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수많은 기업이 있고 그만큼 많은 리더들이 존재한다.

애플의 설립자이자 혁신의 아이콘인 스티브 잡스(1955~2011)는 여전히 최고의 리더이자 CEO로 꼽히는데 부족함이 없다.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업적은 여전히 우리에게 편의와 영감을 주고 있으며, 특히 그가 프레젠테이션, 대학교 졸업식 등에서 남긴 말들은 명언, 어록으로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반면, 리더의 자리에서도 잘못된 언행으로 물의를 빚고, 영원히 부정적인 꼬리표를 달고 사는 경우도 분명 존재한다.

우리는 리더들의 말에서 신념과 사상을 엿보기도 하며, 때로는 교훈을 얻기도 한다.

컨슈머치는 리더들의 말과 그들에 대한 제 3자의 평가들을 바탕으로 그들을 새롭게 조명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누구나 부러워 할 만 한 대기업 대표직 자리에 오른 지 보름 만에 회사가 사상 최악의 대형사고에 휩싸인다면 어떤 기분일까. 승자의 기쁨을 느낄 여유조차 없이 악재부터 만났다. 삼성증권 구성훈 대표 이야기다.

올해 3월 21일 신입 사장에 취임해 이제 갓 한 달을 넘긴 구 대표는 증권가 최악의 배당사고를 수습 하느라 동분서주하며 혹독하고 눈물 나는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투자 피해자를 직접 만나 사과한 뒤 보상을 약속하고, 연일 금융당국과 정치권에 부름에 달려가 재발방지를 다짐하며 고개를 숙이고, 학창 시절에도 한 번 안 써 봤을 팔자에 없는 반성문까지 썼다.

그룹의 뒤숭숭한 분위기를 감안해 떠들썩한 취임식도 없이 조용히 자리에 오른 그는 사건이 터진 후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으며 여기저기 사과하느라 가장 바쁜(?) CEO가 됐다,

▲ 구성훈 삼성증권 대표

"직원 실수, 직원 도덕적해이…회사·경영진 사과 빠졌다"

구성훈 삼성증권 대표가 처음 발표한 사과문은 진정성 논란에 휩싸이며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구 대표는 “삼성증권 우리사주에 대해 배당금을 입금하는 과정에서 담당직원의 실수로 배당금 대신 주식이 입고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또한 이런 일이 있을 경우 조기 정상화에 앞장섰어야 할 직원들 중 일부는 오히려 이 주식을 매도해 삼성증권 주가의 급등락을 가져오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가장 큰 책임이 있는 회사와 경영진에 대한 반성 없이 오롯이 직원의 입력실수와 도덕적 해이에만 초점을 마준 ‘반쪽자리’ 사과문에 당국 또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삼성증권의 사과문 발표 이후 원승연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삼성증권의 사과문에 직원 실수나 도덕적 해이에 대한 내용은 있었으나, 정작 회사나 경영진의 사과는 빠졌다”면서 “이에 유감을 표명하고 향후 적극적으로 책임감을 갖고 이번 사고를 수습할 것”것을 구 대표에게 요구했다.

▲ 삼성증권 구성훈 대표가 기관투자가 김 모씨(57세)를 만나 사태에 대해 설명하고 사과했다.

“워낙 창피하고 참담한 일이다 보니…”

구성훈 삼성증권 대표는 우리사주 배당착오 사태가 불거진 지 나흘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고개를 숙였다.

앞서 사고 발생 당일 고객 관련 사과문을 발표를 했고, 사흘 후 대표 명의로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대부분 '직원 잘못'에만 치중돼 있어 삼성증권 회사 자체와 경영진의 사과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지난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주재로 열린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증권회사 대표이사 간담회’ 참석한 구성훈 대표는 “고객, 투자자분들은 물론이고 국민 여러분들까지 심려를 끼쳐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하고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이어 “워낙 수습에 정신이 없어서 일부 놓친 점이 있는 것 같다. 사과가 미흡했다는 점을 어제 금감원 면담 당시 지적 받았다”며 “우리 본의는 그런 것이 아니고 워낙 창피하고 참담한 일이다 보니…경영진 포함해서 회사자체의 사과까지 당연히 포함이 돼 있다고 이해해 주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 '자성결의대회'에서 삼성증권 구성훈 대표를(앞줄 왼쪽에서 두번째) 비롯한 참석 임직원 전원이 사죄의 반성문을 작성하고 있다.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어떤 부분이 있을지 몰라”

이번 사건은 누군가 마음만 먹으면 실체 없는 유령주식이 어떠한 경고음 없이 정상 주식과 섞여 매매될 수 있다는 공포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추가 유령주식 발행 의혹을 확실하게 부인할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구 대표 역시 “현재까지 내부조사에 따르면 없다”면서도 100% 확신하진 못했다.

구 대표는 “우리가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어떤 부분이 있는지는 우리도 모르고, 외부 감독당국의 조사가 같이 진행돼야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라며 “지금 상태에서는 저희 내부 조사결과만 가지고 확정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 구성훈 대표는 바른미래당 정책위원회 주최, '삼성증권 유령주식사태, 재발방지 대책은?'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투자피해자의 발언을 청취했다.

“기존 삼성증권은 망했다”

구성훈 대표는 “이번 기회에 기존의 있던 삼성증권은 망했다고 생각하고 있고, 앞으로 새로운 삼성증권을 만들어 신뢰를 회복하고 시장에 기여할 수 있는 회사로 태어날 수 있도록 환골탈태의 노력을 다하겠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구성훈 대표는 지난 23일 오후 국회 본청에서 바른미래당 정책위원회가 개최한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 재발방지 대책' 정책간담회에서 허술한 통제시스템, 안일한 결제 프로세스,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 등 자신들의 잘못을 명백히 인정하며 새롭게 태어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번 삼성증권 배당사고가 얼마나 총체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지, 그 파장이 얼마나 큰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발언이다.

구 대표는 이어 “검사당국의 조사도 성실히 받아 한 줌의 의혹도 없도록 할 것”이라며 “만약 개선할 것이 있다면 개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삼성증권 구성훈 대표는 삼성타운금융센터에서 금번 사고의 피해투자자와 고객 등을 직접 만나 사과하고 피해 투자자 구제와 주주가치 제고방안 등에 대해 설명했다.

"최대한 폭넓게 피해 투자자 구제할 것“

삼성증권은 피해투자자 범위에 대해 잘못 배당된 우리사주 첫 매도주문이 발생했던 6일 오전 9시 35분 이전에 삼성증권 주식을 보유했던 투자자 중에 6일 하루 동안 이 주식을 매도했던 모든 개인 투자자들로 정했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구 대표는 “우리사주 배당사고와 관련해 적극적인 보상의지를 담아 최대한 폭넓은 피해 투자자 구제를 진행하기 위해 사고 당일 매매손실을 본 피해투자자의 범위를 최대한 확대해 적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구 대표가 밝힌 최고가 보상안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 투자자들이 거세게 반발하며 집단소송 채비를 벌이고 있어 당분간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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