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대비 높은 출연금 의혹, 수익성 타격 예상…은행 측 "사실 확인 안 됐다"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최근 은행권 최대 관심거리였던 서울시금고 운영권을 신한은행이 잡으면서 업계 안팎의 놀라움을 자아냈다.

103년 동안 독점으로 운영해오던 우리은행을 2금고로 밀어내고 신한은행이 1금고지기로 선정된 배경에는 천문학적 금액의 출연금이 작용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대형 금고 유치를 위한 묻지마식 출연금 과열 경쟁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신한 1금고, 우리 2금고

신한은행이 오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서울시 금고를 관리하게 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3일 ‘서울특별시 금고지정 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신한은행을 1금고 우선협상 대상 은행에 선정했다고 밝혔다.

1915년 조선경성은행 시절부터 103년간 독점적으로 서울시 금고를 맡아왔던 우리은행은 2금고 관리에 그쳤다.

서울시 1금고는 일반·특별회계, 2금고는 특정목적 기금 관리를 맡게 되는데 각각 30조 원과 2조 원으로 규모의 차이가 현격히 크다. 그동안 독점적 지휘를 누리던 우리은행이 2금고에 운영권 획득에 만족한 채 웃을 수 없는 이유다.

앞서 17개 광역 지방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단수금고로 운영해 온 서울시는 올해 시금고 입찰부터 복수금고 체재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단수금고의 위험을 분산시키고 운영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취지에서다.

그 동안 입찰시기마다 우리은행 외에 넘보기 힘든 구조의 높은 진입장벽에 대해 특혜 논란과 함께 시중은행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커진 점도 서울시가 시금고를 운영할 은행을 선정하는 공고까지 차일피일 미루며 고민을 거듭하는데 한몫했다.

올해 서울시 예산은 31조8,000억 원으로 다른 지방자치단체 금고와 규모면에 압도적인 차이를 보인다. 서울시금고로 지정된 은행은 시 소관 현금 보관 및 유가증권 출납, 세입금 수납 및 이체, 세출금 지급 등 업무를 맡게 된다.

서울시 예산을 관리하면서 얻게 되는 수수료 수익도 적지 않은데다 서울시 공무원과 가족 등 우량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기관영업의 최강자 타이틀의 상징성도 크다.

삼수 끝에 서울시 1금고지기로 선정되면서 이 모든 것을 거머쥐게 된 신한은행은 승리의 기쁨을 만끽 중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서울시금고를 위한 준비와 20여개 지자체 금고 운영한 경험이 이번 선정에 바탕이 된 것으로 생각한다"며 ”서울시민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도록 서울시와 다양한 협력을 하는 한편, 1금고로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를 하겠다"고 말했다.

▶출연금 과열 경쟁 논란...소비자 피해 ‘우려’

신한은행의 1금고 선정, 우리은행의 2금고 선정 모두 업계 내에선 예상 밖에 이변으로 평가된다.

복수체제 도입 결정 이후 많은 은행들이 해당 자리를 탐내며 도전장을 내밀긴 했지만 이미 100년 이상 시금고 관리 노하우를 축적한 우리은행을 제치기는 어렵다는 분위기가 팽배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개최한 시금고 입찰 설명회에 참여한 6개 은행 중 우리은행을 비롯해 신한과 국민은행이 1금고와 2금고에 모두 입찰제안서를 낸 반면 KEB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의 경우 2금고 입찰에만 참여한 것도 이러한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다.

1금고는 우리은행이 가져갈 확률이 높다는 판단 하에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큰 2금고 유치에 총력을 펼친다는 전략이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자 전혀 다른 그림이 펼쳐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제시한 출연금이 선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있다. '금고운영 능력'보다는 ‘돈’으로 사업자가 선택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번 서울시 금고지기 자리를 두고 은행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지난 2014년 1,500억 원 수준이었던 출연금 규모가 크게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1금고에 지원한 은행 가운데 3,000억 원이 넘는 금액을 제시한 은행이 있다는 말도 나왔는데 그 은행이 바로 신한은행이라는 것. 우리은행은 1,000억 원대 수준의 출연금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은 위성호 행장이 사령탑에 오른 이후 지난해 국민연금 주거래은행을 우리은행에 빼앗긴데 이어 경찰공무원 대출은 KB국민은행에 내주며 잇단 수모를 겪었다.

위기감이 커진 신한은행은 이번 서울시 금고지기 유치를 위해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매달린 결과 서울시 제1금고 운영권을 쟁취하는데는 성공했지만 수익성에 의문부호가 그려지는 금고 운영에 역마진이 초래될 정도의 과도한 출연금 지불은 향후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편 신한은행 관계자는 “3,000억 원 출연금 내용은 아직 사실 확인이 안 된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지만 이미 업계 안팎으로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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