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인사·묻지마 투자 주요 쟁점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금융권을 겨냥한 국정감사가 한창인 가운데 최근 IBK기업은행(은행장 김도진)이 낙하산 인사, 부실한 투자 검토 등 각종 비리 의혹에 대한 국호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제작자 ‘갑’ 투자자 ‘을’...기묘한 관계

영화, 드라마 등 문화콘텐츠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기업은행이 한 영화 제작에 거액을 투자하는 과정에서 허술하고 형식적인 검토를 하는데만 그쳤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영화 제작사로부터 투자 관련 자료도 안 받은 상태에서 정부 입김에 의해 예비검토보고서부터 작성했다는 주장이다.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선숙 국민의당 의원이 확보한 기업은행 작성 ‘투자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0월 기준으로 기업은행은 11편의 영화에 총 46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지난해 개봉한 영화 <인천상륙작전>에 투자한 26억2,500만 원을 포함하면, 기업은행의 영화투자 총액은 72억2,500만 원으로 늘어난다.

이 가운데 <연평해전>과 <인천상륙작전> 두 영화 투자금액만 36억2,500만 원으로 전체 영화 투자금액의 50%가 넘어선다.

<인청상륙작전>과 <연평해전>을 제외한 영화의 한 편당 평균 투자금액이 3억4,000만 원에 불과한 것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두 영화에 거액의 투자가 이뤄진 셈이다.

그러나 영화에 투자를 결정하는 과정은 그 어느 때보다 허술하기 짝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상륙작전> 제작사가 기업은행에 보낸 ‘제작비 예산서’, ‘손익분석표’ 등 기초 자료가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기업은행은 예비검토보고서를 작성을 마쳤다.

다시 말하면 예비검토보고서에 포함된 ‘사업수지 분석’, ‘관객수 추정’, ‘예상수익률 추정’ 등에 필요한 근거 자료 대부분을 기업은행이 자체적으로 작성한 것이라는 이야기다.

또한 제작사가 제출한 단 한 장 분량 ‘예상수익표’를 근거로 20억 원이라는 거액의 투자보고서를 작성했으며, 개봉 한 달 전 ‘출연배우 미정’으로 작성된 수정예산서를 근거로 6억 원의 추가 투자도 단행했다.

이렇게 총 26억 원의 투자를 결정하면서 260만 원의 대출 절차보다도 못한 과정을 거친 것이다.

박선숙 의원은 “투자 심사 절차도 끝나기 전에 제작사 측에서 투자 확정 사실을 공개한 정황도 파악됐"‘며 ”이는 기업은행의 투자 절차가 이미 결정돼 있었고, 심사 절차는 지극히 형식 요건에 불과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투자를 요청하는 제작사의 관련 자료가 지극히 부실한 것에 대해 기업은행 측은 “영화계 관행"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지난 2015년 11월 9일 작성된 계약서는 기존의 관행과 달리, 기초적인 내용조차 적시하지 않아 개봉을 한 달 앞둔 지난해 6월에 수정됐다. 심지어 수정된 계약서는 기업은행에 더 불리하고, 제작사에 더 유리해진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추가투자 요청 공문을 보면 오히려 투자를 요청하는 제작자가 갑이고, 투자자가 오히려 을로 이해되기 충분하다”며 “영화 투자 및 지원 과정에서 이례적인 절차 위반이나 심사 생략 등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문제점이 많이 드러나고 있는 것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건전 영화 보급 확산 지시와의 상관관계에 대해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도진 기업은행장은 "지적사항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향후 대처에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관련 조사 요구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반면 본지와 통화를 통해 기업은행 한 관계자는 “내부의 정당한 투자 심사 과정을 거쳐 결정 내린 것일뿐”이라고 일축했다.

▶국감 단골 ‘낙하산 인사’ 오명 여전…“5년간 41명”

앞서 여러번 지적된 낙하산 인사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이 IBK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기업은행 및 자회사 임원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기업은행 및 자회사에 임원으로 재직 중인 정치권, 금융관료, 행정부 출신 인사가 총 41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새누리당(한나라당 포함) 7명‧대선캠프 3명‧청와대 3명 등 정치권 출신이 17명인 것으로 집계됐으며, 기획재정부(재경부 포함) 8명‧금융위원회 3명‧금융감독원 2명 등 금융관료 출신이 14명, 여성부 2명‧외교부 2명‧행안부 2명 등 행정부 출신도 10명 포함됐다. 

이들은 현재 기업은행 감사 및 사외이사, IBK캐피탈 부사장 및 상근감사위원‧사외이사, IBK투자증권 사외이사, IBK연금보험 부사장 및 감사‧사외이사 등으로 재직 중이며, IBK신용정보의 경우 대표이사 및 부사장 6명이 전원 낙하산으로 나타났다. 

김해영 의원은 “그동안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에 전형적인 나눠 먹기 식 보은인사가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은 대부분 사외이사와 감사를 맡았는데, 회사의 준법 경영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자리를 이처럼 낙하산 인사로 메운 것은 제도 취지에 반하고 국민 정서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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