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서울대 의대에 입학한 후 18년간 산부인과 전문의자 모교 교수로 살아왔다.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정명훈 지휘자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임직원 중창단의 ‘일일 지휘자’로 나서는가 하면, 한국문학의 세계화와 시문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명예시인에도 등극한다.

한국과 프랑스의 문화 교류에 기여한 공로로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는 최고 권위의 훈장도 지난해 손에 쥐었다.

의사 가운을 벗고 지난 18년간 금융인으로 살아온 국내 생명보험업계 유일한 오너 최고경영자(CEO) 신창재 회장의 이력이다.

▶“'친구야 너는 아니?‘”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권위를 내려놓고 파격 행보를 종종 보이는 편이다. 시각 장애인을 위한 소리책 만들기 봉사활동으로 신입사원과 짝을 이뤄 시를 낭송하는가 하면 임직원 합창단 앞 지휘자로 변신하기도 한다. 때로는 기타를 연주하고 코믹 율동도 마다하지 않는다.

또한 신창재 회장은 평소 인문학을 경영활동에 접목한 감성경영을 펼치는 것으로 유명한데 특히 ‘시’를 사랑하는 CEO로 불린다. 3년 전 열린 교보생명 '고객보장대상' 시상식에서는 재무설계사를 격려하기 위해 직접 시를 낭송했다.

해당 자리에서 신 회장은 이해인 수녀의 '친구야 너는 아니?'라는 시를 낭송했는데,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견뎌야 꽃이 피고 열매를 맺듯 성공을 이루기 위해서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신창재 회장은 이날 "소명의식을 갖고 일하는 사람이 가장 좋은 결과를 이뤄낸다"며 "이타심에서 비롯된 고객을 위한 헌신이 결국 나에게 행복감을 주고 성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평소 주요 사내행사에서 시를 통해 함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를 즐기는 편이다. 이는 시가 갖는 상징성과 은유가 딱딱한 백 마디 말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나름의 소신 때문이다.

실제로 신 회장은 2011년 창립기념식 때에도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 2013년에는 조선시대 문인 이양연의 한시 '밤눈(夜雪)'을 낭송해 눈길을 끌었으며 지난해에는 시인들이 뽑은 명예시인에 이름을 올렸다.

▶“고객보장을 최고로 잘하는 회사가 되자”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고객 보장 최우선’을 입에 달고 살 정도다. 지난 2011년 고객보장을 최고로 잘하는 회사가 되겠다는 기업비전까지 선포한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2012년 2월 열린 `라포(Rapport) 고객 초청행사'에서 "보험을 많이 파는 회사가 아니라 진정으로 고객 보장을 최고로 잘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보험회사 경영자로서 자신의 철학을 밝혔다.

이후 교보생명 창립 55주년, 56주년 기념식 행사에서도 매년 “우리나라는 아직 보장에 대한 인식과 준비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보험의 보장기능에 대한 낮은 사회적 인식을 개선시키고 언더인슈어런스(보장부족)를 줄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은 생명보험인의 사회적 책임이자 도전과제”라고 강조했다.

▶“상장 서두를 필요 없어”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의 최대어로 교보생명이 거론되지만 신창재 회장은 언제나 해당 주제에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는 편이다.

지난 1월 서울 광화문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금융그룹 통합감독 간담회'에서 신 회장은 "교보생명의 상장 시기는 보새 국제회계기준 도입 등의 추이를 지켜보며 결정할 것"이라고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0년 전에도 급하게 상장을 하지 않는 대신 상장 준비를 철저하게 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는 신중론자다.

신창재 회장은 2008년에도 "상장을 하는 목적이 자본을 조달하기 위한 것인데 우리는 이미 증자 등을 통해 자본을 확충했다"며 "상장은 준비에만 2∼3년 이상 필요하고 급한 자금 수요도 없는데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밝혀다.

신 회장은 이어 "회사 가치를 최대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선행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대주주와 해외투자자, 경영진, 사원 등의 의사를 충분히 수렴해 적절한 상장 시기를 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수적인 보험업과 인터넷은행 맞지 않아“

KT, 우리은행 등과 컨소시엄 참여를 논의했던 교보생명은 2015년 결국 최종 불참을 선언했다. 그 과정에서 이사회의 열띤 토론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IT 및 인터넷 마케팅 등이 어우러지는 인터넷은행의 경우 리스크 관리에 뛰어난 교보생명의 이점을 충분히 살리기 어렵고, 시중은행의 인터넷뱅킹 강화 등 경쟁이 심화하는 점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는 것이 당시 사측의 설명이다.

이후 그 해 11월 기자들과 만남에서 신창재 회장은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신청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보험산업은 보수적이고 인터넷은행은 굉장히 빠른 산업이라 교보생명과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만약 당시 교보생명이 해당 사업에 참여했다면 지난해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 1호 케이뱅크의 주요 주주 중 한 곳이 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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