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국내 기업들의 3분기 실적 발표 러쉬가 이어지고 있는 요즘, 주요 카드사들도 하나 둘 성적표를 내놓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 악화된 업황에도 불구하고 올해 상반기까지 꾸역꾸역 선방하던 카드사들이지만 이번만큼은 표정이 더욱 어둡다.

상반기에는 일회성 이익이나 회계처리 기준 변경으로 이익이 증가한 듯 보였지만 이번 분기에는 실적 악화가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따른 실적 악화가 본격화되고 있는데다 올해 8월부터 가맹점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영세·중소 가맹점 범위가 확대되면서 타격이 크다고 울상이다.

하지만 알고보면 이들 카드사들의 돈이 새고 있는 곳은 따로 있다. 바로 재벌 기업들의 호주머니이다.

자유한국당 김한표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삼성카드, 신한카드, 하나카드, 현대카드, KB카드, 롯데카드, BC카드 등 7개 카드사들이 올해 대형 가맹점에 제공한 마케팅 비용은 총 1조2,000억 원을 넘어선다.

문제는 그렇게 마케팅 비용을 몰아주고 얻은 수수료 수입이 1조4,000억 원에 불과해 실제로는 2,000억 원을 약간 넘는 수익을 올린 것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더욱이 자금조달비용, 밴사에 지불하는 수수료 등을 모두 빼면 카드사들은 오히려 적자를 보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뿐만 아니라 카드사들은 영세가맹점에 비해 대기업 가맹점에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다. ‘슈퍼 갑(甲)’인 대형 가맹점들이 카드사와의 개별 협상을 통해 수수료율을 정하기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정부는 지난 8월부터 영세 가맹점을 위해 우대수수료율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등 상생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투 트랙으로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율 하한선 도입 등 정상화 방안도 마련해야 진정으로 영세·중소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 부담이 덜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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