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학력·근무처·직위 및 지원자 주거형태까지 요구…블라인드 채용 먼나라 얘기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최근 문재인 정부는 블라인드 채용을 권장하고 있지만 현실은 여전히 개인의 능력과 관계없는 불필요한 정보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스페이스로 유명한 아웃도어업체 영원아웃도어(대표 성기학)는 최근 신입 및 경력직을 채용하는 과정에서는 노출하기 민감한 ‘사생활 정보’까지 요구하고 있어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업체 측에 따르면 영원아웃도어는 지난달 하반기 신입 및 경력 채용 공고를 내고 신입 및 경력 지원자를 모집했다.

영원무역홀딩스의 자회사인 영원아웃도어는 아웃도어라는 용어도 생소하던 20년 전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를 국내로 처음 들여와 트렌드를 이끈 업체이다.

영원아웃도어에서 이번에 채용을 모집분야는 영업팀, 의류기획팀, 의류디자인팀, 신발사업부, IT팀, 재무팀 등이며, 지원자들은 각각 서류전형을 통과하면 인적성검사 및 실무면접, ESPT(영어회화능력평가)시험을 거쳐 최종적으로 임원 면접까지 치르게 된다.

문제는 사측이 입사지원서 양식을 통해 가족의 성명, 연령 뿐 아니라 학력, 근무처, 직위 등 내밀한 정보까지 기입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지원자 본인과 부모의 재산 규모를 동산과 부동산으로 나눠 구체적으로 적게 한다는 점에서 지원자들은 강한 불쾌감을 토로했다.

학력과 직업, 직위처럼 지원자들의 직무능력 파악과 무관한 정보는 물론이고, 굳이 동산과 부동산으로 나눠 정확한 재산의 액수까지 기재하도록 하는 등 지나치게 민감한 ‘사생활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영원아웃도어 입사지원서 양식 중 일부

실제로 영원아웃도어는 입사지원서에 자택·전세·월세·하숙·자취·친지 등 지원자의 주거형태에 대해 매우 세밀한 분류로 나눠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재산사항 역시 동산과 부동산으로 구분해 정확한 액수를 쓰도록 하고 있으며, 가족 구성원의 월 소득을 쓰는 항목도 존재한다.

최근 해당 업체에 지원하려다 입사지원서 양식을 보고 막막한 감정을 느꼈다는 취업준비생 이 모씨는 “요즘 증명사진 부착이나 몸무게 기입도 못하도록 바꾸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데 아직도 이런 황당한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업체가 있다는 것에 무척 놀랄 수밖에 없었다”며 “소위 흙수저, 금수저를 이런 데서 체감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밖에 입사지원서 맨 마지막에 추천인을 대놓고 요구하는 항목도 문제로 지적된다. 추천인의 이름, 부서, 직위, 관계까지 묻고 있어 대놓고 내부 고위 인사와 관련된 인물을 채용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지원자들은 입사 지원단계에서부터 이른바 ‘신 음서제도’로 불리는 진입 장벽을 느낀다며 위축되고 불안한 마음을 토로한다.

이처럼 부당한 입사지원서 양식에 불만을 터뜨리면서도 당장 취업이 간절한 지원자들은 ‘갑’인 지원 회사의 요구대로 이력서 칸을 채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개선하고자 국회에선 지난 2015년 채용을 위한 이력서에 사진과 키, 출신지, 부모의 직업 및 재산 상황 등을 입력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아직도 계류 중인 상태다.

현행 채용절차법은 외모 중심이나 성차별적 채용 등을 지양하고 직무중심의 채용을 유도하기 위해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하여금 구직자의 응시원서,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 등의 표준 양식을 정해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기업에서는 이력서에 구직자의 사진을 부착하도록 하거나, 신체조건·부모직업·재산·출신지역 등을 기재하도록 요구하고 있어 직무능력 외에 요소가 채용 과정에 개입될 여지가 크다.

당시 개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입사지원의 첫 단계인 서류 전형에서는 업무 능력을 판단할 수 있는 항목 중심으로 정보 교환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차별이 아닌 능력 중심의 공정한 채용문화가 정착시키고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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