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부적격 사유로 단기금융업 인가 '깜깜'... 이회장 차명계좌 대다수 개설 '사금고 논란'까지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도 그룹 내 ‘세대교체’ 바람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삼성그룹이 60대 CEO(최고경영자) 퇴진 원칙을 세우고 새 사장단에 50대 ‘젊은 피’ 수혈을 통한 조직 쇄신을 꾀하면서 구성훈 삼성자산운용 대표가 새로운 삼성증권 사장으로 내정돼 회사를 이끌게 됐다.

업계 내 자산운용 전문가로 통하는 구성훈 차기 사장 내정자의 리더십이 기대되는 한편, 대주주 문제로 단기금융업 인가 심사가 보류되고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로 인해 사금고 전락 등의 비난을 받고 있는 어려운 시기 중책을 맞게 됨에 따라 부담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60대 윤용암 가고, 50대 ‘젊은 피’ 구성훈 ‘지휘봉’

예외는 없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에 이어 삼성증권도 50대 신임 사장을 맞이하며 그룹 내 세대교체 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삼성증권은 윤용암 사장이 사임을 표명함에 따라, 지난 9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개최하고 후임으로 구성훈(57) 현 삼성자산운용 대표이사 부사장을 삼성증권의 대표이사 사장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구 신임 대표이사 후보는 지난 1987년 제일제당으로 입사한 후 삼성생명의 재무심사팀장·투자사업부장·자산운용본부장 등을 지냈다. 이후 2014년 12월부터는 삼성자산운용 사령탑에 앉아 회사를 진두지휘 해왔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구성훈 신임 대표이사 후보는 전문성과 리더십을 인정받은 검증된 금융투자전문가”라며 “후진을 위해 용퇴 의사를 밝힌 윤용암 사장은 3월 정기주주 총회까지 대표이사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앞서 교체가 결정된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과 마찬가지로 표면적으로는 후진을 위한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힌 그림을 그리고 있지만 지난해 말 다른 계열사에서 시작된 삼성의 세대교체 바람이 금융 계열사에도 그대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삼성그룹은 성과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만큼 실적에 따라 연임도 가능한 구조였지만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이뤄지는 사장단 인사에서 ‘세대교체’와 ‘내부인사 중용’ 원칙을 예외 없이 적용했다.

▶‘대주주 부적격’ 문제 난관...‘이건희 회장 사금고’ 논란까지

삼성증권 새로운 사령탑에 오른 구성훈 내정자의 어깨에 시작부터 무거운 짐이 한 가득이 올려진 형국이다.

최근 삼성증권의 실질적 대주주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집행유예를 받고 353일 만에 석방되긴 했지만 아직 삼성증권을 둘러싼 ‘오너리스크’가 말끔히 해소된 건 아니다.

삼성증권의 초대형 투자은행(IB) 사업 진출은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연루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면서 대주주 부적격 사유에 해당돼 일찌감치 제동이 걸린 상태로,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까지 단기금융업 인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에 놓여있다.

단기금융업은 자기자본 200% 이내에서 1년 만기 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초대형 IB 사업의 가장 핵심 업무라고 할 수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 대다수가 삼성증권에서 개설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치권에서 제기한 '사금고' 논란도 부담이다.

금융감독원이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 회장의 차명계좌는 증권계좌 1,133개, 은행계좌 96개로 밝혀졌다.

여기에 경찰이 이건희 회장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면서 추가로 밝혀낸 차명 증권계좌 260개까지 합치면 차명계좌는 총 1,489개로 늘어난다.

문제는 이 가운데 81%에 해당하는 918개가 삼성증권에서 개설됐다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은 삼성증권이 삼성가의 충실한 사금고 역할을 했다는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금융실명제가 시행된 이후 오히려 대부분의 차명계좌가 개설됐다는 점에서 최소한의 준법의식도 찾아볼 수 없다”며 “차명재산의 대부분이 차명주식인 상황에서 차명재산의 관리를 위해서는 증권계좌를 통제할 수 있는 금융투자회사의 존재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어 "앞으로 금융실명제의 악의적 위반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재벌총수가 계열 금융회사를 차명재산 운용을 위한 사금고로 활용하지 못하도록 규제를 강화할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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