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를 외치며 등장한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 민족’은 청년 창업가의 작은 아이디어로 시작한 스타트업이 국내 IT 산업 발전을 이끌고 있는 대표적 사례다.

배달의민족 뿐 아니라 외식 배달 서비스 '배민라이더스', 모바일 반찬 배송 서비스 '배민찬'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한 우아한형제들, 그 선봉장에 있는 김봉진 대표는 최근 국내 최대 스타트업 대표 단체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의 초대 의장까지 맡으며 대한민국 스타트업 발전에 힘 쏟고 있다.

김봉진 대표는 스스로를 경영하는 디자이너로 자주 소개한다. 실제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자신의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서비스의 운영, 소비자와의 소통, 회사 경영 등에서 디자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적자 구조 속에서도 2014년 골드만삭스로부터 400억 원, 2016년 중국계 벤처캐피털 `힐하우스 캐피털 그룹`에 57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글로벌 투자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건 그 가치를 인정받았기 때문일 것. 김 대표는 올해도 네이버로부터 350억 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늘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는 중이다.

▶"회사 막내들 위해 배달앱 개발“

그리 멀지 않은 예전에는 배달 음식을 시키기 위해 냉장고에 붙어있던 전단지를 뒤지는 일이 흔했지만 어느 순간 모바일이 그 자리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배달앱 배달의민족의 탄생이 바꿔 놓은 일상 속 작지만 커다란 변화 중 하나다.

2014년 12월 SBS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강연을 펼친 김봉진 대표는 ‘배달의 민족’을 만든 계기에 대해 “막내들을 사로잡기 위해”라는 알쏭달쏭한 대답을 내놨다.

김 대표는 “스마트폰이 생겨나면서 사람들이 스마트한 기능에 집중할 때 나는 반대로 전화 기능에 집중했다. 전화를 하는 기계인데 어떤 서비스가 좋을까 하다가 전화주문 배달 서비스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배달 음식은 모두가 시켜 먹는다. 사장님도 시켜 먹는다"며 ”그런데 ‘배달 음식은 누가 시키지?’라는 물음을 가졌을 때 결국에는 많은 경우 막내가 시키더라. 그래서 막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배달앱을 만들어보자는 마음에서 시작했다"고 창업 배경을 털어놨다.

▶“배달앱들 다 고만고만해”

배달의민족 이후 요기요, 배달통 등 후발주자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현재 약 3조원 대의 배달앱 시장이 형성됐다.

한 때 치열한 광고 및 마케팅 전쟁이 벌어질 정도로 경쟁이 심화 돼 우려를 사기도 했지만 배달의민족은 여전히 업계 1위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아마 그 이유는 배달의민족과 김봉진 대표가 ‘배민스러운 경쟁력’을 찾는데 온전히 집중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TV강연 중간 김봉진 대표에게 한 청년이 "유사한 배달 앱들이 많은데 '배달의 민족'만의 강점이 뭐냐"고 물었을 때 김 대표는 오히려 "배달의민족의 강점이 뭐냐"고 되물었다.

질문은 한 청년은 "편리하다"고 대답했지만 김봉진 대표는 "사실 업체 수나 편리성은 다 고만고만하다"고 털어놓았다.

또한 김봉진 대표는 "내 장점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자신만의 장점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경쟁상대인 남을 의식하고 뭔가를 만들게 되면 실수를 범한다. 하지만 자기다움을 찾으면 온전히 내 경쟁력에 집중하게 된다. 그 순간부터 경쟁자보다 우위를 선점하게 되고 오히려 남들이 나를 의식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다른 배달앱 경쟁업체들을 의식하지 않고 오로지 배달의민족이 추구하는 길을 감으로서 이 자리에 이르게 됐다는 설명이다.

▶“한국, 디지털경제 식민지 될 수도...기울어진 운동장 바로 세워야”

김봉진 대표는 종종 국내에서 이뤄지는 역차별 규제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만 적용되는 규제가 오히려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갉아먹어 글로벌 기업과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지난해 9월 코리아스타트업포럼 1주년 기념 행사에서 김봉진 대표는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규제환경부터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10년 전에는 중국 인터넷 업체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기업의 노하우 받아갔다면 이제는 우리가 중국에서 배우고 있다”며 "한국이 통신 인프라가 잘 구축된 인터넷 강국이라고 하지만 이용하는 서비스는 대부분 해외기업들의 서비스이다. 5년, 10년이 지나면 우리는 그저 해외 서비스를 이용하기만 하는 디지털 경제 식민지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안방인 국내에서 해외 사업자에 비해 우리 스타트업이 훨씬 불리한 위치에 놓인 '기울어진 운동장' 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 스타트업 시키자는 사회 돼야”

한국은 아직 청년들이 창업에 도전장을 내밀기 쉽지 않는 환경이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크고 실제로 리스크도 크기 때문인데, 김 대표는 한국 스타트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엄마들이 생각과 전반적인 분위기가 움직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

김 대표는 “IMF 이후 사회 전반적으로 도전 정신이 결여돼 있다. 시장이 혁신하려면 박세리, 박찬호 같은 그 사회의 영웅이 많이 나와야 한다. 국내 IT업계에서 영웅들이 나오다 한동안 좌절됐고 기업인에 대해 부정적 이슈만 부각돼 왔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한국 스타트업이 잘 되려면 강남 엄마들이 움직여야 한다.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스타브잡스, 일론 머스크처럼 스타트업으로 돈도 많이 벌고 세상에 이로운 사람이 되라고 말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감사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지난 10월 말 개인 재산 100억원을 기부하겠다고 선언해 화제를 모았다.

김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앞으로 3년간 개인 지분을 처분해 100억 원을 사회에 환원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어린 시절 가난 때문에 배우고 싶었던 미술을 제대로 못 배우고 전문대를 나와서 나중에야 학점은행제로 학위를 취득해 대학원까지 마쳤다"며 "서른 초반에는 개인 사업을 하다 실패해 큰 빚을 지기도 했던 내가 이곳에 오기까지 너무나 감사한 일이 많았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이어 "세상에 대한 감사함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이번 결정을 내린 배경을 설명했다.

대표가 개인적으로 사재를 털어 ‘100억’이라는 거액을 선뜻 내놓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평소 사회공헌, 상생 등에 꾸준한 관심과 고민을 갖고 있던 그의 결단은 많은 이들에게 모범이 될 것으로 보인다.  

100억 원의 환원금 가운데 절 가량은 저소득층 아이들의 장학금으로, 나머지는 음식 배달 라이더들의 안전·복지 문제, 회사 구성원들의 퇴직연금 문제, 고독사 문제 예방 등에 투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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