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메리츠금융지주와 메리츠화재의 대표이사를 겸임하고 있는 김용범 메리츠화재 사장이 올해 메리츠금융그룹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오는 3월 메리츠화재 대표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가운데 부회장 승진을 통해 그룹 내 영향력을 높이면서 연임까지 무난하게 결정된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용범 대표 취임 이후 메리츠화재는 회사한 안팎으로 커다란 변화와 혁신의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그야말로 회사가 김용범 대표의 손길이 닿기 전과 닿은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금융권 내에서도 더욱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보험업계에서 ‘성과주의’, ‘초대형 점포전략’ 등 김용범 부회장의 잇따른 파격 실험과 도전은 주변의 걱정과 우려를 사기도 했지만 만년 5위 자리에 머물던 메리츠화재가 최근 신계약 보장성 인보험 업계 2위권까지 올라서는 등 가시적인 성과로 결실을 맺게 되면서 그의 실용 리더십이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연한 사고를 하려면 복장이 자유로워야”

김용범 부회장은 지난 2015년 급격한 수익성 악화로 메리츠화재가 1922년 창사 이후 첫 인력감축을 단행하는 분위기 속에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메리츠화재 CEO로 부임한 직후 김 부회장이 가장 먼저 한 일은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기업 문화를 탈피해 '변화와 혁신' 프로젝트를 추진함으로써 직원들의 능률을 올리는 것이었다.

메리츠화재 직원들의 옷이 가벼워진 것도 이 때 부터다. 김 부회장은 비즈니스캐주얼도 아닌 완전 자율복장제를 도입해 과감하게 격식을 파괴했다. 자율복장제에 대한 직원들의 우려에 오히려 '옷을 자유롭게 입으면 업무에 방해가 되는가'고 반문했다는 후문이다.

취임 이후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 김 부회장은 자율복장제 도입에 대해 "유연한 사고를 하려면 복장이 자유로워야 한다. 조직의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긴장을 털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자율복장 뿐이 아니라 김 부회장은 직원들에게 ‘저녁 있는 삶’을 돌려주기 위해 저녁 7시 이후 회사 시스템을 접속할 수 없도록 했으며, ‘안식휴가제’ 아이디어도 직접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대면보고를 없애고 문서의 80%를 줄이되 꼭 필요한 경우 한 페이지를 넘지 못하도록 했고, 회의 시간도 30분을 넘기지 못하게 바꿈으로써 보고 체계의 효율화를 도모했다.

김 부회장은 2015년 신년사를 통해 "행동이 가치와 신념을 변화시키고 문화를 바꾼다"며 "빠른 소통과 의사결정을 통해 낭비되는 시간을 없애면 업무 시간의 집중도와 효율성이 크게 상향된다"고 강조했다.

▶“초대형점포로 효율성 높여야”

김 부회장은 지난 2016년 7월 두 번째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한편 초대형 점포 전략을 도입해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전국 12개 지역본부 산하 221개 점포를 102개 초대형 점포로 통합시키고, 기존의 본부 및 지역단 형태의 관리조직은 축소하는 대대적이 수술을 감행했다.

장기보험 판매가 성숙기에 접어든 시점에서 기존처럼 전사적 영업전략을 수립하고 본부 및 지역단을 거쳐 점포에 전달되는 방식은 더 이상 효율적이지 않다고 판단해 과감히 변화를 꾀한 것이다.

상위 관리 조직을 없애 지역 및 점포별 특성에 맞는 신속하고 자율적인 영업전략을 펼치는 한편 대형화를 통해 효율성을 높였다.

이렇게 절감된 비용은 영업직원에게 돌아가는 수수료를 높이거나 보험료를 낮추는 데 투입되는 등 영업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것에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결과적으로 김 부회장의 결단이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용범 부회장은 “고객과의 소통 형태 변화와 초대형 점포의 효율성, 특히 자율적인 사업가형 마인드 도입을 통해 영업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하나하나 능동적 사업가로...아메바 경영”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 김 부회장은 “손보업계 5위에서 꼼짝 못하고 갇혀 있는 메리츠화재를 최고 회사로 도약시키기 위해서는 임직원을 수동적인 샐러리맨에서 능동적인 사업가로 변신시켜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아메바 경영이 필수적이라고”이라고 말했다.

아메바경영이란 아메바가 자체 분열을 통해 여러 개체로 갈라지는 것처럼 회사 조직을 부문별 소집단으로 나눠 제각각 경영자 의식을 갖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일환으로 김 부회장은 메리츠화재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사업가형 본부장제도를 도입해 업무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사업가형본부장제는 정규직이었던 영업지점장들을 계약직으로 변경하고 실적에 따라 평가해 성과급 등을 주는 제도다. 계약직이 되면서 고용은 다소 불안정해지지만 성과에 따라 연봉을 기존보다 몇 배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구조다.

김 부회장은 보험료 매출을 많이 올려주는 독립보험대리점(GA) 설계사들에 업계서 가장 높은 수준의 수수료를 주는 한편 전속설계사에게 주는 수수료 역시 연납 보험료의 1000% 수준으로 올리면서 공격적 영업을 펼쳐 나갔다.

이로 인해 GA업계는 메리츠가 설계사들을 빼내려 한다는 불만을 터트리며 메리츠 불매운동까지 나서 논란이 번졌으며, 또 다른 한편에서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무리수’라는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기도 했다.

김용범 부회장은 GA업계 대표들과 만나 적극적인 설득에 나서면서 뚝심 있게 자신의 경영 방침을 밀어붙인 끝에 다시 GA업계 최강자 자리를 탈환하는 성과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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