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수많은 기업이 있고 그만큼 많은 리더들이 존재한다.

애플의 설립자이자 혁신의 아이콘인 스티브 잡스(1955~2011)는 여전히 최고의 리더이자 CEO로 꼽히는데 부족함이 없다.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업적은 여전히 우리에게 편의와 영감을 주고 있으며, 특히 그가 프레젠테이션, 대학교 졸업식 등에서 남긴 말들은 명언, 어록으로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반면, 리더의 자리에서도 잘못된 언행으로 물의를 빚고, 영원히 부정적인 꼬리표를 달고 사는 경우도 분명 존재한다.

우리는 리더들의 말에서 신념과 사상을 엿보기도 하며, 때로는 교훈을 얻기도 한다.

컨슈머치는 리더들의 말과 그들에 대한 제 3자의 평가들을 바탕으로 그들을 새롭게 조명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디지털 시대 가속화와 인터넷전문은행의 출현 등에 대비해 지난해 가장 파격적인 변화를 모색한 은행은 단연 씨티은행이다.

지점 통폐합을 통해 전국 126개의 개인금융 영업점 가운데 90여개를 정리하고 현재 36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다. 몸집을 대폭 줄인 씨티은행은 1967년 한국시장 상륙 이후 50년 동안 중 가장 도전적인 실험에 들어간 것이다.

오늘날의 은행업은 영업점보다는 디지털이 중요하다는 기치 아래 인터넷, 모바일 등 비대면 채널을 강화하고 자사의 강점인 자산관리(WM)에 집중함으로써 급속도로 변화하는 환경에 다른 시중은행보다 한 발 앞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단시간에 기존 지점의 70%를 없애는 파격 실험을 단행한 만큼 그 과정에서 내외부적으로 진통이 컸지만 조직의 안정을 위해 영업점 통폐합 작업을 예정보다 빨리 진행하는 등 박진회 은행장은 흔들림 없이 계획을 관철시켜 성공적으로 점포 통폐합을 마무리 지었다.

또한 최근 연임에 성공하면서 2020년 10월까지 씨티은행을 끌고가게 된 박진회 행장은 본격적인 ‘디지털 금융’ 전략을 진두지휘 할 그 선봉장에 섰다.

 

"모든 거래 디지털채널로“

박진회 행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서도 어김없이 ‘디지털 금융’을 최우선으로 강조하고 나섰다.

지난 2일 오전 중구 다동 소재 한국씨티은행 본점 로비에서 임직원들이 모여 새해 각오를 다지는 자리에서 박 행장은 "디지털 역량을 지속적으로 키워나가겠다"며 "궁극적으로는 모든 거래를 모바일 등 디지털 채널을 통해서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박 행장은 고객 서비스뿐 아니라 은행 내부 업무의 디지털 역량 강화도 강조했다. 옴니채널 구축 및 빅데이터 활용, 기업금융 신기술 도입 등 업무 생산성을 높이고 고객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도록 연구와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씨티은행은 올해부터 2020년까지 차세대 전산 구축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박 행장은 "이제 비즈니스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영업체계가 고객의 이익과 가치에 맞춰져 있어야 한다"며 "이는 영업력 강화로 점유율을 확대하고 프로세스 개선과 디지털 역량 증진으로 보다 나은 상품과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선두주자라 할 수 있는 씨티은행은 심지어 고객 라이프 스타일의 디지털화에 발맞춰 2018년도 고객 배포용 달력과 다이어리를 제작하지 않고, 제작 비용의 일부를 자연보전단체인 세계자연기금 한국본부에 기부하기로 해 눈길을 끌었다.

 

“전문성뿐만 아니라 윤리의식을 갖춰야”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은 지난 6월 7일 오후 5시 이화여자대학교 국제교육관에서 재학생들을 위해 '금융의 미래와 금융 분야의 경력'을 주제로 강연했다.

박 은행장은 이날 강연에서 글로벌 금융 산업 현황 및 트렌트, 한국의 디지털화와 금융업의 상관관계에 대해 설명하는 한편 금융인으로써 갖춰야 할 철저한 윤리의식도 강조했다.

박 행장은 “급변하는 환경에서도 변함없이 차세대 인재에게 요구되는 것은 창의력이다. 또한 금융인에게 특히 요구되는 것은 철저한 직업윤리 의식”이라며 “금융 분야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라면 금융에 대한 전문성뿐만 아니라 윤리의식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철수 안”

지난해 대규모 영업점 통폐합을 단행하는 과정에서 인력감축을 우려하는 노조와의 갈등과 대치가 이어졌다. 그 사이 일각에서는 씨티은행이 한국 시장을 포기하고 철수를 계획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사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제기됐다.

씨티은행은 지난해 6월 15일 오전 서울 중구 소재 더플라자호텔에서 공인인증서 없이 아이디와 비밀번호만으로 금융 거래 가능한 인터넷뱅킹 선보이는 기자간담회를 열었고, 이 자리에서도 어김없이 철수설에 대한 기자의 질문이 이어졌다.

박 행장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지점 통폐합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이나 씨티은행의 한국 철수 등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강하게 못 박으며 “안철수”를 외쳤다. 뜬금없이 한 정치인의 이름을 외친데 에는 가벼운 농담과 함께 풀어내는 그의 답답한 심정이 녹아있다.

박 행장은 "조금만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면 점포 줄이는 것과 국내 철수에 아무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1967년에 진출한 뒤 1986년에 소비자금융을 국내에 처음 선보이고 주택담보대출 개념을 처음 도입하는 등 늘 조금 더 앞서 혁신을 이뤄왔다"며 "한국을 가능성이 큰 시장으로 믿고 있으며, 철수를 생각한다면 이런 투자를 아예 안할 것"이라고 철수설을 부인했다.

 

“여러분이 경영자라면 이용률 5~6% 불과한 오프라인에 인력을 집중하겠는가?”

디지털 뱅킹 추세 속에 은행들이 몸집을 줄이고 모바일 등 비대면 채널에 주력해야한다는 데에는 이의를 제기하는 이가 없다. 다만 문제는 속도다. 한 해도 채 안되는 기간 내 지점 70%를 한꺼번에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에 대해 너무 과격한 시도라는 우려가 잇따랐다.

박 행장은 이에 대해 “당신이 경영자라면 어떤 선택을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모바일 추세 속에서 소비자들의 전통적인 은행 점포 이용률이 6%밖에 되지 않는데 당신들이라면 오프라인에 현재처럼 40% 이상의 인력을 집중하겠느냐는 것이다.

지난해 6월 기자회견에서 박행장은 “우리는 이미 일어난 디지털 시대를 수용하고 남들보다 앞서나가는 행보에 지나지 않는다. 디지털기반을 이용하면서 오프라인과 조화롭게 나아가고자 한다”며 “지금의 굉장히 익숙한 불편함을 탈피해 공급자 위주의 서비스에서 벗어난 낮선 편리함을 제공하겠다는 소박한 주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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