욱 실망스러운 건 은행 측의 사후 대처다. 피해 여직원들이 주변 동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본점까지 소문이 돌자 제보자 색출에 나서는 등 사건을 은폐하기 위한 대책회의를 연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

또한 피해 여직원을 물론 전 직원에게 이번 성추행 사실을 외부에 발설하지 말 것을 지시하는 등 곪아터진 조직문제를 뿌리뽑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 쉬쉬하며 내부 입막음을 하기 급급했다는 사실은 여론의 분노를 키웠다.

논란이 커지자 박인규 행장을 비롯한 임원들은 부랴부랴 기자회견을 열고 고객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했다. 최근 발생한 불미스러운 일로 지역 사회와 고객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내용이 서두였다. 

해당 사건과 연관된 피해 직원들에게도 진심 어린 위로와 함께 직원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덧붙이긴 했지만 사과의 대상이 ‘피해직원’이 아닌 ‘고객’들을 향해 있다는 점은 진정성에 의문부호를 남기기에 충분했다.

대구은행은 철저한 조사를 통해 원칙에 따라 가해 간부직원들을 엄정하게 처리할 것이며, 재발방지를 위해 은행장 직속의 인권센터를 설치, 성희롱 예방 및 남녀 양성평등 구현, 뼈를 깎는 조직 문화 혁신 등 대책을 신속하게 수립하겠다는 다짐도 밝혔다.

50년 역사를 자랑하는 대구은행 규모의 기업에서 2017년 현재까지도 조직 내부에 성희롱 예방 시스템이 부재했다는 사실에 대한 놀라움과 탄식은 차치하고라도 이번 일을 계기로 직장내성희롱이 발생하는 고용환경을 근본적으로 뿌리 뽑아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도 제대로 완수해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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