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수많은 기업이 있고 그만큼 많은 리더들이 존재한다.

애플의 설립자이자 혁신의 아이콘인 스티브 잡스(1955~2011)는 여전히 최고의 리더이자 CEO로 꼽히는데 부족함이 없다.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업적은 여전히 우리에게 편의와 영감을 주고 있으며, 특히 그가 프레젠테이션, 대학교 졸업식 등에서 남긴 말들은 명언, 어록으로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반면, 리더의 자리에서도 잘못된 언행으로 물의를 빚고, 영원히 부정적인 꼬리표를 달고 사는 경우도 분명 존재한다.

우리는 리더들의 말에서 신념과 사상을 엿보기도 하며, 때로는 교훈을 얻기도 한다.

컨슈머치는 리더들의 말과 그들에 대한 제 3자의 평가들을 바탕으로 그들을 새롭게 조명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둘째 사위인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더불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통한 활발한 소통으로 유명한 최고경영자(CEO) 중 한 명이다.

페이스북 팔로어가 11만 명에 달할 정도로 유명인사인 정 부회장은 2003년에 현대카드 대표이사에 오른 뒤 혁신적인 시도를 거듭해 ‘한국의 스티브 잡스’라고 불기기도 하며, 금융에 공연과 예술을 접목시킨 차별화된 전략으로 '문화 마케팅 전문가'로 지칭되기도 한다. 

 

“스스로 단거리 선수인지 장거리 선수인지도 모른 채,

트랙 주위를 맴 돌면 안 돼”

지난 2월 26일 오후 ‘연세대 경영대학 학위수여식’이 열린 서울 신촌 연세대 대강당에 정태영 현대카드·캐피탈 부회장이 축사를 하기 위해 나섰다.

이 자리에서 정 부회장은 자신이 사회 초년생일 때 일화를 바탕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졸업생들을 향해 애정 어린 충고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정 부회장은 “영업사원으로 일했던 처음 10년간 내 실적은 늘 바닥이었고, 자신감도 없었다”며 “내가 영업보다 기획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후부터 더 대담하게 내 스타일대로 일을 밀어붙였더니 성과는 더욱 좋아졌다. 자신을 잘 살펴보고 이해하는 일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좋은 나침반이 된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이어 “여러분의 인생은 자신을 발견하고 응원하는 데 쓰여야 한다. 스스로가 100m 단거리 선수인지 장거리 선수인지도 모른 채 트랙 주위를 맴 돌아서는 안 된다. 여러분을 이해하고 거기에 자신감을 불어넣어 달라”고 덧붙였다.

▲ 출처=정태영 페이스북

“소 장사로 돈 번다고 우유 값을 낮추라는 격“

정 부회장 특유의 적절한 비유들에 눈길이 간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지금으로부터 7년 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압박에 대한 불만을 우유목장에 빗대어 트위터에 토로한 바 있다

정 부회장은 "젖소목장이 있는데 우유 판매는 적자라서 소 사고 파는 일이 주업이 됐다. 소 장사도 나쁘진 않은데 이거 불안하다. 언제 광우병이라도 돌면 폭삭할지 모르기 때문이다"이라며 "그런데 소 장사로 돈을 버니 우유 값은 더 낮추란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말하는 '우유 판매'는 신용카드사의 본업인 수수료 수입, '소 장사'는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같은 대출 사업을 의미한다. 수수료 수입이 줄어들면서 대출 사업으로 돈을 벌고는 있지만 여전히 불안한 상황에서 가맹점 수수료를 더 낮추라는 당국 압박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이다.

정 부회장은 이어 "우유 배달을 하는데 매일 한 드럼을 사는 곳보다 한 병을 사는 곳의 우유 값이 비싸긴 하다"며 "하지만 한 병 배달은 지금도 대부분 손해인데 우유 값을 한 드럼 사는 곳과 같이 하란다"고 비유글을 올렸다.

각각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 대형 가맹업체와 중소 가맹점을 뜻한다. 대형 할인점은 수수료 수입이 많은 만큼 수수료를 낮출 수 있고, 중소가맹점의 경우 비용이 많이 들어 수수료가 높을 수밖에 없는데 수수료를 똑같이 해달라는 것은 시장경제 원리에 어긋나는 것임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올해만 해도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카드업계 경영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월 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범금융권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그는 "언제 어렵지 않은 적이 있었겠느냐만 올해는 더 어렵다"며 "이미 수수료 사업만 떼어놓고 보면 적자로 전환된 지 오래됐는데, 이는 비정상적인 구조"라고 토로했다.

 

“불쌍한 남자들 언제까지 이러고 사실 건가”

SNS를 즐겨 이용하는 많은 유명인들이 그렇듯 정태영 부회장이 뱉은 말들은 종종에 논쟁의 중심에 서기도 한다.

정 부회장은 지난 2012년 12월 트위터에 “식당이나 카페에서 카드 사용 통계를 보면 여성 회원의 사용이 더 많은 장소를 찾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며 "이는 남성들의 지불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 불쌍한 남자들 언제까지 이러고 사실 건가"라는 글을 올려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현대카드가 회원들의 1년간 외식 성향을 분석한 결과 커피전문점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평균 40% 이상 많은 금액을 카드로 결제한 것으로 조사된 데 따른 내용이었다.

해당 글은 성평등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현대카드 불매 운동으로 까지 확산되자 정 부회장은 글을 올린 지 2시간 만에 "가벼운 농담했다가 OECD 통계까지 나오는 격론 속에 현카(현대카드)는 여성민심을 잃고 있다"며 "남성분들 커피 정도 그냥 사라. 데이트신청은 여러분들이 하지 않느냐. 난 여성편이다"라고 해명했다.

▲ 출처=정태영 페이스북

“파워포인트 금지”

정태영 부회장은 보수적인 금융업계 내에서 변화와 혁신을 두려워하지 않고 ‘파격’을 즐기는 CEO로, ‘한국의 잡스’라고도 불린다.

점심시간 자율화, 파워포인트(PPT)·종이 사용 금지, 캐주얼 복장 허용 등 조직 문화 유연화에도 신선한 시도를 많이 보여줬다

특히 정 부회장의 2014년 사내 PPT 사용을 한 달 동안 금지하는 ‘제로 PPT 캠페인’을 단발성으로 진행한 이후 2015년부터 아예 전면적으로 사용을 금지시켰다.

이후 2016년 5월 정태영 부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PPT 금지령 이후 보여진 6가지 효과에 대해 나열했다

정 부회장은 “보고서들이 대부분 한두 장으로 짧아지고 다 흑백이다. 회의 시간이 짧아졌다 . 논의가 핵심에 집중한다. PPT 그림을 위해 억지로 만드는 말들이 없어졌다. 연간 5,000만장에 달하던 인쇄용지와 잉크 소모가 대폭 줄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더 지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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