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생명보험사인 현대라이프의 주인 바뀌게 될 운명이다.

최근 수년째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라이프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3,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단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2대 주주인 현대모비스가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대만 푸본생명이 과반 이상의 지분을 확보할 가능성이 커졌다.

▶차이나머니 ‘현대라이프’ 삼키나

국내 보험시장에 ‘차이나머니’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지난 28일 이사회에서 현대라이프에 대한 유상증자에 불참하기로 확정했다. 이번 유상증자는 3,000억 원 규모의 구주주 배정 방식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현대차모비스 측은 중국의 사드 보복 당시 피해와 미-중국 간 무역분쟁 여파 등 대내외 여건을 감안한 결과, 본업에 사업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차원에서 유상증자에 불참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현재 현대라이프의 지분은 대만 푸본생명이 48.6%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대모비스와 현대커머셜이 각각 30.2%, 20.3%를 가지고 있다.

애초 계획대로라면 각자 지분율에 따라 자금을 수혈이 이뤄져야 하는데 최근 현대모비스가 유상증자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아직까진 현대차그룹이 총 50.5%로 1대주주 지위를 유지 중이지만 이번 대규모 유상증자가 단행될 경우 대만 푸본생명으로 경영권이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유상증자에서는 발생하는 현대모비스 몫의 실권주를 전량을 푸본생명과 현대커머셜이 인수하게 되는 과정에서 대주주 간 협의가 이뤄질 예정이며, 이에 따라 푸본생명이 최대주주로 올라갈 것이 확실시 되는 분위기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이 중국 안방보험 품에 안긴데 이어 현대라이프도 중화권 자본이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되자 일각에서는 중국계 자본 침투에 대한 경계심과 함께 시장 교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밑빠진 독 물붓기 '스톱'

현대자동차그룹이 2012년 녹십자생명을 인수하면서 출범한 현대라이프는 이후 내내 ‘적자’ 길을 걸으며 그룹 내 애물단지로 전락한지 오래다.

현대라이프 이사회 의장을 맡은 정태영 부회장이 선봉장에서 서서 공격적인 영업에 박차를 가했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는데 실패한 채 적자만을 누적해 왔다.

보험업계 재무건전성 지표인 RBC비율도 지난해 1분기 기준으로 149.54%로 금융당국 권고 기준에 턱걸이한 수준데 불과해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재무건전성을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앞서 지난 2015년 푸본생명으로부터 유상증자를 통해 2,200억 원의 자금을 수혈 받고,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총 17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음에도 재무건전성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현대차그룹 측은 더 이상의 유상증자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 된다.

또한 현대모비스가 그룹 내 부실 우려가 있는 회사에 자금조달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 1월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는 "유상증자만으로 현대라이프생명의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것이 아닌 상황에서 구체적인 계획이나 상환 가능성 등에 대한 판단 없이 이뤄지는 대규모 자금지원은 사실상 한계상황에 직면한 부실계열사 지원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현대라이프 측은 “현대모비스가 이번 유상증자에 불참하기로 한 것은 사실이나 아직 실권주 인수를 어떻게 진행할 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컨슈머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