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수많은 기업이 있고 그만큼 많은 리더들이 존재한다.

애플의 설립자이자 혁신의 아이콘인 스티브 잡스(1955~2011)는 여전히 최고의 리더이자 CEO로 꼽히는데 부족함이 없다.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업적은 여전히 우리에게 편의와 영감을 주고 있으며, 특히 그가 프레젠테이션, 대학교 졸업식 등에서 남긴 말들은 명언, 어록으로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반면, 리더의 자리에서도 잘못된 언행으로 물의를 빚고, 영원히 부정적인 꼬리표를 달고 사는 경우도 분명 존재한다.

우리는 리더들의 말에서 신념과 사상을 엿보기도 하며, 때로는 교훈을 얻기도 한다.

컨슈머치는 리더들의 말과 그들에 대한 제 3자의 평가들을 바탕으로 그들을 새롭게 조명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DB금융투자(舊 동부증권) 고원종 사장은 증권업계 내 손 꼽히는 장수 CEO 중 한 명이다.

고 사장은 고등학교시절부터 남다른 ‘증권맨’의 끼(?)를 보였다. 고3 무렵 또래보다 빨리 주식시장에 눈을 뜬 고 사장은 광화문에 있는 모 증권사에 계좌를 개설하고 혼자 모눈종이에 그래프를 그려가며 투자할 종목을 연구했다고 한다.

이후 1982년 동양투자금융에 입사해 증권업계 첫 발을 들안 고원종 사장은 노무라증권 이사, ABN암로증권 상무를 거쳐 SG증권 한국대표, 한국신용정보 전무를 역임했다.

 

2007년 4월 사내출신으로 첫 동부증권, 지금의 DB금융투자 부사장으로 재임한 고 사장은 리서치센터장, 최고재무관리자 등 거쳐 2010년부터 현재까지 무려 8년간 최고 사령탑에 앉아 회사를 진두지휘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국내증시 호황으로 대부분의 증권사들의 실적 향상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DB금융투자는 업계 하위권을 맴돌며 실적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또한 고 사장을 둘러싼 배임 혐의, 노조 탄압 등 각종 잡음이 계속 돼 장기집권 유지하는 중에도 위기론 꼬리표가 붙어 다닌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

 

위기가 오히려 혁신을 반강제로 유도하는 기회라고 본 고원종 사장은 지난 2013년 신년사를 통해 환골탈태의 각오로 진정성 있는 변화를 추구하는 것만이 'DB금융투자 2.0'시대를 열어가는 원동력임을 강조했다.

고 사장은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라며 "역사적으로 보면 새로운 강자는 항상 혼란의 시기를 거치면서 탄생했고, 우리도 위기의 틈새에서 주류로 부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고 사장의 이러한 기조가 성과주의 조직문화로 작용해 직원들을 사지로 몰아붙이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고원종 사장 취임 후 실적에 따라 직원들을 A,B,C 등급으로 나누는 제도를 운영하면서 심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

실제 2013년 C등급을 받은 DB금윰투자 한 직원이 자택에서 목숨을 끊은 배경에 대해 실적부진으로 인한 회사의 스트레스성 압박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적도 있다.

또한 최근까지도 고원종 사장이 저성과자 임금을 대폭 삭감하는 성과제도를 앞세워 강제 구조조정을 일삼고 있다며 노조 측의 사퇴 요구가 빗발치는 등 내홍이 고조되고 있다.

DB금융투자 노조는 지난해 9월 기자회견을 통해 "고원종 사장은 업무 성과 평가에서 최하위 C등급을 받은 직원의 급여를 70% 삭감하는 징계성 성과제도를 만들어 상시 구조조정 수단으로 사용했다"고 성토했다.

노조 측 이어 "C등급을 받은 직원 상당수가 비정규직으로 강제 전환돼 결국 회사를 떠났다"며 "고 사장 취임 후 300여명이 일터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3년 내 증권업계 7위로 부상할 것...증권업계 박지성”

고원종 사장의 취임 후 포부는 남달랐다.

DB금융투자의 첫 사내 대표이사인 그는 3년 내로 증권계 톱 7에 진입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초기부터 인수합병이나 증자 등을 통한 외형 확대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을 시사하기도 했다.

또한 당시로부터 10년 전 무명이었던 박지성 선수가 한국을 대표하는 축구선수가 된데에 빗대어 DB금융투자도 증권업계 박지성이 될 수 있음을 자신헀다.

2010년 7월 21일 취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고 사장은 "10년 전 업계 24위에 불과했던 동부증권(현 DB금융투자)이 현재는 14위"라며 "1년에 한 계단씩 상승한 셈이니, 이대로만 발전이 지속된다면 김호중 전임대표가 제시했던 3년내 탑 7 진입에서 한발 더 나아가 5위권 내에도 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로부터 8년이 흐른 DB금융투자의 현실은 다소 초라하다.

DB금융투자는 흑자에서 적자로 들쑥날쑥한 성적이 반복되며 오랜 기간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업황 호조에 따라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253% 늘어난 346억 원을 기록했지만 8년 전에 비하면 오히려 뒷걸음질 친 수준이며, 매출은 전년보다 30% 이상 줄었다. 현재 업계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DB금융투자는 지난 1분기 국내 증권사 중 유일하게 순손실을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금융인의 필수조건은 겸손"

지난 2012년 6월 한양대에서 열린 매일경제 CEO특강에서 고원종 사장은 "금융은 신뢰가 가장 중요하며 금융업은 팀워크로 일 한다"며 "금융인의 필수조건은 겸손"이라고 말했다.

고 사장 이어 "금융회사가 적자를 내서 망한 사례는 드물지만 스타 한 명이 사고를 쳐서 망한 적은 있다"면서 "개인적인 부를 위해 출근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 변화에 기여하기 위해 출근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말은 폐로 달리고 심장으로 인내하며 기질로 승리한다"

2014년 신년사를 통해 고원종 사장은 “올해를 위상회복의 전기로 만들어 나가자”고 강조하며 ”말은 폐로 달리고 심장으로 인내하며 기질로 승리한다"라는 구절을 인용했다.

증권업계가 침체로 본격적인 구조조정과 혼란스런 재편기에 들어갈 것이지만 사측이 그 동안 축적한 내적 역량을 자양분 삼아 위상회복의 전기로 만들자는 뜻이다.

고 사장은 "동부만의 조직문화로 승리할 수 있도록 하자"며 "비축한 내성을 기반으로 변화의 흐름을 읽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한 해 동안 한 필의 경주마처럼 달려 나가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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